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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플루언서 피해 속출, 법적 정의 및 규제 체계 시급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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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친근하게 투자 성공담을 나누던 핀플루언서의 말만 믿고 수천만원을 넣었습니다. 돌아온 것은 마이너스 70%의 토막 난 계좌뿐이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만나는 1인 미디어 이른바 ‘핀플루언서(Finfluencer)’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인 핀플루언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금융교육이나 종목 추천 등 투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을 말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콘텐츠 제작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문 자격이 없는 개인도 손쉽게 금융정보를 생산·유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융정보 생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책임 체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허위 수익률 과시, 단정적인 종목 전망이 조회수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팔로워와 핀플루언서 사이에 형성되는 친밀감까지 더해지면 검증되지 않은 투자정보가 실제 투자행동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손실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와 주요국에서 핀플루언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미등록·무자격 활동’을 소비자 피해의 구조적 출발점으로 지목한 이유다. 주요 선진국에선 진입규제, 형사처벌 등 카드를 꺼내 들고 핀플루언서 규제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법적 개념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이젠 금융 당국도 핀플루언서 이슈를 SNS의 작은 부작용으로 치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자칫 금융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방치해 피해를 양산할 가능성이 커서다.
성과 나쁠수록 팔로워 증가 ‘역설’…조회수 경제 부작용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낸 '핀플루언서, 자유와 책임의 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SNS를 통한 금융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반면 불확실한 조언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진단했다.

해외 설문조사(Capital One, 2024) 결과, SNS에서 받은 투자조언을 따른 응답자의 74%가 금전적 손실이나 신용점수 하락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금융연구소(Kakhbod et al., 2023)의 연구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투자 성과가 나쁜 핀플루언서일수록 역설적으로 더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투자자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질보다 조회수와 반응을 중시하는 알고리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투자자 심리가 결합한 결과다.

핀플루언서가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 대중화로 금융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전문적 투자자문서비스는 소액 개인투자자에게 진입장벽이 크다. 특히 2020년 이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SNS가 새로운 금융정보 창구로 자리 잡았다. 2020년부터 1년 동안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1000만개 이상 증가했고 신규 주식계좌 개설자의 57%가 2030세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핀플루언서는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풀어주고 투자 경험을 공유해 금융교육 대중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금융시장에서 친근함이 전문성을 대신하긴 어렵다. SNS 알고리즘도 문제다. 조회수와 댓글, 공유가 콘텐츠의 확산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차분하고 균형 잡힌 분석보다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주장이 눈길을 끈다. 팔로워 수가 전문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SNS 금융시장에서는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핀플루언서의 강력한 무기는 전문자격증이 아니라 친밀감이다. SNS에서는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도 심리적인 유대감을 느끼는 ‘유사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핀플루언서가 자신의 투자 실패와 성공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실시간으로 팔로워와 소통할수록 이 관계는 강해진다. 호주에서는 18~21세의 28%가 핀플루언서를 팔로우하고 있고, 그 중 64%가 금융행동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돈까지 개입되면 문제가 한층 복잡해진다. 핀플루언서가 특정 금융회사로부터 협찬을 받았는지, 특정상품 가입 링크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지, 추천한 주식을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소비자가 알기는 어렵다.

핀플루언서의 수익화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제휴 링크, 스폰서십, 유료 커뮤니티, 플랫폼 광고수익 등으로 갈라져 있다. 겉으로는 단순 정보 제공이나 광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투자행동을 유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 핀플루언서에 대한 정교한 규제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반적인 금융교육과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추천은 전혀 다른 행위다. 개인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자문은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광고와 협찬은 이해상충 여부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는 이 지점에서 교육·자문·추천·홍보를 구분하고 각각의 규제 필요성을 제시헸디/
칼 빼든 외국 vs 개념 정리도 안된 한국

국제사회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온라인에서 금융상품을 언급하는 행위에 대해 면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핀플루언서가 대가를 직접 받지 않았더라도 장기적인 사업 활동의 일환이라면 면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도 인가받지 않은 금융상품 홍보를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최대 징역 2년의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FCA는 무자격 핀플루언서에 대한 기소를 시작했고 국제공조도 확대 중이다.

인도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교육과 추천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데서 시작한다. 교육용 금융콘텐츠에서는 최근 3개월 이내 시장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특정 종목명을 언급하는 것을 제한한다. 특정 종목을 실시간 시세와 함께 언급하면 추천행위로 간주해 규제한다. 싱가포르도 교육 콘텐츠는 허용하되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보유를 추천하는 순간 금융자문 규제를 적용한다.

