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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불안정 캥거루족, 결혼 출산 의향 네 집단 중 최저
위키트리
가장 눈에 띄는 집단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까지 불안정한 ‘동거·취업 불안정형’이었다. 이 가운데 25.4%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네 유형 가운데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가장 높은 수치다. 출산에 대해서도 21.3%가 ‘낳을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부모와의 동거 자체보다 경제적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이 결혼과 출산 계획을 세우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부모와 따로 살고 있지만 직업이 불안정한 청년들도 가족 형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분거·취업 불안정형’에서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4.4%에 그쳐 네 집단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결혼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9.7%로 가장 높았다. 결혼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결혼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향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출산 의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분거·취업 불안정형의 경우 ‘낳을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20.5%,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이 25%였다. 두 응답을 합치면 45.5%가 출산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반대로 취업이 안정된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지와 관계없이 결혼 의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금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동거·취업 안정형에서 22.9%, 분거·취업 안정형에서 19.9%로 나타났다. 취업 불안정형의 8.2%, 4.4%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다만 네 집단 모두 결혼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이 모든 유형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비율은 51.3~60.2%로 나타났다. 결혼을 원하지 않는 청년이 다수를 차지했다기보다, 현재의 경제적 조건 때문에 결혼을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청년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도 취업 안정성의 영향이 뚜렷했다. 미래 전망 점수는 분거·취업 불안정형이 5.77점으로 가장 낮았고 동거·취업 불안정형이 5.85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동거·취업 안정형은 6.16점, 분거·취업 안정형은 6.22점이었다. 부모와 함께 사는지 여부보다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상태가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된 결과다.
지역에 따라 청년의 자립 형태가 달라지는 점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에서는 취업이 안정됐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동거·취업 안정형’ 비중이 29.2%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높은 주거비가 독립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비수도권 도시에서는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부족 등의 영향으로 부모와 거주하면서 취업도 불안정한 유형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번 연구는 청년의 자립을 단순히 부모와 떨어져 사는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실제로 연구진은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모두가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며, 독립해 거주하더라도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불안정과 높은 주거비, 길어진 교육 기간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청년의 독립과 가족 형성 시기가 함께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5년 기준 남성 33.9세, 여성 31.6세까지 높아졌다. 2005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3세, 여성은 3.9세 늦어진 수치다. 청년층의 취업과 주거 문제가 결혼과 출산 등 다음 생애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