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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광 류승룡 하지원, 화려함 뒤 가족 연대기 기록
아주경제영화 '비광' 스틸컷 사진=㈜콘텐츠지오, ㈜플레이그램
영화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가족 연대기다. 한때 한국 야구의 간판스타와 톱스타 배우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중구와 남미는 동주의 등장 이후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고 8년 뒤 다시 같은 사건 앞에 선다.
8년이라는 시간은 얼굴과 옷차림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그중에서도 남미는 가장 화려했던 시절과 모든 걸 잃은 지금의 낙차가 큰 인물이다. 하지원은 말투와 호흡까지 바꿔가며 두 시기를 갈라놓았다.
"감독님이 설정을 정말 잘해주셨어요. 그 갭 차이가 남미의 매력이기도 하잖아요. 톱스타였을 때는 말투도 조금 더 거칠고 세고, 화려한 골드 드레스 같은 비주얼이 있었어요. 반대로 추락한 뒤에는 헤어도 탈색해서 더 상하게 만들고, 피부 관리도 안 한 느낌으로 갔어요. 초반의 남미는 건강한 느낌이 있었다면 8년 뒤에는 생활감이 더 느껴져야 했거든요. 그래서 외적인 변화와 말투, 언어, 대사 톤, 호흡까지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잡아갔어요."(하지원)
"외형적으로는 감량을 많이 해보자고 했어요. 피부 관리도 당분간 하지 말고, 필라테스도 하지 말고, 목소리가 너무 밝고 명랑하니까 담배도 좀 피워보시라고 요청했어요. 하지원 배우가 정말 독하게 해왔어요. 저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과 많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쓴 캐릭터들이 배우들이 많이 겪지 않았던 밑바닥의 인물들이 많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헤매게 되는 것 같거든요. 하지원 배우와도 그런 작업을 많이 했고, 술도 마시면서 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봤어요."(이지원 감독)
영화 '비광' 스틸컷 사진=㈜콘텐츠지오, ㈜플레이그램
중구도 의상으로 지나온 시간을 보여준다. 이지원 감독은 류승룡에게 "이전에 입어본 적 없는 의상"을 요청했고, 독특한 프린트에 '비광' 문신까지 더해 중구만의 개성을 만들었다.
"화려한 옷들도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구의 취향이고, 그 사람이 버리지 못한 과거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남미의 옷도 일관성이 있고요. 그런 선택들이 다 인물을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류승룡)
"사실 저는 의상이 그렇게 특별한 줄 몰랐어요. 나중에 편집하면서 '명품 로고가 너무 심했나'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중구가 처음 등장했다가 과거로 갔다가 다시 그날로 돌아오는 구조라서, 같은 날이라는 걸 인식시키려면 의상이 특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사 때도 다시 입고 나와야 하니까 중구에게 너무 특별한 의상이어야 했고요. 가장 비싼 옷, 잘나가던 시절 골랐던 옷이라는 설정이 있었어요. 중구라는 인물도 범상치 않고 불같은 성격이니까 그런 의상을 고를 사람이라고 본 거죠."(이지원 감독)
그렇게 각자의 옷을 입은 가족들이 한집에 모였다. 중구의 어머니 기식(김해숙 분), 누나 지숙(김선영 분), 매형 성명(김영민 분)은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동주를 지키려 함께 움직인다.
"선영 언니랑은 정말 영광이었어요. 리허설하면서 나오는 생활감이 너무 좋았고, (연기적) 표현들도 너무 많이 배웠어요. 언니랑 또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김해숙 선배님과 함께한 것도 너무 영광이었고요. 이 영화의 가족들과 함께 촬영한 선배님들이 다 너무 좋았어요. 생활감 있는 삶이 느껴지는 연기였잖아요. 너무 재밌었고, 가족들과 너무 짧게 만나서 아쉬울 정도였어요."(하지원)
영화 '비광' 스틸컷 사진=㈜콘텐츠지오, ㈜플레이그램
"저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한테 계속 물어봤어요. 저게 대사였나, 애드리브였나 하고요. (제사 신에서) 김선영 배우가 혼자 넋두리하고, 갑자기 쳐들어오면서 동시에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일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같았어요. 각자 '이렇게 합시다' 한 적은 없는데 감독님이 뒤에서 다 조정해주셨어요. 들어가면 그게 만들어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류승룡)
중구와 남미의 관계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한때 부부였지만 동주의 등장으로 갈라섰고, 8년 뒤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원은 리허설로 호흡을 맞추기보다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오빠가 저보다 먼저 중구 역으로 캐스팅돼 있었어요. 저는 오빠와 꼭 같이 해보고 싶었고 너무 영광이었어요. 평소에는 정말 재미있으신 분이고 아재개그도 많이 하시는데, 촬영할 때는 안 하셨어요. 저희 역할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복잡 미묘한 부부 관계잖아요. 그래서 리허설을 맞춘다기보다 오빠가 현장에서 그 무드 자체를 만들어주셨어요. 너무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고, 함께한 장면이 더 많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하지원)
"하지원 배우는 우리나라에서 리액션이 제일 좋은 배우 같아요. 진지한 리액션도 그렇고, 웃음도 정말 좋아요. 보잘것없는 하찮은 유머에도 웃어줘요. 너무 고맙죠. 현장에서는 중구와 남미의 복잡하고 미묘한 부부 관계를 같이 만들어가야 했는데, 하지원 배우가 정말 잘 받아줬어요."(류승룡)
영화 '비광' 스틸컷 사진=㈜콘텐츠지오, ㈜플레이그램
영화 결말에 이르러서도 중구와 남미의 관계는 쉬이 정리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응원의 뜻을 내비친 중구와 남미에 관해 류승룡과 이지원 감독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재결합은 안 했을 것 같아요. 만약 재결합할 정도로 봉합될 관계였다면 친자 불일치가 있었을 때 이미 이야기해서 풀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봉합되는 관계라기보다는 여러 사정들이 있었던 관계라고 봤어요."(류승룡)
"둘이 어떻게 사랑했을까 생각해보면, 중구는 기식과 비슷한 측은지심이 있었을 것 같아요. 남미 역시 중구의 한마디에서 위안을 얻었을 거고 그것 또한 사랑이라고 느꼈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중구와 남미가 마지막 이후에는 각자의 길을 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안 보는 게 맞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남미는 계속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면서 배우의 길을 갈 것 같고, 중구는 동주와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다가 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딸을 둔 아빠가 되기도 하겠죠. 동주와 남미는 가끔 볼 것 같기도 하고, 남미가 '잘 살라'고 하고 갔으니까 안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끔 만나는 끈끈한 유대감이 있는 남 같은 사이일 수도 있고요."(이지원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