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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형 AI 에이전트 확산, 일정 관리부터 과학 연구까지 활용
위키트리
앱을 새로 내려받는 대신 지인에게 보내듯 문자를 보내 일을 맡기는 AI 에이전트(사용자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AI)가 늘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일정 관리와 여행 조사, 예약, 쇼핑, 이메일 발송까지 대신 처리하는 문자형 에이전트를 정리했다. 그중 Instinct는 9월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 1달러 1,349원 기준)를 투자받아 기업가치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에이전트가 일상과 업무 루틴 깊숙이 들어오자 권한 문제도 커졌다. 애플은 AI 에이전트의 위험을 이유로 맥의 ‘전체 디스크 접근’ 권한에 새 제한을 두기로 했다. 한편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하버드대 물리학자의 연구실에서 3개월 만에 논문 원고 36편을 만드는 데 쓰였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문자형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필요한 일을 문자로 보내면 맥락을 기억하고, 이미 쓰는 앱과 서비스에 연결해 작업을 처리한다. 약속 잡기와 캘린더 정리, 이메일 발송, 식당 예약, 온라인 쇼핑은 물론 며칠 뒤 알려 달라는 요청까지 맡길 수 있다. 서비스마다 겨냥하는 영역은 다르다.
Caddy는 아이폰에서는 아이메시지(iMessage), 안드로이드에서는 RCS(문자 메시지 규격)로 동작한다. 이메일에 적힌 약속이나 친구가 보낸 장보기 목록처럼 휴대전화에 흩어진 정보를 캘린더와 대화 내용에서 찾아내 일정 추가, 알림 설정, 후속 조치 관리를 해 준다. 4월부터 공개 베타로 제공되고 있다.
가족용 서비스도 있다. Fambot은 학교 공지, 운동 일정, 식단, 캘린더를 하나의 계획으로 묶어 주는 가족용 ‘비서실장’을 표방한다. 매일 밤 다음 날 일정과 할 일, 교복이나 준비물 같은 세부 사항을 요약해 문자로 보낸다. 부모는 그 문자에 답장해 질문하거나 일정을 바꿀 수 있다.
Fambot은 지금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에 연결되고, 아웃룩과 애플 캘린더 지원을 예고했다. 9월 초 베타를 시작했고 프리시드 투자로 350만 달러를 모았다. 베타 기간에는 무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 구독료와 비슷한 수준을 받을 계획이다.
다른 서비스들도 각자 영역을 잡고 있다. Folk는 아이메시지·왓츠앱·텔레그램으로 접근하는 비서로, 자체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돌아가며 코드를 실행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처리한다. 5월에 베타를 시작했으며 무제한 백그라운드 작업이 필요하면 월 8.33달러의 프로 구독이 있다. Martin은 문자와 전화, 왓츠앱, 이메일, 슬랙, 자체 iOS 앱으로 쓸 수 있고 구독료는 월 21달러부터다. Miso는 여행에 특화돼 항공편 예약을 돕고, Iris는 Hermes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아이메시지에서 작업을 위임받는다.

Instinct는 처음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25억 달러로 이름을 알렸다. 9월에는 10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현재 가장 화제가 되는 에이전트 중 하나로 꼽힌다.
Instinct는 질문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상시 에이전트다. 문자나 음성으로 소통하고 이메일, 캘린더,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과 연동된다. 회사에 따르면 초기 사용자들은 여행 계획, 식료품 구매, 티켓 예매, 구독 해지에 이 에이전트를 썼다.
9월부터는 사용자에게 비서 전용 이메일 주소를 주기 시작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개인 메일함을 어지럽히지 않고도 계정을 만들고 관리하게 하려는 취지다. 이 주소로 서비스에 가입하고, 업체에 연락하고, 요청을 추적한다. 전화 걸기 기능도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다만 이런 수준의 자율성은 개인정보와 보안 우려를 낳았다. Instinct는 아직 비공개 베타 단계다.
