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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숙면 돕는 침구 관리, 얇은 이불 여러 장 겹치기
위키트리
낮에는 반팔로도 덥고 밤에는 이불을 끌어당기게 되는 날씨가 9월 중순 들어 부쩍 심해졌다. 여름 이불을 그대로 덮으면 새벽에 한기가 들고, 겨울 이불을 미리 꺼내면 자정 무렵 더워서 이불을 걷어차는 일이 반복된다. 침실 온도와 이불을 하루아침에 겨울 모드로 바꾸는 대신, 밤새 변하는 기온에 맞춰 겹치고 벗기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해법이다.
환절기가 되면 여름 이불을 걷어내고 두꺼운 극세사 이불이나 오리털 이불 하나로 바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9~10월 밤은 잠들 때는 후텁지근하다가 새벽에는 뚝 떨어지는 식으로 한 이불로 커버하기 어려운 폭으로 오르내린다. 미국 수면 정보기관 슬립파운데이션(Sleep Foundation)은 여름 침구를 두꺼운 이불 하나로 통째로 바꾸지 말고, 얇고 통기성 좋은 시트에 벗고 덮기 쉬운 얇은 담요 한두 장을 겹치라고 권한다.
이렇게 겹쳐 두면 밤 11시엔 시트만 덮고 자다가 새벽 온도가 떨어지면 옆에 놓인 담요를 끌어당기는 식으로 몸이 직접 조절할 수 있다. 두꺼운 이불 한 장은 한 번 더워지면 젖혀낼 수밖에 없고, 다시 추워졌을 때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잠이 자주 깬다. 면이나 린넨 소재 잠옷과 이불 커버는 화학섬유보다 열을 덜 가둬 이 온도 조절을 도와준다.

수면은 시상하부에 있는 생체시계가 조율하는 리듬을 따른다. 사람의 심부체온은 평소 37도 안팎을 유지하지만 밤 동안에는 약 1도 정도 오르내리며, 이 하강은 잠들기 약 2시간 전부터 시작돼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와 함께 일어난다. 몸이 스스로 체온을 낮추려는 이 시간에 침실이 계속 더우면 자연스러운 하강이 방해받는다.
체온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몸은 혈관을 넓혀 손과 발 쪽으로 혈류를 보내 열을 밖으로 내보낸다. 이 때문에 잠들기 전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을 몸 전체가 더워진 신호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심부의 열을 빼내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슬립파운데이션은 이런 자연스러운 체온 하강과 맞물리도록 침실을 18~20도 정도로 낮춰두는 것이 잠들고 깊이 자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침실이 계속 더우면 이 열 배출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몸은 뜨겁고 축축한 상태로 남고, 정신은 지쳐 있으면서도 잠들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기 쉽다. 심부체온이 높게 유지될수록 깊은 수면 단계인 서파수면 비율이 줄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 슬립파운데이션의 설명이다. 반대로 심부와 손발 사이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열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성인 침실에서는 얇은 면 시트를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벗기 쉬운 얇은 담요 한두 장을 겹쳐두는 방식이 기본이다. 밤에 덥다면 담요를 걷어내고 시트만 덮고, 새벽에 추워지면 다시 끌어올리면 된다. 낮 동안 블랙아웃 커튼으로 직사광선을 막아두면 방 자체가 데워지는 것을 줄여 취침 시간대 온도를 낮게 유지하기 쉬워진다.
아기방은 성인 침실보다 살짝 온도를 높여, 최대 20~21도 안팎으로 유지하는 편이 낫다. 아기는 체구가 작고 체온 조절 기능이 아직 발달 중이라 주변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불 대신 안전 인증을 받은 아기 전용 옷으로 온도를 맞추고, 배나 목덜미를 만져 너무 덥거나 차갑지 않은지 확인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수면의학 전문의 데이비드 로즌(David Rosen)은 어른이 자기에도 더운 방이라면 아기에게도 마찬가지로 덥다고 본다. 방이 지나치게 더운 상태는 영아돌연사증후군 위험과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아기방에 두꺼운 이불이나 베개를 겹겹이 쌓아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창문은 아침에 짧게 열어 밤새 데워진 공기를 내보내는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가을철에는 돼지풀(라그위드)과 쑥, 환삼덩굴 같은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와 겹치므로, 미세먼지나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은 환기 시간을 줄이고 대신 공기청정기로 순환시키는 편이 낫다. 낮 동안은 커튼을 닫아 직사광선이 방 안에 열을 쌓지 않도록 하면 밤에 창문을 다시 여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둔 채 잔다면 바람이 밤새 얼굴에 그대로 닿지 않도록 각도를 벽 쪽이나 천장 쪽으로 돌려두는 것이 좋다. 얼굴에 직접 닿는 바람은 코와 목의 점막을 마르게 해 오히려 새벽에 깨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이 차가워졌다고 무조건 더 건강한 것은 아니므로, 온도계로 실제 침실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며 조절하는 습관이 유용하다.
가을철 침실 관리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침구 세탁이다. 메이오클리닉은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시트와 베갯잇, 담요를 매주 54도 이상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진드기 차단 커버를 씌우고, 헤파 필터가 달린 청소기로 매트리스와 침구 주변을 청소하며, 털이 있는 반려동물은 침실에 들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안내한다. 국내에는 침구 세탁 온도에 대한 별도의 공식 권고 기준은 따로 없지만, 진드기와 꽃가루가 함께 늘어나는 환절기에는 이 정도 관리만으로도 재채기나 코막힘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손발이 유독 차가운 사람은 수면 시작이 늦어지기 쉬운데, 이는 앞서 설명한 혈관 확장을 통한 열 배출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얇은 수면용 양말을 신거나 발 쪽에 담요를 한 겹 더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몸 전체를 덥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발만 따뜻하게 해 자연스러운 체온 조절 신호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불과 온도를 다 조절했는데도 뒤척임이 계속되거나, 밤에 유독 심하게 땀이 나거나 코막힘과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침구 문제로만 보기보다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하다. 침실 온도와 침구 관리는 수면의 큰 축이지만, 이런 증상이 며칠 이상 이어진다면 원인이 다른 데 있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