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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12월 정식 도입, 약 배송 확대 논의
IT조선
그러나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인 “진료는 집에서, 약은 밖에서”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정식 제도에서도 처방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약국을 방문해 수령하게 된다. 비대면 수령이 허용되는 대상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환자로 제한된다.
비대면 진료의 취지가 애초에 거주지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정작 이들을 위한 조항이 여전히 ‘예외’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제도의 절반은 비대면으로,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대면으로 남아 있는 기형적 구조가 16년을 끌어온 논의의 결과라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연말 본사업 시행을 앞두고 약 배송 대상을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이 약사단체와 플랫폼 업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조제약 품질관리, 수령 확인, 복약지도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플랫폼 업계는 진료-처방-복약이 원스톱으로 이어져야 환자 편의가 완성된다며 일제히 환영했지만, 대한약사회는 협의체 참여 자체를 보이콧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제약 변질·오배송 위험, 복약지도 공백, 플랫폼 중심으로 약국 생태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논의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당일 발표됐다.
두 사안의 규제 대상은 다르다. 하나는 플랫폼과 의약품 유통 간 이해충돌을 막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의 의약품 수령 방식을 넓히는 문제다. 다만 플랫폼의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제도적 경계가 동시에 재설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을 국민에게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논쟁을 환자 편의 대 안전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약 배송을 확대해야 하느냐보다 중요한 질문은 확대한다면 무엇을 반드시 담보해야 하느냐다. ▲배송 중 의약품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실제 수령인이 본인인지 어떻게 확인할지 ▲오배송이나 분실 시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한 답 없이 ‘전면 확대’라는 구호만 앞세운다면 그것은 편의가 아니라 위험 전가에 가깝다.
동시에 약사회의 반발이 순수하게 환자 안전만을 근거로 하는지도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방문 수령 원칙이 동네 약국의 존립 기반과 맞닿아 있다는 점, 배송 확대가 결국 별점 높은 대형·창고형 약국으로 환자가 쏠리는 플랫폼 종속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다뤄야 할 쟁점이다.
안전 논리와 직능 이해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에 대한 우려 자체가 무효화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협의체가 실제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어느 한쪽의 명분만 앞세워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기까지 16년이 걸렸다면 그 세월 동안 반복된 것은 ‘일단 시행하고 세부는 나중에’라는 임기응변이었다. 시범사업이 거듭되는 동안 정작 환자와 약사 모두 명확한 원칙 없이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했다.
약 배송 문제도 같은 패턴을 밟아서는 안 된다. 대상 기준, 배송 가능 의약품의 종류, 품질관리와 수령 확인 체계, 플랫폼과 약국 간 연계의 공정성이 또다시 하위 법령이라는 이름으로 뒤로 미뤄진다면 제도화는 이름만 바뀐 채 실질은 그대로일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진료실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처방전이 실제로 안전하게 환자의 손에 들어가는 마지막 단계까지 설계돼야 비로소 완성된다. 12월이 그 답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