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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3년치 재고 과잉, 80년대 후 최악 불황 유입
위키트리
이런 공급 과잉의 뿌리는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업체들은 위스키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내다보고 생산 라인을 키웠고, 코로나19로 집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시기에는 생산량을 한 번 더 끌어올렸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술을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 자체가 오프라인 술자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간 것도 소비 위축에 힘을 보탰다. 스카치위스키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는 1인당 주류 소비량이 2019년보다 11%나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불황을 계기로 자금력이 약한 독립 증류소를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스카치위스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주류시장 전반이 비슷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글로벌 주류 데이터 기관 IWSR에 따르면 전 세계 주류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는 22개 주요국에서 지난해 전체 주류 소비량은 전년보다 2% 줄었고, 시장 가치로도 약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와인 시장의 위축은 한층 뚜렷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사이 전 세계 일반 와인 소비량은 10% 줄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전 세계 증류주(스피리츠) 소비량이 와인 소비량을 앞질렀는데, 이는 와인 시장이 위스키·보드카 등 증류주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암울한 전망 일색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스카치위스키 수출량은 5000만 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고, 수출액도 3% 증가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다. 지난달 발효된 영국·인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스카치위스키에 매겨지던 인도의 수입관세는 150%에서 75%로 절반이 낮아졌고, 2036년까지 40%까지 단계적으로 더 내려간다. 현재 인도 위스키 시장에서 스카치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해, 관세 인하가 본격화하면 성장 여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Z세대를 겨냥한 신제품 전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Z세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IWSR 조사에서 15개 주요 시장의 법정 음주연령 이상 Z세대 중 최근 6개월간 술을 마셨다는 응답 비율은 74%로, 3년 전(66%)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업계는 과일 향과 단맛을 강화한 위스키, 캔에 담긴 완제품 칵테일(RTD)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런 반등 신호에도 업계 전반의 무게중심은 이미 '얼마나 더 파느냐'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소비 변화에 적응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