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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방송 대주주 일가 미담 보도, 방송 사유화 논란 확산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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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국인 청소년이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특별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조국의 명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국내 최고 난코스 가운데 하나인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주했는데요. (…) 미국에 거주하는 ○○군과 한국 친구 △△군이 주인공입니다.”

지난 1일 미국에 사는 한국인 청소년과 그의 친구가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주했다는 소식이 강원 지상파 방송사 G1방송 메인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약 3분 분량의 뉴스는 두 청소년이 15시간의 산행에 도전하는 과정과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명랑하고 애들이 참 밝았다”는 산악가이드의 인터뷰를 거쳐, “서로를 믿고 어려움을 이겨낸 값진 경험이 두 소년에겐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는 기자의 리포트로 뉴스는 마무리된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이 보도에 등장한 미국에 사는 한국인 청소년 ○○씨는 G1방송 대주주인 SG건설 조창진 회장의 외손자다. 대주주의 외손자가 한국을 찾아 설악산을 등반했다는 소식이 G1방송 메인뉴스에 실린 것이다.
대주주의 가족이 보도에 등장한 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의 사위 김아무개씨 역시 G1방송 보도에 수차례 등장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12일에는 강원도에서 김씨가 개발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 ‘AI 당직실’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보도는 AI 당직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한 후, 김씨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실었다.
같은 해 12월5일에도 ‘2025년 대한민국 정부혁신 박람회’에 참가한 강원 ‘AI 당직원’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의 뉴스가 방송됐다. AI 당직원을 홍보하는 내용의 해당 뉴스에는 박람회 홍보 부스에서 사람들에게 AI 당직 시스템을 설명하는 김씨의 모습이 등장한다. 해당 기사는 G1방송 보도국장이 작성한 기사였다.
사측 ‘외손자·사위 인지, 부적절 보도 알고도 강행해’ 인정

대주주의 가족이 보도에 수차례 등장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G1방송 내부에서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G1방송은 지난해에도 탐사보도를 통해 대주주 계열사 인근 업체들의 비판 보도를 이어가 논란이 일었다. 당시 G1방송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탐사보도 프로그램 ‘기동취재’를 통해 총 14회를 할애해 마트 불법영업 사건에 대해 보도했는데, 문제가 지적된 마트들은 SG건설의 계열사인 SG마트, SG프라자 인근에 위치한 마트라는 점에서 대주주 이해충돌 보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엔 대주주가 분양하는 아파트 광고를 보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2021년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G1방송은 방심위 제재 후에도 SG건설 보도를 줄이되 계열사들의 긍정 보도 비중을 늘리는 대주주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대주주 소유 골프장과 인접한 원주 내 골프장들의 불법영업 실태를 탐사보도를 통해 내보내 대주주 이익 대변 보도라는 비판이 제기된 일도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G1방송본부(노조)와 사장·경영본부장·방송본부장·보도국장·편성국장 등 사측 책임자들은 21일 오전 편성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조 회장의 외손자와 사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관련 보도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도 보도를 강행했음을 인정했다. 외손자 등반 뉴스를 조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경영본부장의 증언도 나왔다. 편성위 말미엔 전종률 사장이 본인이 보도국장에게 보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전까지 사측 책임자 각자의 주장이 엇갈린 부분이 있었고, 이에 노조는 윤리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를 한 뒤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외손자 등반 보도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G1방송은 2018년 방심위 제재 후 편성제작국장, 보도국장,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내부 자체 심의 기구 ‘방송클린위원회’를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방송클린위원회는 특수관계인이 제작·보도의 직접 당사자가 되는 내용 중 사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 심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주주 계열사 인근 마트 불법영업 연속 보도가 논란이 된 후에는 ‘보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말에는 담당자 부재로 시스템이 멈춰있었고, 회장의 외손자 보도는 토요일에 방송됐다.
김대환 G1방송 경영본부장은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장이 보도국장에게 검토해보라고 지시했고, 보도국장이 아이템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게 중론”이라며 “윤리위원회는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장을 맡게 돼 있는데, 사장은 최종 책임자이자 지시한 사람이기 때문에 윤리위원회 수장으로 앉히면 실질적 정당성을 갖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향후 징계 사항이나 재발 방지 방안 등 후속 조치도 있어야 하는데, 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회사도 고민해서 다시 한번 노조와 이야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아니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대주주 일가 찬양방송, 공정성과 자존심 짓밟아”

편성위 직후 노조는 「대주주 일가 찬양방송, G1방송의 공정성과 노동자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반복돼 온 대주주의 방송사유화 행태를 규탄했다. 노조는 “통상 기획보도나 심층·탐사보도에 해당하는 무게를 가지는 3분이 넘는 리포트를 특수관계인 미담을 포장하는 위인전식 보도로 사용됐다는 사실은 G1방송 노동자들을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다. 보도의 공정성과 윤리성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렸다”며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제5조 방송의 공적 책임, 제6조 방송의 공정성·객관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송 제작에 있어 내외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G1방송의 방송편성규약과 윤리강령을 위반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노조는 조 회장의 사위와 그의 업체가 수차례 보도에 등장한 점을 두고도 “단순한 출연이나 소개의 차원을 넘어 보도윤리와 방송윤리가 함께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수관계인임을 알면서도 해당 방송을 제작·보도했다면, 이는 G1방송이 스스로 정한 규정과 윤리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보도책임자가 대주주의 방송사유화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법제화에 대한 요구도 다시금 제기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방송3법 개정안에 명시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화 대상에는 지역민영방송과 SBS, 지역MBC가 배제된 상황이다. 임명동의제는 대주주가 언론에 간섭하는 구조를 법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최소한 보도부문 책임자라도 대주주와 경영진이 아닌 구성원들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만들어진 조항이었다.
노조는 “보도책임자의 임명을 경영진의 의중과 전횡에 맡겨두는 한, 특수관계인 보도와 같은 사유화 논란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며, 지역방송에도 반드시 도입되고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이번 사안 관련 윤리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 대표이사 사장의 공식 사과문 게시, 시청자 사과 방송을 요구하면서 “일선 직원들의 자성도 필요하고, 책임자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조창진 SG건설 회장은 지난 2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외손자와 사위가 보도에 등장한 경위와 보도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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