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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부 정책 엇박자 반복, 실효적 체계 강화 필요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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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데스크가 반기고 일선 기자들도 좋아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게 ‘엇박자 보도’다. 당정청 엇박자, 부처 간 엇박자, 정책 엇박자 등등…. 주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할 관계 기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때, 내놓는 정책들이 상충할 때 하는 보도다. 정부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고, 정무적 흐름을 포착하는 기자의 감각을 보여주는 보도도 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이전부터 ‘엇박자’가 빈발하는 곳이었다. 내가 출입하던 4년 전 이맘 때, 서울 신당역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여성가족부에서는 스토킹 대책의 일환으로 ‘경찰청과 핫라인 구축’을 들고 나왔고, 경찰청에서는 “여가부에서 바로 범죄피해자에게 실시간으로 무엇을 해주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내놨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각 부처의 책임자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일어난 일이었다.

2023년에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관련해 여가부와 법무부가 크게 엇박자를 냈다.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라던 여가부 브리핑과 달리 법무부는 “계획이 없다”며 반박했고, 결국 해당 계획은 철회됐다. 성평등부는 업무 특성 상 타 부처의 협조를 자주 구해야 하는데, 매머드 부처들 사이의 미니 부처로 힘이 없다. 사람도, 돈도 없는 데다 오랜 기간 존폐 위기에 시달린 역사가 있다. 정권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적도 거의 없었다. ‘엇박자’ 보도의 진원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며 존폐 위기는 면한 성평등부가 최근에 또 뜨겁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이재명 정부 조기 개각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세종 이전 계획도 발표됐다. 성평등부 직원으로서는 이 편이 더 청천벽력일 것이다. 서울 근무를 이유로 성평등부에 있는 직원들이 꽤 있다. 그게 아니어도 생활 터전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떠들썩한 와중에 더욱 조명돼야 할 사안은 묻힌다. 성평등부의 내년도 예산안 얘기다. 지난 1일 성평등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관련 보도들은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와 함께 ‘결혼하면 100만 원’을 주요 헤드라인으로 내걸었다. 물가 상승이나 날로 몸집을 키우는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당연히 예산은 해마다 ‘역대 최대’이다. 크게 뉴스 가치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혼하면 100만 원’은 어떨까. 결혼제도에 편입되는 이들만을 위한 단발성 지원책이다. 지난 6월 성평등부가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혼인·혈연·입양 너머 가족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천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정책 예산안은 전체의 70%를 넘는 한편, 성평등 관련 예산안(성평등, 고용평등, 안전·인권)은 다 합쳐도 14% 수준인 ‘오랜 불균형’이다. 여기에 경향신문과 여성신문은 증가한 예산안이 가족 정책에 집중된 한편, 젠더폭력 대응 등을 포함한 안전·인권 분야는 감소했음을 지적했다. 성평등부는 안전·인권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지자체와의 국비 보조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전체 파이는 커졌다는 내용의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여기에도 엇박자가 있으며 해당 계획의 실효성 및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시아경제의 보도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8일 「[현장너머] 혼인지원금에 1663억… 취약층 지원은 지자체 부담 늘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성평등부가 관련 사업의 국비 보조율을 대폭 낮추는 바람에 지자체에서는 “협의가 없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을 짚었다. 이어 여성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가 책임을 축소하는 방식의 적절성과 지역별 재정 여건에 따라 관련 사업이 좌초될 우려를 전한다.

태생적 특질로 성평등부에서 엇박자는 필연이다. 이 많은 엇박자와 구조에 관한 보도는 성평등부의 처지와 현실을 투명하게 알리는 한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의 재점검을 촉구한다. 성평등부가 부처 간 기관 간 엇박자를 딛고 소신 있게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권한과 책임질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평등이 있음은 물론이다.
청문회 국면에서 용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이다. 위성정당의 고질적 병폐와 진보정당 내 폐쇄적 운영 구조, 성평등 정책 전문성 등에 관한 지적이 쏟아진다. 용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하는 한편, 원민경 장관의 유임을 촉구하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지난 1년 간 ‘원민경 성평등부’는 고용평등공시제 추진, 젠더폭력 컨트롤타워로서의 페미사이드 통계 구축, 비동의 강간죄 도입 논의 등을 이끌어 왔다. 이는 아무래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원 장관은 해당 분야에의 전문성과 함께 전향적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모두가 필요한 논의다. 다만 성평등부가 청문회 시즌이나 ‘젠더 갈등’ 사안이 불거질 때만 ‘반짝’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관행은 우려스럽다. 성평등 정책 추진에 있어 성평등가족부는 단연 맨 앞에선 기관인데, 지금 같은 형편이면 누가 수장이 되든 큰 진전을 바라기 어렵다. 행정의 구조를 질문하는 ‘엇박자 보도’가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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