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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 스캔들 조원 역 도전, 정지우 감독 향한 신뢰 표명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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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있는 작품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따라붙는다. ‘스캔들’에 출연을 결정한 배우 지창욱도 당연히 그 부담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우 감독이 빚어낸 ‘스캔들’에서 조원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건,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한다는 의미보다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에 닿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캔들’(극본 이승영‧안혜송, 연출 정지우)​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782년 발표 이후 수많은 이들을 사로잡아온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가 정 감독의 연출력을 거쳐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조원 역을 맡은 지창욱은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는 건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고전이라는 게 저에게는 큰 용기가 됐다. 조원이라는 캐릭터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무엇보다 정지우 감독님과 작업하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용기가 있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창욱이 바라본 조원은 조씨부인, 희연을 동시에 사랑하는 바람둥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좋아하면서 미워하고, 사랑하면서도 보기 싫어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한 사람 안에서 계속 충돌해서다. 그래서 지창욱은 인물의 감정을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조원의 상태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정지우 감독님이 원하는 방식이라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창욱은 “사람의 심리에 해답은 없는 것 같다. 계속 흔들리고 알 수 없다. 감독님이나 저도 ‘이 감정은 이거야!’라고 정답을 내려놓고 하진 않았다. 제가 표현하는 걸 감독님이 보시면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하셨다. 하다 보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했다”라며 “이런 과정은 제게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다. 이전까지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파악하고 들어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캔들’에서는 정지우 감독님과 대화하며 현장에서 감정을 발견했다. 첫 촬영부터 그 낯선 방식이 선명했다. 조씨부인과의 재회 장면을 첫날 찍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아직 몸도 풀리지 않았는데 조원과 조씨부인이 대면하는 중요한 장면을 왜 첫 촬영으로 배치했을까 싶었다. 추측하건대 익숙함에서 나오지 않는 새로움을 원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저는 그 장면의 제 연기가 배우로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새로운 호흡을 느꼈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관계는 지창욱에게 ‘스캔들’을 해석하는 중요한 열쇠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 영향을 준 조씨부인은 사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존재다. 조원이 그녀를 사랑한 것인지조차 의심했다. 마지막엔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과 복수가 놓여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희연에게서 느낀 것은 처음 경험한 따뜻함이었다. 지창욱은 이날 “제 대사 중 ‘따뜻하더이다’라는 대사가 조원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방탕과 쾌락을 좇으며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온기를 건넨 희연을 만났고, 그것이 오히려 그를 흔들었다”라며 “조원이 희연에게 따뜻함을 느낀 건 분명한 것 같다.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꼭 사랑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따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조원은 희연을 살리고 싶었던 마음이었고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복잡한 세 사람의 관계를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손예진과의 호흡은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들었다. 지창욱은 “손예진 선배님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조차 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표현했다.

“손예진 선배님과 촬영하면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웃음) 항상 그런 기분으로 퇴근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선배님이기도 해서 부끄럽지 않은 파트너가 되고 싶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뒤로 갈수록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선배님이 극의 중심을 잡고 기둥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나나와의 호흡에서는 “선‧후배의 구분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특히 감정을 끊임없이 드러내야 하는 희연 역의 나나 씨를 위해 현장의 긴장을 덜어주는 동료가 되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베드신도 수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남자 배우에게도 부담스러운 장면인 만큼 정지우 감독은 촬영을 후반부로 배치했고, 나나와 서로 충분한 신뢰와 유대가 쌓인 뒤 진행했다. 지창욱은 “베드신이 비주얼적으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이 장면이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완성된 시리즈를 본 뒤에는 정지우 감독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라는 지창욱은 “완성된 ‘스캔들’은 정지우 감독표 ‘스캔들’을 본 것 같다. 감독님의 시선과 문법으로 다시 쓰인 작품”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지창욱은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마저 흥미롭게 바라본다고 한다. “원작과의 비교도, 느린 호흡에 대한 반응도, ‘한국의 브리저튼’이라는 시선도 다 흥미롭다”라며 “저는 작품의 출연을 결정할 때 저만의 명분이 필요하다. 내가 이 작품을 하는 이유, 하고 싶은 이유를 찾는다. ‘스캔들’은 원작에 있는 캐릭터를 정지우 감독님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으며 변하고 있다는 지창욱은 여전히 작품을 선택할 때 설렘을 찾는다. “액션도, 멜로도, 익숙한 장르도 가리지 않지만 그 안에서 제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 있어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배우로서 변하는 거 같다”라고 긍정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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