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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Sc, 세계 최초 44개어 포함 65개 인도어 음성인식
위키트리
인도의 22개 주요 언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음성인식(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자동 음성인식·ASR) 모델이 등장했다. 인도과학원(IISc) 벵갈루루 캠퍼스의 스파이어랩(SPIRE Lab)이 인공지능·로봇공학기술파크(ARTPARK), 구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스라바니(SraVaani)다. 이 모델은 인도의 65개 언어와 방언을 지원하는 오픈소스 음성인식 모델로, 이 중 44개는 경쟁 음성인식 시스템 어디에서도 공식 지원되지 않았던 언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인도에는 700개가 넘는 살아있는 언어와 수천 개의 방언이 존재하지만 대다수 음성인식 시스템은 이 중 일부만 다뤄왔다. 스라바니는 사르밤(Sarvam)의 사라스(Saaras)나 일레븐랩스(ElevenLabs) 같은 기존 강자들과는 다른 방향, 즉 정확도 경쟁이 아닌 ‘커버리지 경쟁’으로 판을 옮기려는 시도다.
아루나찰프라데시의 한 농부가 니시(Nyishi)어로 정부 보조금이나 의료 지원 정책을 음성으로 문의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스마트폰과 통신 환경,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췄더라도 음성인식 시스템이 니시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서비스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이 정부 서비스, 의료, 교육, 접근성 분야에서 음성 인터페이스가 확산될수록 디지털 격차 문제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상업용 음성 AI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언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사르밤의 사라스는 현재 인도 22개 언어와 영어를 지원하며, 스트리밍·코드 스위칭(두 언어를 섞어 말하는 것)·잡음 환경·저지연 등 상용 서비스에 필요한 조건에 맞춰 설계됐다. 스라바니는 이런 상용화 경쟁과는 다른 길, 즉 데이터가 부족한 언어들의 ‘롱테일’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스라바니의 토대는 프로젝트 바니(Project Vaani)다. 15만6000명이 165개 지역에서 참여해 3만1000시간이 넘는 자연스러운 발화를 수집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된 문장을 읽는 대신 그림을 보고 자신의 언어로 자유롭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녹음에 참여했다. 이 방식으로 억양과 방언, 지역별 자연스러운 언어 변이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프로젝트 바니를 이끄는 프라산타 쿠마르 고시(Prasanta Kumar Ghosh) IISc 교수는 기존 데이터셋들이 주요 언어에 편중돼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별로 실제 사용되는 언어를 직접 문서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고시 교수는 머니컨트롤(Moneycontrol)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가 곧 핵심(master)”이라며 저자원 언어를 위한 음성 AI 구축의 근본적 어려움을 짚었다. 연구팀은 언어마다 필요한 데이터량에 고정된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보통 50~100시간 분량으로 시작해 미확인 테스트 데이터에서 목표 성능에 도달할 때까지 데이터를 늘려나간다. 연결성과 문해율,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발화 수집과 전사(음성을 텍스트로 옮기는 작업) 자체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스라바니는 구글의 제미나이3 플래시(Gemini 3 Flash), 사르밤의 사라스v3(Saaras v3), AI4바랏(AI4Bharat)의 인딕컨포머(IndicConformer) 등과 비교 평가됐다. 직접 비교가 가능한 17개 인도어 기준으로 스라바니는 평균 단어오류율(WER, 낮을수록 정확함) 28.4%를 기록해 비교 모델 중 가장 낮았고, 10개 언어에서 최고 성능을 보였다. 다만 커버리지가 넓다고 모든 언어에서 최고 성능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데이터가 풍부한 일부 주요 언어에서는 여전히 다른 모델이 앞선다.
스라바니의 강점은 롱테일 언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메갈라야 지역 언어인 가로(Garo)어에서는 단어오류율 9.5%를 기록했는데,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모델은 69.4%에 그쳤다. 반면 니시어에서는 오류율이 93.9%까지 치솟았고 수미(Sumi)어에서도 78.5%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스라바니가 정확도를 완전히 해결하기 전에 커버리지부터 넓힌 결과라고 설명한다. 코드 스위칭(언어를 섞어 말하는 발화) 처리와 언어 자동 식별 기능도 아직 약점으로 남아 있으며, 다수 언어에서는 상용 서비스에 투입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스라바니는 데모와 파인튜닝(특정 목적에 맞게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는 작업) 코드와 함께 MIT 라이선스로 공개됐다. 고시 교수는 특정 기업 한 곳으로 기술이 귀속되기보다 연구자와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이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글이 컴퓨팅 자원의 상당 부분을 지원했지만 프로젝트 자체는 개방형으로 유지됐다고 고시 교수는 설명했다.
이 접근 방식은 처음부터 다국어 모델을 학습시킬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특히 유용하다. 특정 언어나 서비스를 겨냥한 음성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는 스타트업은 전체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비용을 지지 않고 스라바니를 가져와 원하는 언어에 맞게 파인튜닝하면 된다. BHARAT1.AI와 AI 파운드리(AI Foundry)의 공동창업자 우마칸트 소니(Umakant Soni)는 인도가 미국이나 중국의 모델 중 하나를 단순히 택하기보다 비용 효율적인 독자 노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라바니의 진짜 시험대는 출시 이후다. 스타트업과 연구자, 정부 기관들이 실제로 이 모델을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할 때 그 효용이 드러날 것이다. 아직 스라바니가 인도의 언어 격차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벤치마크 표에서 소외됐던 인도 음성 시장의 한 축에 업계의 시선을 돌려놓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