에이전트가 이메일 주소를 갖고 전화를 거는 수준에 이르면 사용자 기기에 대한 접근 범위도 민감해진다. 권한을 어디까지 열어 줄지가 서비스 경쟁의 변수가 된 셈이다.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애플은 금요일(현지시각) 업데이트를 내고 맥의 ‘전체 디스크 접근’에 새 제한을 둔다고 밝혔다. 이 권한은 앱에 사용자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다. 애플은 “이 극단적인 수준의 접근을 정말로 허용하려는 사용자가 매우 명시적인 행동으로만 승인할 수 있도록” 새 통제 장치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일부 개발자가 파일·메일·메시지·브라우징 기록을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사용자가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이 권한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에이전트의 능력과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이 수준의 접근에 따르는 위험은 크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권한은 백업 앱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개인정보 통제를 대체로 우회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적용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기가 된 사례로 더 버지는 Inc의 제이슨 에이튼(Jason Aten)이 찾아낸 메타의 Muse AI 건을 언급했다. 에이튼은 아이폰과 맥에서 명시적으로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Muse가 메시지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메타 대변인 앤디 스톤(Andy Stone)은 메시지 접근이 “전적으로 옵트인”이라고 반박했다. Muse가 메시지를 읽으려면 전체 디스크 접근과 메시지 커넥터를 모두 켜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전트는 개인 비서를 넘어 연구에도 들어왔다. The Decoder에 따르면 하버드대 물리학자 매튜 슈워츠(Matthew Schwartz) 교수는 앤트로픽 게스트 포스트에서 클로드를 사람 연구자처럼 쓰려는 시도를 접고 ‘클로드에 맞는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슈워츠는 현재 앤트로픽의 방문 연구원이기도 하다. 그 결과물이 정밀한 과학 계산을 위한 오픈소스 하네스(AI가 도구를 안정적으로 쓰게 하는 작업 틀) ‘BootLoops’다. 소스 코드는 깃허브에 공개됐다.
팀은 3개월 동안 18개 분야에서 공동 저자 19명과 원고 36편을 만들었다. 입자물리학의 산란 진폭과 타원 적분 계산에서 출발했고, 몇 주 만에 클로드가 적분 30개를 계산했다. 15개는 이미 알려진 결과를 재현했고 나머지 15개는 처음 계산된 값이다.
범위는 다른 분야로 넓어졌다. 생태학에서는 중립 생물다양성 이론에서 20년 된 방정식을 대규모로 풀었다. 데이터에 적용하자 파나마 운하의 바로콜로라도섬 나무 종 구성이 이론이 허용하는 속도보다 4.5배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생태학자 제임스 오다이어(James O’Dwyer)가 이를 더 나은 예측 모델로 발전시켰다.
집단유전학에서는 1000 게놈 프로젝트의 변이 쌍 57억 개를 분석해 유전자 전환이라는 메커니즘의 증거를 찾았다. 경제학 저널용 AI 데이터 편집자는 재현 패키지 4,452건을 자동 검토했으며 NBER 워킹페이퍼로 발표됐다. 언어학자 3명과는 6,072개 언어를 담은 단어 강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슈워츠는 변화가 너무 빨라 앞날을 계획하기조차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하룻밤 사이 AI가 풀 수도 있는 계산을 위해 3년짜리 연구비를 신청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박사과정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지도 열린 질문이 됐다. 컴퓨터과학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충격이 경고 수준이라고 했다. 2년 전이라면 ‘공학자를 위한 파이썬’ 강좌가 필수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클로드가 그 일을 처리하니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약점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클로드는 너무 일찍 성공을 선언하는 경향이 있고, ‘done, with one asterisk(별표 하나 달고 완료)’ 같은 표현은 사실상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일 때가 많다. 작업 시간을 잘못 어림하고, 우아한 해법 대신 무차별 대입으로 계산하려 든다. 자동 검증은 믿을 만하지 않으며 계산이 맞아도 결론은 틀릴 수 있다. 오래되고 인용이 많은 논쟁으로 쏠리는 경향도 있다.
프로젝트는 연산과 토큰 소모량이 컸다. 슈워츠는 거대한 수학 문제와 헤드라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위험하다고 봤다. 비현실적인 기대가 지금 이미 작동하는 생산적 활용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다. 과학적 방법은 위협받지 않으며 사람의 방향 설정과 안목은 여전히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자 비서에서 연구실까지, 에이전트에 일을 맡기는 쪽이 결과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