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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시아 A7 네트워크 제재, 범죄조직 지정
위키트리
미국 재무부가 10월 1일(현지시각) 러시아 기반의 그림자 금융망 ‘A7 네트워크’를 제재했다.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A7을 중대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했고,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A7과 연계된 업체를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끊어내는 특별조치 규칙안을 별도로 제안했다. 규칙안은 법정화폐뿐 아니라 가상자산 이체까지 포함한다.
FinCEN에 따르면 A7이 운영하는 루블 연동 토큰 ‘A7A5’로는 2025년 2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80곳 이상의 기관이 최소 1,791억 달러(약 244조 원, 1달러 1,360원 기준)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재무부는 이란 중앙은행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 네트워크를 제재 회피 통로로 썼다고 밝혔다.
OFAC는 A7 네트워크를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나이지리아, 짐바브웨에 주소를 둔 조직으로 명단에 올렸다. 지정과 동시에 미국 관할권 내 A7 관련 자산과 지분은 동결 대상이 된다. 제재 대상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도 같은 제한을 받을 수 있고, 미국인은 OFAC의 허가나 면제가 없으면 주체와 거래할 수 없다.
금융사들에는 즉각적인 준수 의무가 생겼다. 차단 대상 자산은 동결한 뒤 OFAC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앞서 워싱턴이 개별 기업 위주로 겨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결제망 전체로 차단 범위를 넓힌 것이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이코노믹 아웃캐스트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A7을 러시아와 연계된 그림자 은행망으로 규정하고, 이란 정권이 제재를 피하는 데 쓰였다고 설명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의 적대 세력을 위해 불법 금융을 돕는 이들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inCEN은 러시아 자금세탁 방지법(Combating Russian Money Laundering Act) 9714조에 근거해 움직였다. 이 조항이 제시하는 특별조치는 6가지인데, FinCEN은 이 가운데 6번째인 자금 이체 금지 조치를 골랐다. 대상은 A7이 제재 대상 결제를 일반 무역 거래처럼 보이게 하려고 쓰는 업체들, 이른바 ‘서브에이전트(Sub-Agents)’와 관련된 이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는 5번째 조치인 환거래계좌 제한을 택했다면 빈틈이 생겼을 것이라고 짚었다. A7A5 거래는 환거래 은행망 밖에서 움직이고, FinCEN도 이를 사업 모델의 핵심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6번째 조치는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을 모두 포괄하며, 규칙안이 적용되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포함해 약 34만 8,000곳의 기관이 구속된다.
규칙안은 서브에이전트가 관리하는 가상자산 주소와 오가는 거래도 금지 대상에 넣었다. 기관이 목록에 오른 서브에이전트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으면 다른 제재 규정에 따라 차단하거나 이체를 거부하고, 수취인의 접근도 막아야 한다. FinCEN은 대상 서브에이전트의 신원을 보안 채널인 FI-포털로 알리고, 기관에는 위험 기반 절차로 금지 거래를 가려내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 기간은 연방관보 게재 후 30일이다.
A7A5는 키르기스스탄에 등록된 올드 벡터가 발행한 루블 연동 토큰이다. 트론과 이더리움에서 운영되며 예치금은 러시아 국영 방산 은행 프롬스뱌지방크에 있다. 재무부는 올드 벡터가 2025년 8월 제재를 받았고 A7A5도 차단 자산이라고 밝혔다. 토큰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국제 거래를 하는 동시에 제재 대상 인프라 제공자의 수익을 만들도록 설계됐다.
FinCEN은 이를 ‘거울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해외 결제를 나타내기 위해 토큰이 러시아 내부 주소 사이에서 움직이면 서브에이전트가 달러·위안·디르함·유로로 짝이 되는 법정화폐 이체를 한다. 두 흐름은 서로 차단되어 있다. 토큰은 동결되지 않는 다리처럼 쓰여 테더로 바뀐 뒤 법정화폐로 환전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180개 이상 기관이 처리한 1,791억 달러는 과거 거의 전부가 제재 대상 거래소 가랜텍스와 그리넥스를 거쳤다. 그리넥스에서 해킹이 있었다고 보도된 4월 이후에는 토큰 공급량이 개인 지갑으로 몰렸는데, FinCEN은 제재 대상 거래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크립토뉴스 계열 매체 크립토닷뉴스는 이 수치가 서브에이전트의 170억 달러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짚었다. A7A5가 법정화폐 정산과 나란히 쓰이며 같은 결제 구조 안의 이체를 중복해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화폐 쪽 규모도 작지 않다. A7은 수백 개의 서브에이전트를 만들거나 인수해 최소 83개국 약 435개 금융기관에 계좌를 뒀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이들이 처리한 달러 기준 거래는 170억 달러(약 23조 원, 1달러 1,360원 기준)를 넘는다. 직원들은 모스크바에서 맞춤형 VPN으로 계좌를 운영했다. 접속 위치가 두바이·홍콩·비슈케크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FinCEN은 홍콩,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세이셸,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을 활동 지역으로 꼽았다.
재무부는 개별 사례도 공개했다. 한 서브에이전트는 이란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과 연결된 업체와 직접 거래했고, 자매 회사와 함께 이란 제재 회피에 관여한 기업들로부터 1억 4,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다른 서브에이전트는 무기 조달과 연계된 업체에 약 160만 달러를 보냈다. 재무부는 6월 제재한 이란 거래소 노비텍스, 북한 거래소 해킹 수익 세탁과의 연결고리도 거론했다. 이는 형사재판 결과가 아니라 재무부의 조사 결과와 제재 판단이다.
A7은 2024년 9월 도주 중인 몰도바 올리가르히 일란 쇼르와 프롬스뱌지방크가 출범시켰다. 1월에는 하루 2,000건 넘는 거래를 처리한다고 내세웠고, 누적 거래액은 7조 5,000억 루블(약 915억 달러)이라고 주장했다. 재무부는 이를 2025년 러시아 대외무역의 약 13%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럽연합이 네트워크 일부를 제재했고, 영국 국가범죄수사국도 8월 경보를 냈다.
업계의 다음 부담은 A7A5를 테더 등 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바꿔주는 중개 고리다. 규칙안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지만 OFAC 제재는 이미 효력이 있다. 미국과 접점이 있는 거래소와 금융사는 거래 상대방, 지갑 주소, 결제 경로에 A7 자산이 섞였는지 따져야 한다. FinCEN이 서브에이전트 목록을 배포하면 거래소와 장외거래 데스크는 제재 네트워크에서 몇 단계 떨어진 상대방까지 얼마나 엄격히 걸러낼지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