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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아프리카 희토류 직접 투자, 중국 공급망 견제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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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아프리카 4개국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

對中 희토류 의존도 낮추고 새로운 공급처로 아프리카 ‘육성’

中, 20여년간 아프리카에 인프라건설 등 공들여 영향력도 커

인프라 부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도 美가 넘어야 할 산
미국이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뒤흔들기 위해 아프리카 희토류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민간 투자자들이 사업 위험성과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꺼리는 초기 단계 프로젝트에 미 정부가 직접 투자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아프리카를 새로운 공급처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말라위·앙골라·마다가스카르·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의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에 모두 6280만 달러(약 868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9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5000만 달러는 '사자의 몫'(Lion's share·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통하는 남아공 팔라보라 희토류 프로젝트에 배정됐다.

미 정부가 열악한 환경의 아프리카 희토류 사업에 직접 뛰어든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와 풍력터빈, 반도체, 첨단 전자제품은 물론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 등 방위산업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오는 2029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가량 담당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정제와 가공, 자석 생산까지 광범위한 일관생산체계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단순히 광산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군다나 중국은 지난 몇 년간 희토류 관련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부쩍 키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이 중국에 거의 대부분 넘어간 상태에서는 전기차와 방산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중국 밖에서 희토류 광산을 확보하고 이를 미국 및 동맹국의 정제·가공 시설과 연결하는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광산개발에 필요한 도로와 철도, 전력 등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이 부족한 데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마저 상존한다. 여기에다 희토류 가격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광산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를 매우 꺼리고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미 국제개발금융공사 관계자들은 “아프리카 대륙 희토류 개발 프로젝트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중국의 시장개입이 희토류 가격과 신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민간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자금을 투입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프로젝트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리카 투자의 대표적인 사업은 마다가스카르 암파신다바 희토류 프로젝트다. 미 국제개발금융공사는 지난달 28일 영국 희토류 개발업체 하레나 레어 어스가 추진하는 암파신다바 광산 프로젝트에 최대 484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시험 생산시설 구축과 실험실 분석, 환경 관련 프로그램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레나 레어 어스는 이를 발판으로 광산 건설에 필요한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암파신다바 광산에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뿐 아니라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고부가가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전기차와 풍력발전기용 영구자석은 물론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하레나 레어 어스는 이곳에서 연간 약 4000t의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과 디스프로슘·터븀 등 자석용 희토류 생산량은 연간 17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광산 개발 사업이라는 차원을 넘어 중국 밖의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 국무부도 그동안 경쟁국의 불투명한 투자가 지배해온 아프리카 광업 분야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광물 전략의 주요 목표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레나 레어 어스는 몇 주 내 채굴 허가를 획득해 2028년 중반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된 희토류를 미국과 유럽에서 정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와 USA레어어스,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 등이 잠재적인 정제 협력사로 거론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 국제개발금융공사가 이번 지원을 일회성 금융 지원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파신다바 프로젝트 전체 개발비는 1억 5000만 달러 규모로 현재 지원액은 전체 사업비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실사와 규제승인 등을 거쳐 사업성이 확인되면 추가 금융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미 무역개발청(USTDA)은 모잠비크 북부의 몬테 무암베 희토류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 광산개발 업체 네오테라(옛 알토나 레어 어스)그룹이 추진하는 이 사업의 개발투자 비용은 2억 7630만 달러로 추산된다. 광산 수명은 18년 정도로 예상되며, 연간 약 1만 5000t 규모의 혼합 희토류 탄산염 생산이 목표다.

현재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세드릭 시모넷 네오테라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미 정부의 지원이 프로젝트의 전략적 품질과 경제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앙골라에서는 미 수출입은행(EXIM)이 영국 희토류 개발업체 펜사나가 추진하는 롱곤조 희토류 프로젝트에 최대 1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희토류 광산과 처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등 핵심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남아공의 팔라보라 프로젝트는 미국이 매우 중시하는 사업이다. 미 국제개발금융공사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광업 투자회사 테크멧과 손잡고 지원하는 이 사업은 중국 밖에서 추진되는 희토류 프로젝트 가운데 비교적 수익성이 높고 조기 가동이 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생산된 희토류는 전기차와 녹색에너지 산업 등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이 지난 20여 년간 구축해온 희토류 공급망의 벽이 높다. 중국은 단순히 광산을 많이 보유한 것이 아니라 채굴부터 정제·분리, 금속 생산, 영구자석 제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막대한 생산 규모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미국이 아프리카 희토류 광산을 개발한다고 해서 중국의 영향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희토류가 중국으로 보내져 정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다변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희토류를 자체적으로 정제·가공할 수 있는 시설까지 확보해야 비로소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경제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올림피아 필치 크리티컬 미네랄스 아프리카 전략책임자는 “현재 발표된 희토류 프로젝트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자석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며 “공급 프로젝트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큼 실제 수요가 충분한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정치·사회적 위험도 뒤따른다. 열악한 도로와 철도, 전력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규제 승인 절차도 사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게다가 정권 교체나 정책 변화, 지역 분쟁 등도 광산 개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과의 경쟁도 버겁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아프리카 곳곳에서 구리와 코발트, 리튬 등 핵심광물 사업에 깊숙이 진출해 있다. 광산 개발뿐 아니라 인프라 건설과 금융지원을 결합해 현지 영향력을 확대해온 만큼 미국이 단기간에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원하는 현지 가공시설 건설과 일자리 창출, 기술이전 등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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