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읽음
여고생 살해 장윤기, 사형 구형 후 반성문 제출
위키트리
0
광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장윤기가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사죄의 뜻을 담은 서신을 제출함에 따라 법원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반성문 내 핵심 범행 동기 누락과 동료 재소자의 증언 등이 상충하면서 일각에서는 진정한 반성보다는 양형 감경을 노린 전략적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법조계 및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윤기는 1심 판결을 앞두고 법원에 A4 용지 5장 분량이 담긴 반성문을 제출했다. 해당 반성문에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을 향해 '죄송하다'거나 '사죄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총 16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성문 세부 내용에 따르면 장윤기는 사건 당시 범행 현장에서 피해 여고생을 도우려다 범행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친 남학생을 향해 "평생 흉지는 자국을 남게 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살해 사건 이전에 저지른 별개의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원치 않은 육체적 관계가 이기적인 행동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기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죄 표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이나 반성이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윤기는 여고생 살해 사건 자체에 대해 사과의 뜻만 짧게 밝혔을 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지목된 핵심 범행 동기인 '성적 목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나 소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성문 내에 범행의 결정적 동기에 대한 반성이 결여돼 있자 일각에서는 해당 반성문 제출이 감형을 받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감 생활을 함께했던 동료 재소자의 증언이 공개되면서 이런 논란은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장윤기와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재소자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장윤기는 구치소 내부에서 범행 동기를 설명할 때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장윤기에게 '여고생을 왜 살해했느냐'고 묻자 장윤기가 "성 판타지가 그런 쪽이다. 미성년자, 학교, 중·고등학생 그런 게 있다"고 직접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장윤기가 형량과 관련해 "무기징역보다는 사형을 받고 싶다"며 "빨간색 명찰(사형 확정 수형자)이 멋있다. 자기는 여기서 평생 살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사석에서 집요하게 이어갔다고 털어놓았다. 법원에 제출된 반성문 속 태도와 구치소 내부에서 보여준 언행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면서 반성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이 실제 법원의 양형 판단에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감경 요소 중 하나로 '진지한 반성'이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형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형량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수차례에 걸쳐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거나 사죄의 단어를 반복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인 감형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법원이 양형 요소로서 인정하는 '진지한 반성'은 문서에 적힌 문구보다 피고인의 객관적인 행동과 범행 후 정황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할 때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했는지 여부와 더불어 피해 회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피해자 및 유족과의 합의가 이뤄졌는지, 재판 과정 전체에서 보여준 피고인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사망해 피해 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강력 범죄의 경우 서면으로 제출된 반성문만으로 형을 크게 감경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피해자의 삶이 송두리째 빼앗긴 상황에서 서면상의 사과가 유족의 처벌 불원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본 사건은 지난 5월 광주광역시의 한 보행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장윤기는 아무런 친분이나 일면식이 없던 여고생을 상대로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한 현장에서 범행을 제지하고 피해자를 도우려 했던 남고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검찰은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장윤기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 명령과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피고인 장윤기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