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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MMORPG 흥행, 체질 개선과 수익 확보 주력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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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흥행에 다시 살아난 MMORPG 시장

과금·숙제 줄이며 체질 개선

안정적 캐시카우 확보는 필수…다음 도전 위한 발판 될까
약 20년 전 코흘리개 초등학생 시절. 또래 친구들은 십중팔구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 빠져 살았다. 2차 전직도 힘든 마당에, 같은 반 3차 전직을 완료한 친구는 모두의 동경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옆 반에서는 다른 친구가 네오플 ‘던전 앤 파이터’의 ‘레인저’와 ‘메카닉’을 모두 50레벨 가까이 육성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친구가 던전 혈옥 ‘쩔’을 해주겠다고 할 때 얼마나 신나던지.

조금 크니 블루홀에서 ‘테라’가 출시됐다. 상상도 못했던 최신 그래픽에 3인칭 액션. 성인 게임이지만 아버지 명의로 몰래 가입해 월정액을 결제해가며 플레이했다. 이후 엔씨 ‘블레이드 앤 소울’,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까지. 군 전역 이후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에 빠져 살며 게임에 본격적으로 과금의 늪에 빠졌다. 같은 시기 다시 복귀한 메이플스토리에도 꽤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취업하고선 일일 숙제 압박과 과금 부담에 패키지 게임들로 갈아탄 상태지만, 돌이켜 보면 기자의 게임 플레이 역사는 한국산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최전성기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살아온 세대에겐 최근 한국 게임업계 신작 동향이 다시 MMORPG로 채워지는 모습이 내심 반갑다. 앞서 출시된 넷마블의 ‘SOL: enchant’와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 10일 정식 론칭한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이 대표적이다. 10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2.5D MMORPG ‘도깨비의 세계’를 출시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후에도 ‘오딘 Q: 발키리스 콜’과 ‘아키에이지 S: 자유의 해협’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동안 게임 플레이 인구 감소와 신작 부재로 고심하던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작 경쟁을 시작하자, 시장에도 다시금 활기가 돌리란 기대감이 싹튼다.

초기 흥행 지표도 긍정적이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4위를 모두 국산 게임이 차지했다. 제우스가 1위를 차지하고 엔씨 ‘리니지M’과 넥슨 ‘메이플 키우기’, 솔 인챈트가 차례대로 뒤를 이었다. 올해 론칭한 신작 MMORPG 중 두 건이 매출 최상단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이클립스의 경우 사전등록만 100만명을 달성하면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물론 욕하는 게이머들도 있다. 한국 게임사들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겠다며 참신한 척 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라고 다시 MMORPG로 사골을 우리겠단 건가. 모바일 게임과 MMORPG 일변도 개발로 게임성을 스스로 거세해 게이머의 신뢰도, 지갑도 모두 놓친 과거를 반복하겠단 건가.

게임사들도 할 말은 있다. 땅 파서 장사할 수는 없지 않나. 게임 산업은 '돈 먹는 하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게임을 개발한다면, 이왕이면 승산이 높은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게 기업이다. 상장사는 주주 눈치까지 봐야 한다. "미안하다, 또 MMORPG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말하는 게임사들이 얄미워 보일 수는 있어도, 먹고 사는 문제를 뒤로 하고 신규 장르 개척과 같은 '예술'부터 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에서, MMORPG가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제약이 많다.

2020년대 이후 메인스트림으로 급부상한 서브컬처 장르를 살펴보자. 호요버스의 ‘원신’을 위시한 걸출한 IP들이 성공하자 한국 게임사들은 경쟁적으로 서브컬처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시프트업 ‘니케: 승리의 여신’, 프로젝트 문의 ‘림버스 컴퍼니’ 등은 독보적 게임성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흥행까지 성공하며 족적을 남겼다.

다 성공했느냐? 그럴 리가. 개발 단계에서 안되겠다 싶어 접었거나 출시해 놓고 1년도 안돼 섭종(서비스 종료)의 길을 간 게임도 부지기수다. 깐깐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한 '차별성'을 갖추지 못한 IP들은 고스란히 옥석들의 발판으로 쓰였다.
서브컬처뿐만 아니다. 서구권을 겨냥하고 오픈월드 액션RPG·소울라이크를 위시한 패키지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쉽지 않다. 패키지 게임은 특성상 긴 개발 기간과 막대한 개발비를 소모한다. 그렇게 만든 게임이 흥행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MMORPG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하이리스크 장르인 셈이다.

막상 게임성을 인정 받아 높은 판매고를 올리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DLC를 비롯해 차기작도 연착륙시켜야 한다. ‘원 히트 원더’로 잊힐지, 유명 프랜차이즈 IP로 거듭날지 갈림길이다. 그렇게 시장에 반복해서 개발력을 인정받아야만 게임 명가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러다가도 몇 차례 미끄러지면 주가도 순식간에 빠진다. 어느덧 파산의 문턱에서 신음 중인 유비소프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국산 패키지 게임 중 해외 시장에서 흥행한 작품을 살펴보면, 개발사가 확실한 캐시카우를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넥슨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1000만장 판매한 넥슨과 ‘붉은사막’ 600만장 판매고를 올린 펄어비스는 핵심 캐시카우가 MMORPG다. ‘P의 거짓’을 흥행시킨 네오위즈도 기존 수익원은 웹보드 게임이었으며,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니케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선 체질 변화를 위해 먼저 안정적 수익원을 재차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그 열쇠가 된 게 ‘여전히 잘 나가는’ MMORPG다.

다시 요즘 나오는 ‘MZ’ MMORPG 얘길 해보자. 신작들은 과거 선배 게임들이 비판받았던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과도한 숙제 콘텐츠로 인한 억지 플레이 타임 늘리기, 확률형 아이템을 위시한 맹독성 수익모델(BM)을 과감히 배제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수익은 있어야 하니 치장성 아이템과 월간 편의성 패스 등으로 BM의 초점을 돌렸다. AI도 적극 활용해 ‘AI 자동화’, ‘AI 비서’ 등 편의성 기능도 대폭 늘렸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조삼모사식 BM”, “게임사가 공식 매크로를 만든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선배격 MMORPG들의 원죄와 이용자들의 과금에 대한 보상심리, 게임사의 ‘여전히’ 미숙한 운영까지 어우러진 결과다.

그래도 개과천선의 여지는 있다. MMORPG라는 장르 자체는 식상할지언정 그 안에서 변화하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보인다. MMORPG신작 출시에만 안주하지 않고 핵심 수익원을 발판 삼아 새로운 장르도 꾸준히 도전하겠다는 각오도 내비친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 소개했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갓 세이브 버밍엄’, ‘크로노 오디세이’를 내년 2분기까지 선보인다. 모두 PC와 콘솔 플랫폼 게임이다. 모바일 MMORPG 중심 성장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넷마블은 도쿄게임쇼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와 ‘샹그릴라 프론티어’를 공개한다. 내년 출시 예정인 서브컬처 수집형 RPG ‘펄 인 블루’도 함께 출품해 향후 라인업을 알릴 예정이다. MMORPG 플래그십 ‘아이온2’를 흥행시킨 엔씨는 현재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 디나미스원과 함께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론칭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또다시 MMORPG로 돌아온 게임업계. 과거를 마냥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뚜렷하다. K-MMORPG에 향수와 애증을 느끼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마지막으로 색안경을 벗고 응원해보려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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