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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 50년, 재건축 통해 미래주거도시 전환 준비
아주경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변에 길고 낮은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낮은 층고와 부족한 주차공간, 낡은 배관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동 사이 간격은 넓고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이 단지를 채운다. 반세기 전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새로운 주거공간이었다. 1976년 준공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1·2차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압구정의 변신은 강남 개발과 함께 시작됐다. 지금의 강남 지역은 1963년 서울에 편입됐고, 1960년대 중반부터 한강변 매립과 영동지구 개발이 진행됐다. 당시 서울의 생활 중심은 강북이었다. 압구정 일대는 도심에서 멀고 교통과 생활기반시설이 부족한 변두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남대교를 비롯한 교통망과 강남 개발정책이 맞물리면서 한강 남쪽에 대규모 주거지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현대건설은 1975년 4월 압구정 현대 1차 사업에 착수했다. 1·2차는 이듬해 준공됐다. 정부는 1976년 8월 21일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원을 압구정 아파트지구로 지정했고, 1977년 3월 개발기본계획을 승인했다. 아파트 공사가 먼저 시작되고 도시계획 제도가 뒤따라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이후 현대그룹의 주택개발 전문회사인 한국도시개발이 사업을 이어받아 단지를 확장했다. 한국도시개발은 훗날 현대산업개발을 거쳐 현재 HDC현대산업개발로 이어졌다.
압구정 현대는 한 번에 지어진 단지가 아니다. 사업과 분양 시기에 따라 1차, 2차, 3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6년 1·2차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공사가 이어졌고 1987년 14차 입주까지 약 10년에 걸쳐 거대한 현대아파트군이 형성됐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 3구역에 속하는 현대 1∼7·10·13·14차와 2구역의 신현대 9·11·12차, 4구역의 현대 8차가 그 흔적이다.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입주 초기에는 교통과 상업시설이 부족해 미분양이 발생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의 강남 개발과 학교·도로·상권 확충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넓은 평면,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단지형 주거환경, 한강변 입지는 당시 서울 시민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활방식을 보여줬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등이 들어서고 압구정이 소비와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아파트의 위상도 높아졌다.
압구정 현대는 단순히 비싼 집의 대명사에 머물지 않았다. 단독주택보다 아파트가 선호되고, 주택이 생활수준과 자산가치를 함께 나타내는 시대의 상징이 됐다. 강남 개발의 성공과 그 이면의 특혜분양 논란, 교육과 부의 집중도 함께 품었다. 압구정 현대 50년은 서울 주거사의 빛과 그늘을 동시에 보여주는 기록이다.
반세기 전 미래였던 아파트는 이제 노후주택이 됐다. 그러나 압구정은 다시 변화를 앞두고 있다. 6개 특별계획구역 가운데 2∼5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했고, 2구역은 서울시 통합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1976년의 압구정이 ‘아파트에 사는 시대’를 열었다면, 새 압구정은 AI와 로봇, 돌봄, 에너지와 한강의 공공성을 결합한 미래도시가 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