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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상자산 매입가 미증빙 시 판매액 50% 과세 추진
위키트리
독일 연방재무부(BMF)가 내놓은 가상자산 과세 개편안을 두고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개편안에는 투자자가 코인 매입 시점과 가격을 증빙하지 못할 경우 판매 금액의 50%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 조항이 담겼다. 유럽연합 가상자산시장 규제(MiCA) 아래 최대 규모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Circle)의 패트릭 한센(Patrick Hansen) EU 정책·전략 부문 시니어 디렉터는 이 조항이 평범한 개인 투자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투자자가 가상자산 매입 시점과 가격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빙을 세무당국에 제출하지 못하면, 당국은 해당 코인이 2026년 12월 31일 이후 매입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후 판매 대금의 50%를 과세 기준으로 잡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조항이 그대로 시행되면 암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규정 변화 자체를 눈치채지 못하고, 매입 비용을 깔끔하게 증빙할 기술적 여력도 없으며, 최근 몇 년간 별 이익 없이 혹은 손실을 보고 코인을 산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센이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이 조항에 담긴 암묵적 전제다. 매입가를 증빙하지 못하면 판매 대금의 50%를 과세 기준으로 잡는다는 것은 코인 가격이 매입 후 두 배로 뛰었다고 가정하는 셈인데, 실제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1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다른 가상자산들도 이 기간 부진한 성과를 냈다는 점을 짚었다. 한센은 “이대로 조정 없이 시행되면 평범한 투자자는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며 “특히 매입 비용을 깔끔하고 설득력 있게 증빙하지 못하는 이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푈라트(Poellath)의 데이비드 회첼(David Hötzel) 박사는 50%라는 수치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다만 그는 이 조항이 상당한 유동성 위험을 만든다는 점은 인정했다. 특히 자기보관 지갑이나 해외 플랫폼에서 독일 거래소로 자산을 옮기는 거래가 이 공제 대상에 걸릴 수 있다고 봤다.
회첼은 “기존 보유 자산에 대한 보호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문서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익이 크지 않은 거래에서도 이 과세 기준이 높은 잠정 공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센의 우려에 동조한 셈이다.
개편안은 투자자에게 매입 날짜, 수량, 매입 비용, 거래 수수료, 거래가 이뤄진 플랫폼이나 지갑 정보를 기록해두도록 요구한다. 세금 신고서, 거래소 거래 내역, 개인이 직접 정리한 스프레드시트 등으로 이를 증빙할 수 있다. 여러 거래소와 자기보관 지갑을 오가며 거래해온 투자자일수록 매입 이력을 재구성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세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천징수 방식은 2028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의 뼈대는 가상자산 자본이득에 대한 25% 단일세율 도입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소매 투자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새 제도가 통과되면 2026년 12월 31일 이후 새로 매입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수익에 세금이 붙는다. 이전에 매입한 자산과 2027년 1월 1일 이전 취득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기존 보유 자산은 현행 규정을 그대로 따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은 25% 단일세에 5.5% 연대부가세가 더해져 총 26.375%의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NFT와 일부 스테이블코인, 증권형 토큰, 실물자산연계토큰(RWA 토큰) 등은 이번 과세 대상에서 계속 제외된다. 현재 최고 45%의 개인소득세율을 적용받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오히려 단일세 도입으로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장기 보유자에게는 부담이 커진다. 예를 들어 10만유로의 장기 자본이득을 올린 투자자는 단일세와 연대부가세를 합쳐 약 2만6375유로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새 세제가 2028년에 1억6000만유로(1억8220만달러, 약 2472억원, 1달러 1,357원 기준)의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하며, 2031년까지는 연간 최대 3억5000만유로(3억9870만달러, 약 475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