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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되자 회사 노트북 파일 1609개 삭제… 60대 간부가 받은 판결은?
위키트리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복과 합의 기회를 주기 위해 A 씨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A 씨는 2022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피해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폐기물 고형연료 생산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간부로 근무했다.
그는 2023년 2월 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같은 해 4월 10일 회사에서 지급받은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기 직전 저장돼 있던 업무 관련 파일 1609개를 임의로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파일을 고의로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삭제한 파일 1600여 개 중 150개는 회사 자산이 아닌 개인 소유이며, 퇴사 후 노트북을 반납하기 위해 폴더와 파일들을 정리했을 뿐 전자기록을 고의로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직접 만든 파일이라고 해도 회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성하거나 보관하게 된 자료라면 회사가 관리하는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삭제된 파일들은 피고인이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지하게 된 것으로 회사가 효용을 지배·관리하는 전자기록"이라며 "취업규칙상 직무 범위 내에서 작성한 문서는 회사의 자산으로 간주하며, 노트북 반환을 요구받자 회사와 협의 없이 자료들을 임의로 삭제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회사 파일을 대량으로 삭제하기 전 일부 자료를 개인 저장장치로 옮긴 혐의도 받았다.
그는 발주처 제출용 설계도면 등을 포함한 파일 68개를 자신의 개인 외장하드디스크로 복사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허가 없이 외부로 가져간 행위도 유죄로 인정했다. 전자기록 손괴와 함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가 모두 재판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파일 삭제 규모와 영업비밀 유출 행위를 함께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업무 파일을 대량으로 삭제하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해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고령이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피해 회사가 입은 손해 규모가 과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전자파일의 경우 누가 해당 자료를 작성했는지만으로 소유·관리 관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과정에서 작성됐는지, 회사가 해당 자료를 관리하고 이용해 왔는지, 회사 내부 규정에서 자료의 귀속을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등이 판단 요소가 된다.
특히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이나 저장장치에 보관된 업무 파일이라도 사용자가 직접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개인 자료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전자기록이 회사 업무에 사용됐고 회사가 그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었다면 임의로 삭제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행위가 형법상 손괴에 해당하는지 판단 대상이 된다.
형법 제366조의 핵심은 단순히 파일이 없어졌는지가 아니라 타인이 관리하는 전자기록의 효용이 침해됐는지 여부다. 전자기록을 둘러싼 손괴 여부는 기록의 귀속과 관리 관계, 삭제 방식과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