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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가능한 사랑, 9월 23일 개봉 및 넷플릭스 공개
맥스무비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 미옥(전도연 분)과 호석(설경구 분),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특히 네 사람이 함께 보내는 휴가는 그들 사이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가 존재한다.
대기업 공장 노동자인 호석은 대규모 해고와 파업 사태를 겪은 인물이다. 그에게 그 시간은 경력의 단절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반면 상우(조인성 분)는 물려받은 재산과 자신의 능력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예지(조여정 분) 역시 상우와 결혼한 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됐다. 두 부부가 같은 식탁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말을 듣는다고 해서 같은 세계에 사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긴 러닝타임을 견인하는 것은 극적인 반전보다 네 인물의 감정선이다. 예지는 카메라를 통해 미옥과 호석의 삶을 사랑해 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난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잖아”라는 말처럼 타인의 삶에 다가가려는 태도에는 어느 정도 진심이 있다. 그러나 그마저 경제적·사회적 거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순간, 예지가 가진 선의는 복잡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결국 타인의 삶 바깥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조인성과 조여정의 연기도 다른 결을 만든다. 상우는 자신의 풍요를 특별한 특권처럼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자연스러움 때문에 다른 인물과의 간극이 더욱 선명해진다. 예지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면서도 자신이 누리고 있는 세계의 감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조여정은 이 모순을 과장된 허영이 아니라 미묘한 표정과 말투로 쌓아올렸다.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은 영화가 끝날 때쯤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사랑은 연애나 부부 관계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계급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다면 어디까지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놀라운 점은 이창동 감독이 여전히 동시대의 공기를 포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과 자본, 계급의 차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이해하는 방식, 좋은 의도와 불편한 욕망이 뒤섞이는 순간까지 ‘가능한 사랑’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표면을 조용히 담아냈다.
‘초록물고기’(1997)부터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으로 이어진 이창동의 영화 세계에서 인간은 늘 쉽게 해석되지 않는 존재였다. ‘가능한 사랑’ 역시 그 계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극장 개봉은 9월 23일, 넷플릭스 공개는 11월 6일. 러닝타임 16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