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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의료관광 거점 부상, 공항 인접해 외국인 환자 급증
최보식의언론
실제 통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2025년 인천에서 피부과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전년보다 169.5% 증가했고, 성형외과 환자도 54.7% 늘었다. 국적별로는 일본, 중국, 미국,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등이 주요 시장이다. 따라서 이 현상을 중국인만의 의료관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중국이 중요한 고객 시장 가운데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2026년 들어서도 인천의 외국인 환자 유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외국인 환자는 병원에만 돈을 쓰지 않는다. 숙박하고 밥을 먹으며 택시를 타고 쇼핑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인용한 인천 측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인천 외국인 환자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1,120억 원에 달했다. 환자 한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 의료·숙박·음식·교통·쇼핑을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송도는 이 사업을 키우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이라는 국제 관문이 있고, 호텔과 쇼핑시설, 국제업무지구가 한곳에 모여 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현대적인 신도시라는 이미지 역시 해외 의료관광객에게는 상품이 된다. 특히 미용성형이나 피부 시술처럼 비교적 체류기간이 짧은 의료서비스에서는 공항 접근성이 큰 경쟁력이다.
그렇다고 장밋빛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의료관광이 급속히 커질수록 몇 가지 부작용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외국인 환자 시장은 상당 부분 비급여 영역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면 의료자본과 인력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움직인다.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지역 의료 전체가 여기에 지나치게 쏠리는 경우다. 주민에게 필요한 소아과, 응급의료, 내과계 진료보다 외국인 미용시술을 하는 병원이 훨씬 돈을 잘 번다면 의료 공급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 위험이다. 중국 시장은 크다. 그러나 크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다. 한중관계가 악화되거나 중국 정부의 해외여행·의료 관련 정책이 바뀌고, 중국 경기가 침체하거나 환율이 움직이면 의료관광 수요도 영향을 받는다. 과거 한국 관광산업은 중국인 단체관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을 때 그 위험을 이미 경험했다. 송도 의료관광이 성장하려면 중국 시장을 적극 활용하되 일본·미국·동남아·중앙아시아 등으로 고객을 분산해야 한다. 실제 인천의 외국인 환자 국적도 이미 여러 국가로 나뉘어 있다.
세 번째는 브로커 문제다. 외국인 환자는 한국 병원의 실력과 가격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언어도 다르고 의료제도도 모른다. 이 틈에 환자를 병원에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유치업자가 들어온다. 정상적인 유치사업은 필요한 산업이다. 문제는 과도한 소개료와 불투명한 계약이 끼어드는 경우다. 환자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 의료의 질보다 누가 더 많은 환자를 끌어오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그래서 현행법도 아무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는 의료기관은 일정한 등록요건을 갖춰야 하고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조합에도 가입해야 한다.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자 역시 보증보험과 자본금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의료사고의 사후 처리다. 이것은 일반 관광과 의료관광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다. 관광객이 산 물건에 문제가 생기는 것과 수술받은 사람의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 환자가 귀국한 뒤 염증이나 출혈, 신경손상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야 할 수도 있고 병원과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 배상책임보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이 존재한다고 해서 국경을 넘은 의료분쟁의 어려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송도의 의료관광 전략은 성형외과 몇 곳을 더 유치하고 외국인 환자를 많이 끌어오는 수준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격 공개, 통역, 의료기관 인증, 유치업자 관리, 의료사고 대응, 귀국 후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값싼 시술을 찾아 잠깐 들르는 도시가 아니라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국제 의료도시가 된다.
무엇보다 송도는 강남을 그대로 복제할 필요가 없다. 강남이 성형·피부미용의 거대한 집적지라면 송도에는 인천공항이라는 강남이 가질 수 없는 자산이 있다. 여기에 종합병원의 중증치료, 건강검진, 피부·성형, 숙박과 관광을 결합한다면 전혀 다른 의료관광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인천 역시 중증치료와 경증·미용 분야를 함께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자기 돈으로 의료서비스를 구매하고 호텔과 식당, 상점에 돈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수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국인 환자라고 경계할 이유도 없고, 외국인 환자가 늘어난다고 걱정부터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성공하는 의료관광과 난립하는 의료장사는 구별해야 한다.
송도 앞에는 좋은 기회가 놓여 있다. 인천공항이라는 대한민국 최대의 국제 관문을 바로 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외국인 환자를 끌어들이되 의료의 질과 가격 투명성, 환자 안전과 사후관리까지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인 환자가 많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송도 의료관광의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
몇 명을 데려왔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떤 평가를 가지고 돌아가느냐이다. 송도가 그것을 해낸다면 인천공항은 외국인이 한국을 드나드는 관문을 넘어, 한국 의료서비스가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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