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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태평양 새 송유관 추진, 대미 탈피
조선비즈
4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카니 총리는 지난 1일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석유 송유관 건설 계획을 ‘국익 사업(project of national interest)’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에 필요한 규제 승인 절차가 빨라질 전망이다. ‘퍼시픽 링크(Pacific Link)’로 불리는 새 송유관은 앨버타주의 오일샌드 지역과 BC주 태평양 연안 항만을 연결한다.
현재 캐나다 서부 산유지에서 태평양 연안으로 원유를 직접 운송하는 주요 송유관은 ‘트랜스 마운틴(Trans Mountain)’이 유일하다. 하루 수송 능력은 약 89만배럴이다. 퍼시픽 링크가 완공되면 하루 100만배럴의 추가 수송 능력이 확보되는 만큼 캐나다의 원유 수출 확대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니 총리가 송유관 건설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우선 앨버타주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다. 이번 발표는 앨버타주의 미래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불과 몇 주 앞두고 나왔다. 앨버타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확인 원유 매장량(proven oil reserves)을 보유한 지역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연방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이 석유·가스 산업의 성장을 제약해 왔다며 분리독립을 주장해 왔다. 앨버타주는 오는 19일 캐나다에 잔류할지, 아니면 캐나다 탈퇴 여부를 묻는 별도의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추진할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한다.
이에 카니 총리가 송유관 건설을 통해 앨버타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연방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니 총리는 이날 앨버타주의 애서배스카 오일샌드 중심지인 포트맥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발표가 보여주는 것은 캐나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모여 기회를 살펴봤고, 이 기회는 캐나다 전체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연방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온 보수 성향의 대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총리도 캐나다 잔류를 지지하고 있다. 스미스 주총리는 “내가 지켜본 캐나다 정부의 접근 방식은 진정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려는 것이었다”며 “이것이 캐나다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송유관 지원을 계기로 앨버타 주민들에게 연방 체제 안에서도 지역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 편중된 원유 수출 구조를 바꾸려는 목적도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캐나다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캐나다가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캐나다 원유 수출의 약 90%가 미국으로 향하며, 특히 앨버타산 원유는 거의 전량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강경한 무역 정책을 펼치면서 캐나다로서는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카니 총리는 새 송유관을 통해 아시아 등으로 원유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구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퍼시픽 링크 건설과 트랜스 마운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전체 송유관 수송 능력 가운데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을 현재 약 83%에서 65~70%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니 총리가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한 석유 송유관 사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경제적 혼란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앨버타주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국가 통합을 위협하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송유관 건설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환경단체들은 송유관과 항만 확장에 따른 해양생물 피해와 원유 유출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 투자자가 한 곳에 불과해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사업 추진 속도 역시 변수다. AP통신은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캐나다 정부가 대형 프로젝트의 승인 절차를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랜스 마운틴 확장 사업의 경우 추진부터 첫 원유 수송까지 14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