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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객 2000만명 전망, 지출 감소와 체류 확대가 과제
아주경제
반가운 기록이다. 2019년 1750만명을 찍은 뒤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한국 관광은 지난해 1894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올해는 그로부터 1년 만에 2000만명 고지를 바라본다. 정부의 시선은 벌써 2000만명 너머를 향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광객 3000만명을 조기 달성하고 4000만명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했다.
목표가 커질수록 물어야 할 것도 있다. 사람이 늘어난 만큼 돈도 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올해 1~8월 외국인이 관광 분야에서 카드로 쓴 돈은 14조180억원이다. 1년 전보다 48.5% 늘어 방한객 증가율 21.6%보다 두 배를 웃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월별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드 소비액은 5월 2조1235억원을 정점으로 6월 2조570억원, 7월 1조9530억원, 8월 1조9320억원으로 석 달 연속 줄었다. 같은 기간 방한객은 195만명에서 225만명으로 늘며 월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비액을 방한객 수로 단순히 나누면 5월 109만원이던 금액이 8월에는 86만원으로 낮아진다. 온라인 결제까지 포함된 통계라 이를 1인당 실제 지출액으로 읽을 수는 없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는 사이 카드 소비액이 뒷걸음친 것만은 분명하다.
지방 관광도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8월 지방공항 입국자는 283만명으로 38.2% 늘었다. 지방항만까지 합치면 지방 관문으로 들어온 외국인이 전체 중 27.8%에 이른다. 지역 관광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숫자다.
하지만 입국 통계가 알려주는 것은 비행기와 배가 어디에 닿았느냐까지다. 그 관광객이 그 지역에서 잠을 잤는지, 지갑을 열었는지, 이튿날 아침 서울행 KTX에 올랐는지는 이 숫자에 담겨 있지 않다. 관문이 넓어진 것과 지역 관광이 살아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관광객 한 명의 무게도 같지 않다. 서울에 하루 머물고 떠난 관광객과 지역을 돌며 사나흘을 보낸 관광객은 입국 통계에서 똑같이 한 명이다. 지역에서 하루 더 묵고, 한 끼 더 먹고, 물건 하나를 더 사면 지역에 남는 돈도 달라진다. 한 명을 더 데려오는 것만큼 이미 들어온 한 명이 하루 더 머물게 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이쯤 되면 정부가 관광 성과를 재는 잣대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방한객 수와 함께 1인당 지출과 체류일수, 지역별 숙박·소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머릿수는 출입국 기록만으로 셀 수 있지만 체류와 소비는 들여다봐야 보인다.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정책이 좇는 숫자도 달라진다.
3000만명, 4000만명을 향해 가더라도 앞자리 숫자를 바꾸는 것만으로 관광의 몸집과 속살이 함께 커지지는 않는다.
2000만번째 관광객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날, 카메라는 그 한 사람의 웃는 얼굴을 비출 것이다. 그때 함께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가 한국에서 며칠을 머물 것이고, 서울 밖에서는 무엇에 지갑을 열 것인가.
2000만이라는 숫자에 취하기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