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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온난화 중첩, 2027년 지구 최고 기온 전망
위키트리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El Niño)는 남아메리카 페루와 에콰도르, 칠레 북부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흔히 성탄절을 전후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지며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은 '여자아이'라는 뜻의 라니냐(La Niña)라고 부르며 두 현상을 통틀어 남방진동(ENSO, El Niño-Southern Oscillation)이라 칭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적도 남쪽(인도네시아~호주~남미 페루 구간)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동무역풍이 분다. 바람이 따뜻한 바다 표층의 온수를 서쪽 인도네시아 해역으로 밀어내면 온수가 빠져나간 동태평양 페루 서해안에는 심해저의 차가운 물이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페루 해역은 수온약층이 얇아지고 심해의 영양분이 공급돼 풍부한 어장이 형성되는 반면 따뜻한 바닷물이 모인 인도네시아 해역에서는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되어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 순환의 핵심인 무역풍이 크게 약화되거나 심지어 방향이 역전된다. 바람이 약해지면서 따뜻한 온수가 서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밀려들게 된다. 이로 인해 페루 해안에서는 심해 냉수의 용승이 줄어들어 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어획량이 급감한다. 동시에 따뜻한 온수대가 태평양 한가운데나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저기압대 역시 동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원래 비가 내려야 할 인도네시아 일대는 고기압대에 놓이게 되어 강수량이 줄어들고 극심한 건조 현상과 대형 산불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대양의 수온 변화는 적도 남태평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층권의 제트기류부터 시작해 깊은 바다의 심해 해류 순환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전 지구의 기상 패턴을 뒤흔든다. 이후 열 방출과 해류 변화 등의 연쇄 과정을 거치며 엘니뇨가 약화되고 다시 라니냐로 전환되는 순환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는 이번 엘니뇨의 여파로 추정되는 극단적 이상기후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는 본격적인 우기철에 진입했음에도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도는 강우량을 기록하며 극심한 가뭄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대서양과 카리브해 일대는 허리케인이 가장 활발해야 할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바람 패턴이 변하면서 예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이는 등 기후 이상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번 엘니뇨의 세력이 과거의 모든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기상청의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는 이미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은 엘니뇨가 최고조에 달하는 올해 하반기에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최고 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가 자연적 변동성과 맞물려 예측 불가능한 지점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다가올 극단적인 이상 기온과 폭우, 가뭄, 농작물 피해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긴급 대응 체계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