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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파산 항공 데이터 매입, AI 학습용 기업 정보 보호 시급
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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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최근 미국에서 흥미로운 거래가 성사됐다. 두 차례 파산 끝에 결국 문을 닫은 저비용항공사 스피릿항공 내부 ‘데이터’를 구글이 사 간 것이다. 거래 규모는 약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나 회사 부동산도 아니고 고작 데이터를 사는데 구글이 이처럼 큰 금액을 지불한 이유가 있다. AI(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구글이 구입한 데이터에는 개인정보인 스피릿항공 고객 정보를 제외하고, 이 항공사 재무·마케팅·인사·코드 기록을 비롯해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와 이메일, 생산성 보고서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다.

항공사 가격 결정, 예약 곡선, 환불·결항 처리 데이터는 여행 산업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를 훈련하는 데 결정적 재료가 된다. 구글이 준비 중인 항공권 예약 AI 기능을 염두에 두면, 이 거래는 치밀하게 계산된 포석이다.

파산한 항공사 승무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비식별화 절차가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데이터 설계 구조를 들여다보면 특정 인물이나 팀 단위로 식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거래가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거 같다.

게다가 막판에 ‘마이크로1’이라는 AI 스타트업이 구글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스피릿항공 데이터 인수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승무원 노조는 매각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비식별화 안전장치’를 요구할 뿐이다.

법원은 구글에 대해 보다 엄격한 익명화 등 추가 보호장치를 부과하는 선에서 매각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건은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마이크로1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회사가 파산하면 채권자들은 마치 하이에나처럼 남아있는 자산을 남김없이 뜯어간다. 회사 보유 현금, 예금은 물론이고 회수 가능한 채권, 부동산, 설비, 심지어 지식재산권 등 현금화할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정리한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도 환가 절차를 밟게 됐다. 회사가 사라지더라도 그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디지털 흔적은 고스란히 살아남아 누군가의 AI 학습 자산으로 재탄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인수·합병(M&A)이나 사업 정리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상황에 관한 규정이 국내법 체계에서 충분히 정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국내엔 한가지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미 허공에 떠돌고 있는, 수천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문제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90도 가까이 고개를 숙인 CJ 티빙 임직원들 모습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난 6월 1900만여 건 개인정보가 털렸고 곳간 열쇠까지 도난당했는데, 범인이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지난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퇴사자가 2270만 건이나 되는 회원 정보를 노트북에 담아 중국으로 돌아가 버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통신회사들 유출 사건도 익숙한 뉴스다. SK텔레콤 가입자 주요 정보 등 2324만 건이 해킹으로 유출됐고, KT 이용자들은 가짜 기지국을 활용한 소액결제 사건으로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홈쇼핑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166만 건이 유출돼 최근 개인정보위에서 과징금 128억 원 처분을 받았다.

얼마 전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홈플러스가 돌연 떠오른다.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대구 1호점을 시작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창립 29주년을 맞았다.

한때 이마트, 롯데마트와 함께 대형 마트 ‘빅3’로 불리며 한국 시장을 주름잡았었다. 수만에 달하는 직원과 협력업체, 입점업체들이 30년 가까이 일하며 쌓여진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만약 글로벌 빅테크가 홈플러스 기업 데이터를 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안 그래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물론 공공기관들의 잇따른 유출 사고로 인해 한국인들 개인정보는 ‘공공재’로 변한 지 오래다.

흩어진 공공 개인정보는 구글이 스피릿항공 데이터를 구입할 때 부가했던 추가 보호장치와 같은 거추장스러운 조건 없이도 ‘돈만 내면’ 얼마든지 획득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 기업들은 ‘서울 강남 거주 중산층 40대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을 구사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구입한 기업 데이터에 떠돌아다니는 개인정보를 매칭시키면 공략을 원하는 그룹의 ‘A씨’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A씨 개인정보와 매칭된 기업 데이터를 통해 그의 구매 이력, 이동 정보, 통신 정보, 검색 기록, 금융 정보, 가족관계, 직장 정보 등을 순식간에 찾아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작업은 결코 A씨만으로 끝나지 않게 된다. A씨 배우자인 B씨, B씨 친동생인 C씨, C씨 고객인 D씨, D씨와 불륜 관계인 E씨 등등 한국에 사는 누구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불길한 미래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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