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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IMA 몸집 압승, 다음은 운용력 승부
데일리임팩트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에서 업계 최대 수준의 조달 기반을 구축했다. 발행어음 잔액은 전체 시장의 40%를 넘어섰고, IMA수탁금은 사업자 3사 합계의 80%에 육박한다.
자금 모집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가운데, 다음 과제로 운용능력이 지목된다. 발행어음과 IMA는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그만큼 운용할 자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 대형 인수금융 딜이 줄어든 만큼, 늘어난 자금을 우량 자산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운용력이 한국투자증권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2조4680억원이다. 이는 전체 증권업권 발행어음 잔액 가운데 40.2%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KB증권(11조32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돈다.
IMA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한국투자증권의 IMA수탁금은 6월 말 기준 2조6957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5140억원), 미래에셋증권(2802억원)을 포함한 현재 IMA 사업자 3사 전체 수탁금 가운데 77.2%를 차지한다.
발행어음과 IMA의 외형 확대는 운용자산 확보와도 연결된다. 이는 상품 구조 때문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대출 등으로 운용한다. IMA 역시 고객 수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투자해 발생한 성과를 고객과 나누는 상품이다. 외부 운용사의 상품을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것과 달리 증권사가 직접 자금을 모으고 투자처를 찾아야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제도 개편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모험 자본을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의무비율은 올해 10%에서 내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조달액이 커질수록 이에 연동되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액도 늘어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에서는 이미 운용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모가 사업자 중 가장 크고 운용마진도 1.5~2.0%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발행어음 조달자금 가운데 기업금융에 12조원, 부동산에 2조원, 기타 자산에 7조6000억원이 운용됐다.
증권가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조달력과 IB(기업금융) 역량을 강점으로 꼽는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과 IMA처럼 증권사의 운용 역량이 중요한 상품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이 폭넓은 리테일 채널을 통한 조달력과 IB의 우량 딜 소싱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점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올해 기업금융 시장에서 대형 투자처 공급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인수금융 주선 규모는 9조5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감소했다. 프로젝트 수는 53건에서 82건으로 증가했지만 프로젝트당 평균 주선액은 약 3071억원에서 1159억원으로 62.3% 줄었다. 대형 리파이낸싱과 조 단위 거래 감소로 딜 수보다는 금액 축소가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환경에서도 인수금융 주선 1위를 차지할 만큼 소싱 경쟁력을 유지했다.
인수금융 시장 위축이 곧바로 발행어음이나 IMA의 투자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대출 외에도 채무증권이나 수익증권 등 다양한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조달액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에 대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충족하면서도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확실히 난도가 높아진다"며 "신중한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IMA 조달경쟁의 다음 평가 기준으로 운용성과를 꼽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MA 모집 경쟁 이후 "운용 수익률에 따라 사업자별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시 초기인 만큼 단기 수익률만으로 우열을 가르기 어렵지만, 모집액 중심의 경쟁이 실제 운용성과와 위험관리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운용 난도는 투자처 확보에서 끝나지 않는다.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 기업금융 자산 등에 배분할수록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의 만기와 투자자산 회수 시점 사이를 맞추는 유동성 관리도 함께 중요해진다. 특히 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산 매각이나 회수가 지연되면 수익성뿐 아니라 상환 안정성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사업 영역을 확대해 온 대형 증권사의 유동성비율 하락이 일반 증권사보다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IMA 사업자인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의 3개월 유동성비율은 2017년 134%에서 지난해 115%로 약 1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종투사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국내 증권사의 하락 폭은 4%포인트에 그쳤다. IMA까지 새로운 조달수단으로 더해지면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현재 유동성 대응능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의 1개월·3개월 유동성비율은 각각 164%, 163%로 규제비율인 100%를 웃돌았다.
다만 발행어음이 만기 1년 이내의 조달 수단인 만큼, 자산·부채 만기 미스매치에 따른 운용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IMA도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지만, 중도해지를 제외하면 만기에는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 발행어음과 IMA 모두 조달이 커질수록 단순 판매액보다 편입 자산의 질과 회수 가능성, 유동성·신용위험 관리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두 시장에서 가장 큰 조달 기반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대형 기업금융 딜 공급이 줄어든 환경에서도 커진 자금을 적정 수익을 내는 자산에 지속적으로 배분할 수 있느냐가 향후 운용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딜 공급 여건이 운용에 특별한 제약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환경에 따라 인수금융 등 개별 딜의 공급과 집행 속도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예상되는 투자 수요와 자산 파이프라인을 함께 고려해 조달 규모와 시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제약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발행어음과 IMA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상품의 만기 구조에 맞춰 유동성을 설계해 자금 회수와 상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기업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신용위험과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