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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용혜인 논란 판단 문제, 당청 관계 시험대 올라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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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장관과 비례대표 겸직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무게 있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3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아침 프로그램 ‘민티07’에서 용 후보자 논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많은 비판과 우려가 있는 것을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인도 듣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저도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민의 여러 목소리는 그 자체로 존중하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당 대표가 장관 후보자 논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발언이 중요합니다.

김 대표는 “통상적인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나타나는 숨겨져 있던 비리에 관한 것”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이미 드러나 있는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여서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청문회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청와대가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주자”와는 살짝 다른 뉘앙스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용 후보자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지금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질문과 의구심에 대해서는 소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청문회를 지켜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이틀 뒤 이번 사안을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날 비리 문제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결국 용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해명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 논란의 진위가 드러났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청문회 전에 국민 여론대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용 후보자가 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비례대표가 됐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던 이유도 공개됐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았던 기존 관례 역시 새롭게 확인해야 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검증보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각자 판단’입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을 것인지, 그대로 청문회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임명권자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정치적 결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본인도 듣고 있을 것”이라는 표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용 후보자 스스로 비판 여론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굳이 강조한 것은 후보자의 자발적인 판단과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여기까지는 여당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은근한 압력’ 작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이런 인사 논란이 발생했을 때 ‘악성 여론 확산-여당 반응 및 우려-청와대 입장 고수-후보 자진사퇴 또는 일부 여론 수용’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김 대표로서는 악화된 여론 수습책으로 ‘본인 일부 여론 수용’ 형식을 통해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입니다. 김 대표로서는 여당대표가 논란을 정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용 후보자측에 ‘비례대표 포기’ 사인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용 후보자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고 장관직에 승부를 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구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논란의 상당 부분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용 후보자로서는 기본소득당이 원외로 밀려나고 의원직 유지에 따른 각종 행정편의와 ‘경제적 이익’까지 포기해야 하지만 장관직은 그런 ‘피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문제는 용 후보자가 끝까지 의원직을 고수할 경우입니다. 김 대표가 이번 사안을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이미 드러나 있는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규정한 만큼 청문회 뒤로 결정을 미루기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그대로 임명을 추진할지, 지명을 철회할지 정치적 선택이 불가피해집니다. 이때부터 용혜인 논란은 후보자 개인의 거취를 넘어 김민석과 청와대의 선택, 나아가 당청 관계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서 용 후보자의 거취 못지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김민석 대표와 청와대의 관계입니다. 지금까지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관리형 대표’를 자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이 불필요하게 충돌하기보다 당정의 보조를 맞추고 여권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견지해온 것입니다. 이는 전임 정청래 전 대표가 사사건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자기 정치’를 한다는 김 대표의 문제의식에서 도출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과 청와대의 판단이 언제나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용혜인 후보자 논란을 두고 아직 양측의 정면충돌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가 있는 것입니다.

김 대표가 일단 이렇게 던졌다고 해도 청와대 스탠스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대통령 인사권인데 그것을 바로 뒤집는다는 것은 청와대와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에게는 이번 용혜인 후보자 논란과 같은 당청 관계의 ‘지뢰밭’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숙명입니다. 사실 김 대표가 호언장담하기는 했지만 관리형 대표로만 임기를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김 대표가 차기 정치지도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려 한다면 언젠가는 대통령의 판단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용혜인 논란은 그 작은 전조일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청문회 소명’ 기조에 맞춰 논란을 관리하는 데 그칠지, 민심을 앞세워 용 후보자의 의원직 사퇴나 다른 정치적 해법을 요구할지에 따라 김민석 대표의 ‘자기 정치’ 색깔과 온도도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석은 이재명 정부의 관리형 여당 대표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다음 정치를 준비해야 하는 유력한 대권주자입니다. 두 역할은 지금까지 크게 충돌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정권이 중반으로 갈수록 당과 청와대의 이해가 갈리는 순간은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김민석의 ‘자기 정치’를 어디까지 인내할 것인지, 김민석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디까지 감수하면서 당대표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인지 시험받게 됩니다. 그리고 용혜인 논란은 어쩌면 그 첫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김민석 대표가 당청관계 시험지를 받아든 셈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김민석의 짧은 한마디가 그래서 가볍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숨겨놓은 발톱을 일찍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김민석의 다음 수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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