한국은 출발부터 불안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SNS와 온라인 투자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감독을 강화하고 AI 기반 모니터링으로 선행매매, 허위 수익률, 미신고 유료 리딩방 등을 탐지하고 있다. 감시 기술만 놓고 보면 상당히 진전됐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핀플루언서에 대한 명확한 규범적 정의가 없다.

AI

가 아무리 정교해도 무엇을 감시해야 하는지 정의하지 못하면 사각지대는 남는다. 현재 유사투자자문업 제도도 고객에게 대가를 받는 활동을 중심으로 규율하기 때문에 교육·광고·협찬·제휴 링크·플랫폼 광고수익 등을 통해 활동하는 핀플루언서가 규제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적잖다.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업체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 해결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신고하지 않은 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투자 추천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런 문구로 포장하면서 사실상 특정 종목 매수를 유도하면 현행 제도에서 걸러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AI 모니터링 강화는 필요한 조치다. 선행매매나 시세조종, 허위 수익률 과시, 리딩방 등을 잡아내는 데 기술이 필수적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불공정거래가 발생한 뒤 범인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사후 제재와 함께 사전 책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핀플루언서의 개념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단순히 팔로워 수로 규제 대상을 정해서는 안된다. 금융상품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지, 특정 투자행동을 유도하는지, 경제적 대가를 받는지, 금융회사와 제휴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과 추천의 경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반적인 투자원리와 금융지식 전달은 폭넓게 허용하되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보유를 반복적으로 권유하거나 실시간 투자신호를 제공하는 행위에는 별도의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해상충 공시를 실질화해야 한다. 광고주와 협찬 관계, 보유종목, 제휴수수료 등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표시토록 해야 한다. 공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해상충과 보수관계 등을 공시한 비율이 20% 수준에 그쳤고, 캐나다에서도 공시 후 추천 종목 매수 비율 감소폭이 9.6%포인트에 불과했다. ‘공시’라는 형식적 요건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금융사 “광고만 맡겼다” 면피 안돼

금융사도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젊은 투자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 핀플루언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금융사가 늘어날수록 광고와 투자정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는 사례가 나왔다. 미국 FINRA는 2024년 증권사가 보수를 지급한 핀플루언서의 게시물과 관련해 해당 증권사에 책임을 물어 8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싱가포르도 금융회사가 광고를 외부에 위탁했다고 해서 관련 준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한국도 이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융사가 검증되지 않은 핀플루언서를 활용해 고객을 끌어모은 뒤 문제가 터지면 “콘텐츠는 외주업체가 만들었다”고 발뺌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금융사가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전에 콘텐츠의 사실관계와 위험 고지, 이해상충 여부를 검증하는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토록 해야 한다.

핀플루언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금융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 이슈다. 모든 금융 콘텐츠 제작자에게 자격증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정상적인 금융교육 콘텐츠까지 위축되고 해외 계정이나 폐쇄형 커뮤니티로 규제를 회피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고 방치도 안된다. 말할 자유는 보장하면서 돈을 움직이는 순간 책임을 지도록 하면 된다. 팔로워가 100만명이라는 사실이 전문가 자격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조회수 100만회가 투자성과를 보증하지도 않는다. 성공담 한 편이 투자자의 손실을 대신 보상해주지도 않는다.

핀플루언서는 금융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정보유통망이다. 하지만 조회수 경쟁과 상업적 이해관계가 결합하면 금융판 가짜뉴스 시장으로 변질될 위험도 크다. 금융당국은 핀플루언서를 무조건 옥죄기 보다 교육은 자유롭게 하되 추천은 엄격하게, 광고는 투명하게, 자문은 책임 있게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출발점은 누가 핀플루언서인지 정의하고, 어떤 행위가 규제 대상인지 구체화하는 것이다. 규제 대상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AI 감시망만 촘촘하게 만든다고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비싼 것은 돈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에 대한 신뢰다. 한번 무너진 투자자의 신뢰는 사후 제재금 몇 푼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한국 자본시장이 진정한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이제 ‘조회수의 자유’보다 ‘정보의 책임’을 더 무겁게 다뤄야 한다. 핀플루언서에게 필요한 것도 자유와 책임의 균형이다. 금융 당국은 균형을 만들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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