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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제 5.7조 투입,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 검증 필요
아주경제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말부터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지난 19일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되는 10차 최고가격제는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직전 9차 최고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최고가격제 손실보전에 투입될 수 있는 재정은 올해와 내년을 합쳐 5조6497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제도를 약 6개월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목적예비비 4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는 당초 예상했던 6개월을 넘어 10차까지 연장된 상태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예산 1조4497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내년도 최고가격제가 올해 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정유사 손실을 정산하기 위한 재원이다.
다만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도 소비자 편익을 정확하게 어렵다는 점은 한계다. 최고가격제가 직접 제한하는 대상은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지불하는 소매가격이 아닌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이다.
정유사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주유소의 기존 재고와 실제 매입가격, 유통비용, 가격 반영 시차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가격 제한폭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이전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류 평균 판매가격의 상승과 하락이 혼재해 단순한 시행 전후 가격 변화만으로 정책의 순효과를 추출하기 어렵다.
손실보전 규모와 산정 과정의 투명성도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원유 구입비 등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손실을 산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유사별 신청액을 회계법인이 검증하고 회계·법률·석유시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산위원회가 심의한 뒤 최종 보전액을 결정하는 구조다.
다만 정유사별 신청액과 회계법인 심사액, 정산위원회 조정액 및 최종 보전액을 확인하기 어려워 최고가격제에 지출되는 재원의 규모와 적정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유사별 손실보전액뿐 아니라 같은 기간 소비자의 유류비가 실제 얼마나 절감됐는지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효과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지난 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평균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월에는 재정경제부가 최고가격제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약 0.3%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제도 장기화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향후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산한 물가 안정 효과와 실제 소비자의 유류비 절감액, 정유사 손실보전액을 한데 놓고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비자 편익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최고가격제를 언제·어떤 기준으로 조정하거나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