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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데이터센터 반대 확산, 선거 앞두고 규제 강화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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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고, 물을 훔치고, 빛 공해를 일으키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 7월, ‘Always On My Mind’ 등으로 잘 알려진 미 유명 컨트리 가수 윌리 넬슨(Willie Nelson)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성이다. 텍사스 출신으로서, 최근 텍사스에 부는 데이터센터 반대 열풍을 웅변한 글이다.

텍사스 주지사 그레그 애벗(Greg Abbott)의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 데이터센터가 주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규제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잠정적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다에 버금가는 놀라운 태세 전환이다. 사실 지난 11월만 해도 그는 텍사스가 “AI 개발의 중심지”가 될 거라며 기술 투자를 열렬히 환영한 터다. 각종 규제 완화와 세금 혜택으로 텍사스를 세계 최대의 AI 허브로 만들겠다던 포부가 무색하게, 지난 6월부터 “AI 데이터센터와 맞서 싸우겠다”며 중국 변검처럼 갑자기 표정을 바꾼 것이다.

왜 바꾼 걸까? 주지사 4선에 도전하는데 보수 텃밭인 텍사스마저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이 비등한 탓이다. 최근 텍사스 샌마르코스 시의회가 데이터센터 설립 금지안을 통과시켰고, 송전망이 통과하는 지역의 농부들도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경쟁 후보가 이 문제를 공략하며 지지율을 바짝 좁혔다. 수십년 만에 텍사스가 민주당에 넘어갈 위기상황이다.
텍사스 주지사의 황망한 변신은 AI 데이터센터가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대두됐다는 걸 정확하게 예시한다. 최근 공개된 공화당 전국상원위원회(NRSC)의 메모 역시 데이터센터가 선거의 중요 쟁점이 되었고, 공화당 후보들이 자칫하다간 몰패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정이 이러니 다른 공화당 인사들도 분주하게 과거의 자신을 배반하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정치인 수백 명의 2년간 소셜미디어와 뉴스레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6개월 사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공화당 정치인의 태도가 급격히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게 공화당 지지층에서 반대 입장이 63~66%로 폭증했다. 일부 지지자는 데이터센터 때문에 당적까지 바꾸고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2025년 6월경부터 기조가 바뀌었다. 미국 최초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한 뉴욕주 주지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펜실베니이나 주지사 조쉬 샤피로의 전향은 더 드라마틱하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센터 투자 쇄도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데이터센터 규제안을 도입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반대 여론에 재빨리 편승한 것이다. 심지어 공화당 상대 후보를 “데이터센터의 열렬한 팬”이라고 공격하는 TV 광고를 약삭빠르게 선보였다. 어느새 이런 방식으로 상대 후보를 ‘데이터센터 옹호자’라고 낙인화하는 TV 광고가 이번 중간선거의 초당적 트렌드가 됐다.

이처럼 민주당 주류가 바뀐 데에는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파급력이 주효했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과 AI 의 민주적 통제를 제안하는 버니 샌더스와 AOC의 주장에 동의하는 여론이 높은 데다,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앞세운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이 줄지어 당선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를 추동한 건 시민들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자기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한다. 엊그제 히트맵 여론조사에서는 그 수치가 75%로 치솟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보조금과 비밀유지협약 등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이권을 제공하는 대신 토지와 물 전용, 막대한 전력 소비, 전기요금 상승, 각종의 환경오염 같은 피해를 지역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수의 빅테크 자본과 정치 엘리트들이 추진하는 AI 과두제가 민주주의를 침식시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선거 무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핵심은 민주주의다. 이번 미 중간선거는 AI 과두제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싸고 AI 붐의 본거지에서 발생한 이러한 격랑은 결국 한국에도 반면교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숙의 과정도 없이 밤낮으로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만 외쳐대는 이재명 정부의 민주주의는 과연 안녕한가? 온실가스 폭주를 부추기고, 공공재인 물과 전력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며, 환경오염과 난개발을 야기하는 프로젝트를 어떤 공론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 미국 AI 대자본과 국내 소수 기업을 위해 자원을 몽땅 갈아넣고 지역에 고통을 전가하는 게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런 꼴 보려고 추운 날 광화문에 나갔나 싶어 몹시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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