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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오래 보관하려면 씻지 말고 따로 보관, 멍든 것부터 섭취
위키트리
추석을 앞두고 사과 한 상자를 선물로 받는 집이 많다. 산지에서 막 딴 사과가 마트 매대에도 쏟아지는 시기라 냉장고 채소칸이 순식간에 사과로 가득 찬다. 문제는 이렇게 한꺼번에 들어온 사과를 다 먹기도 전에 껍질에 힘이 빠지고 과육이 물러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집에서 사과를 사 오면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턴 뒤 냉장고에 넣는다. 위생을 생각하면 당연한 절차처럼 느껴지지만, 미국 생활매체 더키친이 6주간 진행한 보관 실험에 따르면 이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사과 표면에 남은 물기는 곰팡이가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수분이 마르지 않은 채 상자나 봉투 안에 갇히면 무름이 훨씬 빨리 진행된다.
더키친은 상자 전체를 한꺼번에 씻지 말고, 그날 먹을 사과만 꺼내 씻으라고 권한다. 나머지는 씻지 않은 채로 표면을 마른 상태로 유지해야 더 오래간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사과뿐 아니라 표면 수분에 약한 다른 과일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사과 상자를 받으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에 넣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더키친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낸 쪽은 꼭지가 붙어 있고 상처나 갈라진 자국이 없는, 상태가 온전한 사과만 골라 보관한 경우였다. 표면에 무른 부분이나 상처가 있는 사과는 따로 빼 먼저 먹는 것이 좋다.
상한 사과 한 알을 다른 사과와 함께 두면 그 한 알에서 나오는 가스와 수분이 주변 사과의 숙성을 함께 앞당긴다. 상자를 받은 날 사과를 하나씩 꺼내 꼭지와 껍질 상태를 살핀 뒤, 상한 것은 바로 먹거나 조리용으로 돌리고 온전한 것만 남겨 보관하는 순서를 거치는 것이 좋다.
사과는 수확된 뒤에도 스스로 에틸렌이라는 숙성 가스를 계속 내보내는 과일이다. 동시에 냄새를 잘 흡수하는 특성도 있어서 주변에 어떤 식재료를 두는지가 보관 기간에 크게 영향을 준다. 더키친은 양파·마늘·감자·바나나를 사과와 함께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 채소들 역시 자체적으로 에틸렌이나 강한 냄새를 내보내기 때문에 사과의 숙성을 앞당기거나 냄새가 옮아붙을 수 있다.
채소칸을 나눠 쓸 수 있다면 사과는 다른 과일·채소와 분리된 칸이나 별도 용기에 두는 것이 좋다. 김치냉장고를 쓰는 집이라면 별도 통이나 서랍에 사과만 따로 담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자리에 두면 일반 채소칸보다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베란다 창고처럼 서늘하고 빛이 들지 않는 자리도 다른 식재료와 떨어뜨려 두기에 적당하다.
사과를 종이봉투나 신문지에 싸서 채소칸에 넣었다고 그대로 잊어버리면 곤란하다. 더키친은 봉투를 비닐로 꽉 밀봉하지 말고 헐렁하게 열어 둔 상태로 넣은 뒤, 며칠에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실험에서 냉장고는 3도 안팎, 실온 부엌은 21~22도 정도로 유지됐고, 이런 조건에서 시도한 일곱 가지 방법 가운데 네 가지가 6주 내내 먹을 만한 상태를 유지했다. 반면 종이봉투를 실온 조리대에 그대로 둔 방법은 5주쯴 지나면서 에틸렌이 봉투 안에 쌓여 물러지고 껍질이 쭈글쭈글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중독 예방 수칙도 가정용 냉장고를 5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하는데, 이 범위 안이라면 채소칸 온도가 사과 보관에도 무리가 없다. 다만 온도만 맞다고 안심할 수는 없으니, 장을 볼 때마다 채소칸을 열어 사과를 한 번씩 눌러보고 무른 부분이 생겼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종이봉투 대신 다 읽은 신문지로 한 알씩 감싸 두면 표면 수분을 서서히 흡수해 물방울이 맺히는 것도 막아준다.
더키친의 6주 결과는 꼭지가 온전하고 상처가 없는 허니크리스프 품종을 같은 조건에서 보관했을 때 나온 결과다. 부사·홍로 등 국내에서 흔히 유통되는 품종은 과육 밀도와 수분 함량이 달라 같은 조건에서도 보관 기간이 이보다 짧거나 길 수 있다. 수확 상태나 멍든 정도, 보관 온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므로 6주라는 기간을 모든 사과에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상자를 받은 날 상태를 점검하고, 씻지 않은 채로 상한 것만 골라내 양파·감자 같은 채소와 떨어뜨려 두는 원칙만 지키면 어떤 품종이든 실온에 방치했을 때보다는 훨씬 오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명절 선물로 사과 상자를 여러 개 받았다면 이 순서를 한 번씩만 거쳐도 냉장고 안에서 버려지는 사과를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