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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중국서 298만대 리콜, 비상 도어 손잡이 결함 원인
위키트리
테슬라가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298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한다. 대상은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해 판매한 모델3·모델Y·모델S·모델X로, 2018년부터 2026년 사이 제작된 차량이 포함된다. 충돌로 전기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탑승자가 비상 도어 손잡이를 찾지 못해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원인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이 조치가 테슬라의 중국 진출 이래 최대 리콜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경고 라벨을 부착하고 충돌 후 창문을 자동으로 내리는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9월 25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최근 전기차들은 스마트폰이나 NFC 카드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전동식 잠금장치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편리하지만 충돌로 저전압 시스템이 망가지면 전동 버튼이 먹통이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기계식 비상 손잡이를 함께 두지만, 문 안쪽 패널 뒤나 도어 포켓 아래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둔 경우가 많다. 벤징가(Benzinga) 보도에 따르면 모델Y 뒷좌석의 경우 도어 포켓 하단 커버를 뜯어내고 안에 숨겨진 케이블을 당겨야 열리는 구조다.
블룸버그는 화재가 난 테슬라 차량에서 탑승자나 구조대가 문을 열지 못해 최소 12건의 사고에서 1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충돌 자체는 견뎌내고도 뒤따른 화재로 숨지거나 크게 다친 사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2021년 대만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이번 규제의 발단으로 꼽는다. 당시 손잡이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탑승자를 구출하지 못했던 사고다.

중국은 2년간 검토를 거쳐 지난 2월 감춰진 전동식 외부 도어 손잡이를 2027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관련 국가표준을 확정해 2027년 1월 1일 시행하고, 최대 25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9년 1월 1일까지 모든 차량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새 표준은 내·외부 손잡이 모두 기계식 개방 기능을 갖추도록 하고, 식별이 어려운 내부 손잡이에는 안전 표시와 사용 안내를 붙이도록 규정한다. 테슬라가 이번에 택한 경고 라벨 방식은 바로 이 조항이 요구하는 대응책과 일치한다. 시행일보다 16개월가량 앞서 스스로 기준에 맞춰 움직인 셈이다.
이번 리콜은 테슬라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테슬라를 포함해 11개 자동차 업체가 동시에 관련 리콜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이 중 테슬라, 샤오미, 립모터, 엑스펑, 지리 산하의 지커(Zeekr), 링크앤코(Lynk & Co) 등 6개 브랜드는 8월 21일(현지시각) 각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발표했다. 11개 업체 중 테슬라를 포함한 9개 업체는 탑승자와 구조대가 비상 손잡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무료로 경고 라벨을 부착하며, 대부분 업체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함께 배포한다. 중국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자국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캠페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테슬라가 이번에 밝힌 조치는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298만대 규모의 도어 손잡이 리콜은 중국산과 수입산을 모두 포함한 모델3·모델Y·모델S·모델X 전 라인업을 대상으로 한다. 테슬라는 손잡이 위치를 알려주는 경고 라벨을 붙이고, 충돌 후 자동으로 창문을 내려 탈출로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OTA 업데이트를 9월 25일부터 순차 적용한다. 손잡이 자체를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하드웨어 조치는 아니다.
별도로 274만대 규모의 두 번째 조치도 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에 한정해, 오토파일럿 등 운전 보조 기능 작동 중 운전자의 주의 상태를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내용이다. 이 조치는 발표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두 캠페인 대상 차량이 겹치는 만큼 단순히 두 수치를 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제당국은 설명했다. 중복을 제외한 정확한 총 대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규제당국은 이번 리콜을 테슬라의 중국 진출 이래 최대 규모라고 못 박았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24년 1월 161만 105대 규모의 리콜이었다. 당시에도 레벨2 운전 보조 기능 오용 문제와 함께 도어 관련 결함이 포함됐는데, 그 규모는 수입 모델S·모델X 7,538대의 도어 잠금 결함에 그쳤다. 2년 반 만에 비슷한 두 가지 문제가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되돌아온 셈이다.
테슬라 디자인 총괄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전동식과 기계식 잠금장치를 하나의 직관적인 조작장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긴급 상황(panic situation)”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불거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말 블룸버그 보도를 계기로 테슬라의 도어 잠금 시스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기관은 관련 안전 요건을 새로 만드는 규칙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한 의원은 비상 수동 잠금장치가 탑승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동식 잠금장치와 접근이 어려운 수동 비상장치를 함께 쓰는 것은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비안은 지난해 고객과 직원들로부터 R1 차량의 수동 잠금장치가 패널을 뜯어내고 줄을 당겨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았다. 리비안은 올해 출시한 보급형 R2에서는 잠금장치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2025년 전동식 도어 잠금장치가 전력을 잃었을 때 오작동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머스탱 마하-E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중국은 테슬라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벤징가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에서 209억 6,000만 달러(약 29조 2,000억원, 1달러 1,395원 기준)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약 22%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내 판매는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의 7월 중국 판매량은 2만 7,249대로 전년 동월보다 32.9%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2분기 중국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 5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중국 비중은 전체 글로벌 판매의 26.3%까지 낮아졌는데,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진 수치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집계에서는 테슬라가 상위 10개 신에너지차(NEV) 브랜드 밖으로 밀려났고, 1위인 비야디(BYD)는 23.5%의 점유율을 지켰다.
반면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수출 물량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CPCA 집계에 따르면 이 공장은 올해 1~7월 29만 5,324대를 해외로 실어 보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량 22만 6,034대를 30.6% 넘어서는 규모다. 7월 한 달만 6만 6,330대를 수출해 전년 동월 대비 143.3% 늘었다. 벤징가는 이번 리콜이 경고 라벨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마무리돼 당장 큰 비용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도어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