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읽음
[전망] 이재근號 KB금융 출범에 금융권 54명 연말 칼바람 예고...'이환주 행장 연임' 최대 관심
알파경제
실적만 좋으면 연임이 보장되던 기존의 이른바 '2+1(기본 2년·연임 1년) 구조' 관행이 무너지면서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CEO 54명의 거취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세대교체의 이면에는 이사회의 철저한 독립성이 자리하고 있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되기 위해서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소속 사외이사 7명 중 최소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현재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명활·차은영·김선엽·서정호)이 양 회장 취임 이후 회추위에 새로 합류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과거 윤종규 전 회장 시절 선임된 3명(조화준·최재홍·김성용)이 모두 이재근 후보를 지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직 회장 임기 중 합류한 4명 중 최소 2명 이상은 양 회장이 아닌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셈이다. 경영진과 거리를 둔 이사회의 파격적인 표결 결과가 인적 쇄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선 압박도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권의 폐쇄적인 승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관행과 자회사 CEO 승계 과정의 불투명성을 공개적으로 꼬집으며 금융회사 이사회 차원의 선제적 변화를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새 수장을 맞이한 KB금융의 시선은 당장 12월로 예정된 자회사 CEO 인사로 쏠린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2022년 업계 최연소 국민은행장을 지낸 이재근 후보는 최근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교체를 하지는 않겠다"며 능력 위주의 등용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 CEO 12명 중 무려 10명의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
이 중 4명(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홍구 KB증권 WM부문 사장, 성채현 KB부동산신탁 사장,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은 1966년생인 이 후보보다 나이가 많아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이환주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은행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조 2254억 원의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탄탄한 성과를 증명했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새 회장 취임 직후 단행되는 첫 은행장 인사라는 쇄신의 상징성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나아가 KB발 인사 폭풍은 경쟁 금융지주사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올 연말 5대 금융지주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5대 은행장을 포함해 총 54명에 달한다.
지주별로는 하나금융 13명(이호성 하나은행장 등)과 신한금융 12명(정상혁 신한은행장 등), 우리금융 12명(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NH농협금융 7명(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등이 빽빽하게 인사 대상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이 실적 위주의 연임 관행을 선도적으로 깨뜨린 만큼 타 금융지주 역시 쇄신의 기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인적 쇄신을 넘어 근본적인 지배구조의 뼈대를 바꾸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는 "수장 교체라는 단기적인 인적 쇄신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지배구조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실질적인 굵직한 의사결정은 지주회사가 주도하면서 정작 금융사고나 실적 부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자회사 은행장에게만 책임을 묻고 지주사는 한 발 물러서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인중 데이터히어로 대표이사는 "이번 세대교체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주와 자회사 간 투명한 권한 분배와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상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