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읽음
카카오 인적분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분리 발표
데일리임팩트
0
카카오 분할 법인 비교 (그래픽=김민영 기자)

카카오가 계열사 축소에 이어 본체 인적분할을 발표하면서 시장으로 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문어발 확장 논란 이후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그룹 구조를 단순화해왔지만, 본사가 자회사 자금·투자·구조개편까지 관리하는 부담은 남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사업과 계열사 관리 기능을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분리해 의사결정과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톡·AI·광고·커머스를 담당하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를 관리하는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분할이 마무리되면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집중하고 카카오X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 투자를 맡는다. 사업별로 경영자원을 분리해 의사결정과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가 분할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자회사 관리 부담이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사회 비경상 의사결정 27건 가운데 23건, 약 85%가 자회사 지원이나 구조개편 관련 사안이었다. 최근 1년간 내부 투자심의 안건도 전체 32건 가운데 27건, 84%가 자회사 관련이었다.

본사의 경영자원이 계열사 현안에 집중되면서 카카오톡과 AI 등 자체 사업에 대한 투자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는 게 카카오의 판단이다. B2C AI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기존 구조를 유지할 경우 시장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할 배경으로 들었다.

다만 이번 분할은 카카오가 수년간 진행해온 지배구조 개편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카카오는 문어발 확장 논란 이후 비핵심 사업과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정리해왔다.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올해 6월 92개로 55개 줄었다.

계열사 숫자를 크게 줄였는데도 본사의 자회사 관리 부담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법인 자체를 나누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지난 21일 열린 설명회에서 이같은 질문과 관련해 B2C AI 시장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절박함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기존 구조로 인해 실제 지연된 투자나 사업 의사결정 사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계열사 연쇄 상장 논란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잇달아 증시에 입성하면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 측은 2022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들 사례가 본사 사업을 물적분할해 상장한 경우와는 다르다며 "수익이 안정적으로 창출되는 만큼 주요 사업부 물적분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인적분할은 과거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과는 구조가 다르다. 기존 카카오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받는다. 다만 하나의 상장사가 두 개로 나뉘는 만큼 기업 구조가 다시 복잡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노조도 분할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6일 카카오 분할 반대 공동교섭 선포식을 열고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분할 과정에서 고용과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증권가도 분할 자체의 효과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유진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카카오의 할인과 멀티플 하락의 주된 원인이 AI 서비스 고도화와 수익화 지연에 있다고 보고 인적분할이 즉각적인 할인 해소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관건은 법인을 나누는 것 자체보다 실제 의사결정 효율을 높일 수 있느냐다. 카카오는 기존 구조에서 자회사 관련 안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했지만, 분할 이후 투자 승인 기간이나 의사결정 소요시간을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정량적 목표는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자금 관리나 투자 관리 등을 카카오가 짊어지면서 과중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몸을 가볍게 해 카카오톡과 AI 중심으로 성장을 재가속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결정 속도 개선에 대한 정량 목표와 관련해 "아직 주주총회도 열리지 않았고 실제 분할이 결정된 단계가 아니어서 그런 목표를 볼 단계는 아니다"며"이번 분할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후 구조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