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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비용 압박에 정부 파병 검토 고심
아주경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에 기여하지 않은 국가들에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파병 결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한미 국방 당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소통에 나서기로 하면서, 정부의 군사적 기여 방안이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다만 중동 전선 확대와 장기전 우려로 장병 안전과 철수 조건이 군사적 기여의 핵심 전제로 부각됨에 따라 정부의 장고가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15일 외교·안보 당국에 따르면 한미는 16~18일 부산에서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합방위태세, 조선 협력 등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식 의제에는 없지만, 최근 미국이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기여 확대를 재차 강조해 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 한국의 파병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이 사기극 같은 분쟁이 끝났을 때 마땅히 미국에 비용을 상환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나라들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군사적 기여뿐 아니라 비용 부담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 셈이다. 정부로서는 해상로의 안전 확보와 한미 관계, 중동 분쟁에 연루될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악화되는 중동 정세도 정부의 결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원유 확보를 위해 이란에 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군사 주둔 등이 현실화할 경우, 제한적인 해상교통로 보호 임무를 전제로 한 파병이 자칫 장기화하거나 임무 성격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병력 파견 이외의 선택지도 검토 중인 가운데, 여권에서는 반대·신중론과 함께 종전 및 장병 안전을 전제로 한 조건부 파병론도 확산되고 있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군이 임무를 수행하려면 안전이 확보되는 ‘허용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무 검토 단계에서도 군사적 기여 수준은 물론, 어떤 조건에서 이를 끝낼지가 파병 정국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최근 국방부 현지조사단의 점검 결과 등을 토대로 파병 시 임무 종료와 철수 기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주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정부의 군사적 기여 수준이나 검토 방향도 담화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향후 정부가 호르무즈에 대한 ‘군사적 기여’를 현실화하더라도, 어떻게 안전한 ‘출구 전략’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결국 대국민 설득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어 철수 조건을 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파병 이후 철수 조건을 사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설득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어 최소한 기술적 지원 등 어떤 형태로든 기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부로서는 한미 관계에 얽힌 여러 사안을 고려해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