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읽음
홈플러스 점포 축소로 M&A 채비, 매각 흥행은 미지수
데일리안
0
126개→67개로 몸집 축소…비용 줄였지만 매각 매력은 ‘글쎄’

자산 매각·법인 분할로 M&A 채비…채무 변제·영업 정상화는 과제

2조원대 가치 인정받을까…업황·규제·추가 투자 부담도 변수
회생계획 인가로 파산 고비를 넘긴 홈플러스가 경영 정상화와 새 주인 찾기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인력과 비용을 대폭 줄여 자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향후 M&A를 염두에 둔 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몸집을 줄인 대가는 적지 않다. 점포망이 크게 축소되면서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인 구매력과 물류 효율도 약해졌다. 업계에서 67개 점포로 재편된 홈플러스가 M&A 시장에서 ‘군살을 뺀 알짜’로 평가받을지, ‘규모의 경쟁력을 잃은 마트’로 평가받을지 주시하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에 따라 채무 변제와 자산 매각 등 본격적인 회생계획 이행에 들어간다. 홈플러스는 자가점포 매각으로 2028년 2월까지 약 1조4193억 원을 마련하고, 2030년에는 자가점포를 담보로 약 5918억 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폐점 대상 37개 점포 중 자가점포 19개를 먼저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선순위 담보권신탁채권 1조3000억원을 상환한다. 이후 현재 영업 중인 67개 점포 가운데 자가점포 38개의 담보권이 해제되면, 이를 다시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변제 재원을 마련한다.

채무 변제와 함께 법인 분할도 추진한다. 정상 영업을 이어가는 사업은 기존 법인에 남기고, 채무 변제 등 회생 업무를 담당하는 법인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식이다. 영업 사업과 회생 업무를 분리해 향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회생계획 이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회사 M&A다. 홈플러스는 인가 이후 영업양수도를 추진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양수도대금을 재원으로 변경회생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선 과제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져야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

다만 자산 매각 이후 넘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미지급 납품대금 5032억원을 포함한 공익채권 변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공익채권은 회생채권과 달리 전액 갚아야 한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들의 동의를 받아 미지급 납품대금을 2030년 2월까지 단계적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영업 정상화 여부도 변수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영업을 재개한 뒤 매출이 반등했지만, 납품 제한 등으로 상품 구색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도 이어지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결국 관건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회생계획 인가 전 M&A에 착수했다. 같은 해 10월 인공지능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마트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도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인수의향서를 냈던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역시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M&A 역시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단 지난해와 비교하면 홈플러스의 사업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회생절차에 들어갈 당시 126개였던 대형마트는 67개로 줄었고, 회생 과정에서 슈퍼마켓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에 매각했다. 1만8000여명이던 임직원도 약 9000명 수준이 됐다.

이처럼 사업 구조가 크게 달라진 만큼 M&A 관점에서는 명암이 엇갈린다. 적자점포와 고정비를 줄여 비용 부담은 낮아졌지만, 점포망과 사업 규모도 축소됐다.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매각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규모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대규모 상품 발주가 가능하고 전국 단위 판매망도 확보할 수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주문의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점포망은 중요한 자산이다.

자산 매각 역시 양면성이 있다. 매각대금으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는 반면, 잠재 인수자가 확보할 부동산 자산은 줄어든다. 대형마트 M&A에서 점포 부동산 가치가 거래가격을 뒷받침하는 만큼 우량 자산이 먼저 팔릴수록 매각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필요한 추가 자금도 부담이다. 영업을 정상화하려면 상품 구색을 회복하고 점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점포 폐점과 인건비·임대료 절감 등 비용 구조 개선이 실제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대형마트 업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홈플러스의 매각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제한 시간대 온라인 배송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가 홈플러스의 자산가치뿐 아니라 인수 이후 필요한 추가 투자 규모와 영업 정상화 가능성, 향후 수익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분석된다”며 “대형마트 업황과 규제 부담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인수가격보다 인수 이후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느냐가 인수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