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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체인 53건 럭풀, 250억 규모 조직적 사기
위키트리
온체인 분석가 와즈(Wazz, 계정명 @WazzCrypto)가 로빈후드 체인에서 벌어진 토큰 발행 53건을 하나의 조직적 럭풀(rug-pull, 투자금을 모은 뒤 잠적하는 사기) 작전으로 지목했다. 이 작전은 약 두 달 동안 최소 1,843만 달러(약 250억원, 1달러 1,357원 기준)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와즈는 9월 27일(현지시각)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DEED라는 토큰 주변의 이상 움직임을 추적하다 그 배후에 훨씬 큰 구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와즈는 추적한 실제 피해 규모가 발표한 1,843만 달러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사가 확인 가능한 자금 흐름만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추적되지 않은 지갑이나 경로를 통한 피해는 집계에서 빠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전은 매번 동일한 패턴을 따랐다. 토큰을 발행할 때마다 70개에서 200개에 이르는 지갑 네트워크를 동원해 해당 토큰 공급량의 70% 이상을 사전에 확보했다. 이 물량은 로빈후드 체인의 토큰 발행 플랫폼인 폰스(Pons) V2를 통해 조용히 쌓였다.
내부자들이 물량을 장악한 뒤에는 실제 계약 주소가 공개되기 전에 투자자를 유인하는 “가짜 발행(fake launch)” 캠페인을 벌였다고 와즈는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여 가격을 띄운 뒤 집중된 물량을 던지는 구조다.
한 판에서 나온 수익은 몇 초 만에 다음 판을 준비하는 지갑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사기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사기의 자본이 되는 자체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코인포마니아 보도에 따르면 이 조직은 실제 발행 전 가짜 계약 주소를 미리 뿌려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방식도 함께 사용했다. 여러 프로젝트가 사전 발행 계약을 위장해 매수를 유도한 뒤 실제 계약과 바꿔치기하는 식이었다.

와즈는 53건의 발행을 세 가지 방식으로 서로 연결했다. 45건은 온체인상의 직접적인 자금 이동으로 추적했고, 4건은 동일한 개인키(프라이빗 키)를 공유한 사실로, 나머지 4건은 공통된 수집 지갑을 통해 연결고리를 확인했다.
조사의 시작점이었던 DEED는 실제로는 전체 현금화 순위에서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 비교적 작은 사례였다. 가장 큰 단일 현금화 사례는 CRUMBS로, 약 312만 달러를 빼낸 것으로 확인됐다.
와즈는 추적된 1,843만 달러가 작전의 전체 규모는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지갑이나 경로가 더 있다면 실제 피해 금액은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크립토브리핑에 따르면 와즈는 45건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각 발행에 오간 자금의 이동 경로를 하나씩 대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8건은 지갑 소유권을 뒷받침하는 개인키 중복과, 여러 발행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수집용 지갑 주소를 근거로 연결했다.
로빈후드 체인은 지난 7월 1일 아비트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 레이어2(L2,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 체인)로 메인넷을 가동했다. 앞서 보도에서 이 체인은 출범 두 달여 만에 총예치금이 1조원대에 육박하고 하루 탈중앙화거래소 거래량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무허가 구조가 있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만큼 악용 가능성도 함께 열어둔 셈이다. 가동 이후 석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밈코인(온라인 유행을 소재로 한 코인) 발행이 활발해지며 나쁜 행위자들이 활동할 토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와즈는 이번에 밝혀낸 조직 외에도 서로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연속 작전 2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두 작전은 53건 집계와 1,843만 달러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로빈후드 체인 생태계 전체의 피해 규모가 발표된 수치보다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코인포마니아는 로빈후드 체인이 중앙화된 감독 기구 없이 운영되는 탈중앙 플랫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별도의 심사 없이 누구나 토큰을 등록하고 거래를 개시할 수 있는 구조여서 럭풀 같은 사기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매체는 사건이 알려진 이후 체인 내 신규 토큰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도 함께 짚었다.
와즈의 조사는 지갑 뒤에 있는 실제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고,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입증하지도 않았다. 로빈후드가 해당 토큰들을 직접 발행하거나 홍보했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 약점은 공급량 집중이다. 조직이 실제 계약 주소가 알려지기도 전에 물량 70% 이상을 조용히 사들이면, 이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소액의 자본으로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고, 집중된 물량을 던지는 순간 내부자는 이익을 챙기고 일반 투자자는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로빈후드 체인처럼 무허가 발행 구조를 가진 체인일수록 이런 유형의 조직적 사기에 노출되기 쉽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발행 직후 공급량이 특정 지갑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최소한의 방어책이 될 수 있다.
코인포마니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규 토큰 발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검증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측이 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발행 건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함께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