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읽음
2030 헬스 대신 사우나, 프라이빗 웰니스 열풍
위키트리
0
퇴근 후 헬스장 대신 사우나로 향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몸매 관리를 넘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스스로를 돌보는 웰니스 습관으로 사우나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실제 카드 소비 데이터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목욕탕 이용 건수는 2023년 동기 대비 25%, 전년 대비로도 4.4% 늘며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의 이용 건수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이들이 찾는 사우나는 예전과 결이 다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익숙한 '대중탕'보다는 혼자 조용히 즐기는 '프라이빗 사우나'나 '솔로 사우나',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는 '커플 사우나'를 선호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0)는 최근 퇴근 후 1인 사우나를 즐겨 찾는다. 그는 어릴 때 목욕탕에 가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북적이는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종일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니 쉴 때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온전히 혼자이고 싶다는 것이다. SNS에는 '내향인 직장인이 다녀온 도심 속 프라이빗 웰니스 공간', '때 밀어주고 샴푸·마사지까지 해주는 1인 세신숍' 같은 이용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30세대의 여가가 웰니스 중심으로 재편된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겹쳐 있다. 먼저 2024년 무렵부터 확산한 '저속노화' 트렌드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몸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생활 습관이 빠르게 퍼졌고,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건강지능(HQ)'이라는 개념처럼 건강을 IQ처럼 공부하고 관리해야 할 역량으로 보는 시각이 젊은 층에 자리 잡았다. 운동과 휴식이 겉모습을 다듬는 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설계하는 도구로 바뀐 셈이다. 여기에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도파민 과부하'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한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클라이밍 벽을 타고, 주짓수 도장에서 몸을 구르는 식으로 몸을 직접 쓰는 여가가 늘고 있다.

사우나를 함께 즐기고 SNS에 공유하는 '소셜 사우나'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러닝이나 요가를 마친 뒤 사우나로 마무리하는 이들이 늘면서, 운동 후 회복까지 하나의 루틴으로 챙기는 이른바 '리커버리 노믹스(Recovery-nomics·회복 경제)' 흐름도 자리 잡는 모습이다. 사우나뿐 아니라 쑥뜸이나 효소찜질 같은 전통 웰니스도 2030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치료 목적으로 쓰이던 쑥뜸은 이제 면역력 관리와 붓기 제거, 피로 회복을 위한 일상적 건강 관리로 활용되며, 2030 여성들 사이에서는 '쑥며든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통업계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올해 1월 웰니스 전문 브랜드 '올리브베러' 1호점을 서울 광화문에 열었고, 신세계백화점은 초개인화된 영양을 제안하는 하이엔드 웰니스 식품관 '트웰브'를 선보였다.

다만 사우나를 다이어트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에는 과학적으로 짚어볼 대목이 있다. 사우나를 하고 나면 체중계 눈금이 0.5~1㎏가량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체지방이 타서 없어진 결과가 아니라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 손실 때문이다.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줄어든 수분은 이후 물을 마시면서 다시 채워진다. 다만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식 사우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처음 10분간 사우나를 이용했을 때 평균 73㎉가 소모됐고, 10분씩 네 차례 반복했을 때 마지막 10분 동안 소모된 열량은 134㎉까지 늘었다. 사우나의 열기가 심박수를 높이면서 일정 부분 칼로리 소모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하이닥 운동전문가 김정현씨는 몸을 따뜻하게 하면 혈액순환이 늘어 피로 해소나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때 늘어나는 칼로리 소모는 운동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오래 사우나를 하면 오히려 몸을 지치게 할 수 있어 적정 시간을 지키는 게 중요하며,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사우나에 쓰는 시간만큼 직접 운동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사우나는 다이어트 자체의 해법이라기보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웰니스 습관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