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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한국 최초 유로클리어 인프라 활용 디지털본드 발행
위키트리
하나은행이 유로클리어(Euroclear)의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1억달러(약 1,369억원, 1달러 1,369원 기준) 규모 디지털본드를 발행했다. 5년 만기 외화채권으로, 한국 은행이 유로클리어의 디지털 금융시장 인프라(D-FMI, Digital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를 직접 활용한 첫 사례로 보도됐다. 발행과 동시에 당일(T+0) 정산이 이뤄졌고,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최초의 디지털본드라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채권은 ‘디지털네이티브노트(DNN, Digitally Native Note)’로 불린다. 씨티(Citi)와 유로클리어, 스탠다드차타드가 공동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거래는 하나은행의 첫 DNN 발행이자 유로클리어의 D-FMI 플랫폼에서 실행됐다. 외화 표시 채권으로서 T+0 정산과 D-FMI 활용 모두 한국 은행 최초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채권은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됐는데, 이는 해당 거래소에 상장된 첫 디지털본드이기도 하다. 유로클리어 아시아태평양 최고상업책임자 엘로디 노먼(Elodie Norman)은 “유로클리어의 D-FMI를 통해 디지털본드를 발행한 첫 한국 은행으로서, 하나은행이 아시아 디지털 자본시장의 폭넓은 확산에 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금융시장그룹장 조범준은 “디지털 자본시장이 금융의 미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효율성과 투명성, 금융시장 간 연결성을 높이는 혁신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얀합뉴스는 이 거래를 두고 한국에서 유로클리어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활용한 첫 디지털본드 발행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채권의 특징은 발행·등록·정산 세 단계가 모두 분산원장 위에서 처리됐다는 점이다. 기술을 특정 단계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채권의 생애주기 전반을 하나의 원장 기반 시스템에 올린 구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처리 시간이다. 채권 배분과 대금 정산에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한 결과, 통상 3~5영업일이 걸리던 절차가 발행 당일 처리로 단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이 채권은 유로클리어의 기존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 투자자들은 별도 시스템을 새로 도입할 필요 없이 기존에 쓰던 계좌와 거래 시스템으로 이 채권을 거래할 수 있다. 디지털 발행 채권이 투자자에게 별도 인프라 적응을 요구하는지가 실무적 관심사였는데, 이번 사례는 원장 기반 발행·정산 절차가 투자자들이 이미 쓰는 계좌·거래 체계와 병행돼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씨티는 이번 거래에서 발행 및 지급대행 역할을 맡아 하나은행을 대신해 발행, 정산, 딜러에게 디지털노트를 인도하는 전 과정을 총괄했다. 이후 유로클리어 뱅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배분됐다. 씨티는 D-FMI 플랫폼에서 지금까지 실행된 발행 건 중 대다수에서 발행·지급대행을 맡아왔다고 밝혔다.
씨티 서비스 발행자서비스부문장 더크 존스는 “하나은행의 이번 발행에서 씨티의 역할은 우리가 전 세계 다양한 발행자·시장에서 유사한 거래를 지원하며 쌓아온 디지털 채무시장 규모를 보여준다”며 “이는 한국 금융권에서 최초이자 아시아 디지털 자본시장의 이정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산원장 기술 도입이 확산되면서 채무 발행·정산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씨티가 전통 금융시장 인프라와 디지털 인프라가 수렴하는 전환 과정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조화·실행·유통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주선사와 딜러 자격으로 담당했다.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뱅킹 디지털·전략 이니셔티브부문장 앙쿠르 프라카시는 “새로운 발행자가 하나씩 늘어날수록 시장이 넓어지고, 기관들의 이해가 깊어지며, 향후 도입을 위한 새로운 기준점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거래들이 디지털 자본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장 전반의 익숙함과 신뢰, 역량을 계속 쌓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은행의 이번 거래는 유로클리어가 2023년 10월 출범시킨 디지털 증권 발행 서비스의 연장선에 있다. 서비스 출범 당시 유로클리어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부흥개발은행이 발행한 당시 기준 1억600만달러 규모 디지털본드를 정산했다. 3년 만기였던 이 채권은 지속가능한 개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돼 룩셈부르크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두 채권은 규모 면에서 비슷하지만, 하나은행 채권은 5년 만기로 2023년 IBRD 채권의 3년 만기보다 길다. 발행 주체도 세계은행 산하 기관에서 외화를 발행하는 한국 시중은행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유로클리어의 디지털 발행 인프라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클리어의 노먼은 “이 거래는 디지털 네이티브 발행이 가진 효율성 이점과 기존 시장 인프라가 제공하는 연결성·유동성·투자자 접근성을 결합한 것”이라며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과 전통 시장을 잇는 능력이 디지털 증권을 확대하고 발행자·투자자 모두에게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시키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한국 발행자들이 기존 시장 인프라를 통해 원장 기반 채권 발행에 접근하는 방식의 참고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