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읽음
미국 국채금리 5% 육박, 글로벌 부채 위기 신호탄
비즈니스포스트
국채 금리 인상은 다양한 원인이 겹친 데 따른 것이나 기본적으로 미국 등 주요국들의 국가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빚이 쌓인 사람에게는 빚을 더 꾸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의 공공부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4%로 약 97조~100조 달러에 이른다. 한화로는 무려 13경~14경 원이다.
2020년대 말이면 이 공공부채는 세계 GDP의 100%에 달해 약 115조~120조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이 약 105조~110조 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지구상 모든 정부가 진 빚의 합이 전 세계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총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 전체와 맞먹는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신규로 조달할 채권 규모는 총 18조 달러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이다. 2025년 기준 OECD 그룹 전체의 부채 이자 상환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GDP의 3%에 달한다.
특히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런 국면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전체 부채의 약 40%에 해당한다. 미국의 GDP가 세계 GDP에서 약 26~27%임을 감안하면, 미국은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
미국의 세입은 약 5조5천억 달러인 반면, 세출은 7조5천억 달러로 거의 2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지출이 수입을 약 40% 초과한다. 민간이 보유한 연방 부채는 약 32조 달러로, 연간 수입의 약 6배이자 미국 가구당 24만 달러(약 3억2천만 원)에 달한다.
이자 비용만 연간 1조 달러에 육박한다. 수입의 약 20%, 연간 적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미국 국방비 1조500억 달러에 육박하고, 내년부터는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다시 능가하게 된다. 이미 2024년에 미국은 국채 이자로 그해 국방비보다 많은 돈을 썼다. 193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자 지급 외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 약 10조 달러를 차환(리파이낸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국의 총 부채 상환 요구액은 약 11조 달러로 연간 세입의 두 배에 달한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재정 적자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연방 부채가 약 55조~60조 달러로 증가하여 25조~30조 달러의 채권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7월 말부터 시장 개입에 나섰으나, 일회성 효과에 그치고 국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7월31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방어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채를 팔 가능성을 막기 위해, 엔화 방어 공조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8월 들어 미 국채 되사기(바이백) 규모를 20억 달러에서 시작해 60억 달러까지 증액했음에도 국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급기야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평가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10일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964%로, 전날 대비 12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5%를 돌파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30년물 국채도 5.3%를 넘어, 200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국채 폭락은 미국이 선도하는 이런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문제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데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를 위한 자본조달을 하려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태로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이 안고 있는 국가부채 문제는 일반적 국가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국이 이를 지탱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국가부채나 재정적자라면, 보통의 나라에서는 환율 폭락의 폭탄을 맞고 국가부도가 난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통화인 달러로 빚을 지기에 이런 환율 폭락이 없고, 미국 국채와 달러는 세계 각국의 준비 자산이다. 각국이 무역을 달러로 하고, 준비자산을 달러로 쌓고, 환율을 달러에 맞춰 관리하고, 미국의 달러 통제를 수용하는 상황이 미국을 국가부도로 내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기축통화를 가진 패권국가도 영원하지는 않다.
미국의 부채 문제를 계속 경고해온 월가의 전설적 투자가 레이 달리오는 최근 발표한 '채권 시장의 수요와 공급 문제'에서 미국의 부채 문제가 종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이 주도한 미국의 엔화 방어 개입, 재무부의 국채 되사기, 그럼에도 국채 이자의 지속적인 상승이 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채가 소득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고, 팔아야 할 채권의 공급이 그 수요보다도 훨씬 커질 때가 전형적인 '대형 부채 주기'(Big Debt Cycle)라고 규정했다. 지금 미국이나 선진국들이 그런 대형 부채 주기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특히 정부 수입 대비 정부 부채 상환 비용이 상승하여 비정상적으로 다른 지출을 밀어낼 때, 정부 채권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너무 커져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때, 재무부가 채권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국채 발행 만기를 단기화할 때 등이 이런 대형 부채 주기의 말기적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 80년 동안 장기간 진행되는 대형부채주기를 감안하면, 미국은 그 폭발 시점이 2027년(오차범위 ?2년)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늦출 수 있고, 그 폭발이 일어난다고 해도 파국은 아닐 수 있다.
그는 지출 억제, 세입 증대, 실질금리 인하의 균형잡힌 대책을 통해서 정부의 부채 및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약 3% 수준에서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안했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실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을 감행하고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은 1990년대에 재정적자를 흑자를 돌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계속된 전쟁의 천문학적 전비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키웠다. 이번 국채 폭락도 이란 전쟁이 뇌관이 됐다.
시장에서는 이제 재정억압(Financial Repression)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채권을 강매하는 등 강제로 시장을 조정해 부채와 손실을 떠넘기는 것이다.
트럼프는 8월22일 베선트 재무장관의 국채 시장 부양 노력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자, 국채 되사기는 "한 가지 유형의 개입"이라며 "궁극적인 개입은 우리의 군사력이다. 필요하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섬뜩한 발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집권에 앞서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 일본, 대만, 유럽 등이 보유한 짧은 만기의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초장기채나 이자가 거의 없는 영구채로 강제 교환(스왑)하는 등이 내용을 담은 이른바 '마러라고 협정'을 구상하기도 했다.
지금 시장과 경제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시장은 글로벌 장기 차입 비용의 지표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5% 돌파를 주시한다. 이 금리가 닷컴 버블 이후 형성된 상단인 5%를 결정적으로 돌파할 때, 인공지능 버블이 터질 것으로 우려된다.
5% 돌파는 고금리가 고착화되는 신호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인공지능 대형 프로젝트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올해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매출은 약 2000억 달러 수준으로,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기타 인프라에 지출하고 있는 1조 달러 이상의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인공지능 기업들은 신규 채권 및 주식 발행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데,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면 이 두 가지 자금 조달 채널이 모두 위축된다.
이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9%를 넘었고, 오는 11월까지 5% 선을 통과한다면, 10년물 금리는 불과 6개월 만에 75베이시스포인트(bp) 이상 상승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가파른 금리 급등은 항상 강세장의 종식을 의미했다. 이는 단순히 증시 강세장의 종식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재정억압 등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