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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디거 10월 개봉, 이냐리투 감독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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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하던 톰 크루즈가 이번에는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디거’는 익숙한 영웅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곧 그 이야기를 누가 만들고 믿게 하는지 묻는다.
영화는 석유 재벌 디거 록웰(톰 크루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소유한 그린란드 시추 시설에서 메탄가스가 누출되자 과학자 가네시(리즈 아메드)는 빙하에 균열이 생겨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록웰은 시추를 멈추는 데 회의적이다.

극 중 재난이 커지면서 록웰은 비난의 중심에 선다. 미국 대통령 콤프슨(존 굿맨)은 사태 수습을 그에게 맡기고, 록웰은 자신이 일으킨 위기를 해결하겠다며 나선다. 정작 이들이 몰두하는 것은 재앙을 막는 일만이 아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고 자신들을 어떤 인물로 보이게 할지도 중요하다. 책임자가 구원자를 자처하는 모순이 영화의 풍자를 이끈다.
그러나 ‘디거’는 이 재난극을 그대로 밀고 가지 않는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인물이 알고 보니 연극배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앞서 본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배우와 무대를 통해 현실과 공연의 경계를 흔들었던 이냐리투의 전작 ‘버드맨’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배우들은 과장된 세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톰 크루즈는 외모와 몸짓, 말투를 바꿔 록웰의 허세를 우스꽝스럽게 드러내면서도 그 이면의 불안을 놓치지 않는다. 리즈 아메드는 소란스러운 장면 속에서 인물의 감정을 붙들고, 존 굿맨은 위기 앞에서도 기묘하게 태연한 권력자를 살린다. 이들의 진지한 연기가 과장된 상황에 힘을 싣는다.
특히 톰 크루즈가 쌓아온 스크린 이미지가 흥미롭게 작용한다. ‘탑건’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거듭 위기를 해결해온 그가 ‘디거’에서는 재앙을 초래하고도 구원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된다. 믿음직한 영웅의 얼굴을 빌려 권력자의 자기 합리화와 미국식 영웅 서사를 비트는 셈이다.

미술과 음악도 영화의 긴장을 붙든다. 기이하게 꾸며진 공간과 독특한 음악은 우스꽝스러운 장면에도 불안을 남긴다. 이야기가 연극의 층위로 넘어간 뒤에도 재앙의 감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무대 밖으로 향한다. 연극은 권력자의 거짓말을 드러내고 관객에게 분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앙을 보여주고 풍자하는 일만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이냐리투의 과감한 형식이 모든 순간 매끄럽게 맞물리지는 않지만, ‘디거’는 영웅의 말뿐 아니라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자리까지 돌아보게 한다.

‘디거’는 10월 3일 국내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29분.

한편 개봉 전날인 10월 2일에는 톰 크루즈와 이냐리투 감독이 국내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톰 크루즈에게는 13번째 내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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