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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매물 늘고 하락세 전환, 중저가는 상승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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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크게 높이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급매가 등장하면서 가격 하락 폭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20일 발표한 8월 셋째 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2% 상승했다. 전주 상승률 0.21%보다 0.01%포인트 높아지며 서울 전체 시장만 놓고 보면 상승세가 오히려 소폭 강해졌다.

그러나 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전주 -0.04%에서 이번 주 -0.09%로 하락 폭이 커졌다. 강남구 역시 -0.02%에서 -0.05%로 낙폭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0.12%에서 0.10%로 상승 폭이 줄었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과 반포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과 개포동 주요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나타났다.

강남권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을 보유할수록 종부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주택을 처분할 때 적용되는 양도세 부담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유자들이 매도 시점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물 증가세가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매물은 이날 기준 6만5252건으로 나타났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 6만409건과 비교하면 보름 남짓한 기간에 8.0% 증가했다.

서울 전체 매물 증가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매물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강남구 매물은 9453건에서 1만494건으로 11.0% 증가했다. 송파구는 5099건에서 5622건으로 10.2% 늘었고, 서초구도 7630건에서 8388건으로 9.9% 증가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에서도 매물이 크게 늘었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매물이 198건에서 239건으로 41건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20.7%에 달한다.

단순히 매도 물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매도자들이 제시하는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39억원에 거래됐던 매물이 최근 33억7000만원에 나왔다. 직전 거래 가격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압구정동에서도 급매가 등장했다.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 141㎡는 지난달 66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최대 6억원 낮은 60억원에 나온 급매물이 확인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가격 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 주택 보유자 가운데 앞으로의 보유 비용과 향후 매도에 따른 세금 부담을 계산한 뒤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40억 후반대 고가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이 크게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강남권의 급매물 출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단지의 특수성도 변수로 꼽혔다.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건축 아파트는 비거주자 소유 비중이 높은 경우가 있는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 시점 등을 앞두고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권의 약세가 서울 전체의 하락으로 번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는 상승 폭이 커졌다.

성북구는 0.45% 상승했다. 종암동과 길음동의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중랑구도 0.44% 상승하며 신내동과 상봉동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서대문구 역시 0.44% 상승했다. 홍제동과 남가좌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어졌다. 중구와 강북구도 각각 0.41% 오르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권과 중저가 지역의 온도 차이는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양극화’와 연결된다.

고가 주택은 세금과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반면, 중저가 주택은 구매 가능한 수요층이 더 넓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고가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요가 줄어드는 동안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남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 축소로 거래가 둔화돼도 매매·전월세 매물이 워낙 부족해 가격이 여전히 강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서울 주택시장은 ‘서울 집값이 오른다’는 하나의 문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의 움직임이 서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경기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성남 중원구가 0.50%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원 권선구와 광명시도 각각 0.47% 상승했다.

반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화성시 동탄구는 상승 폭이 0.12%로 크게 낮아졌다. 동탄구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부분은 인근 지역으로의 수요 이동이다. 동탄구와 가까운 비규제지역 병점구의 아파트값은 0.46% 상승했다. 규제를 받은 지역의 매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매물이 늘어나는 동시에 서울 외곽과 경기 중저가 지역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과 금융 부담이 커지면 매수자는 더 저렴한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보유자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도를 고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시장 전체가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가격대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실제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세 부담이 어느 정도로 구체화되느냐다. 현재 시장에 나온 급매물 가운데 실제 거래가 얼마나 성사되는지도 중요하다.

매물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강남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강남권에는 여전히 희소한 입지와 재건축 기대감, 고가 주택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금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와 매수자의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서울 전체 집값은 상승하고 있는데 강남·서초의 고가 아파트에서 급매와 가격 하락이 나타나는 현재의 흐름이 일시적인 조정으로 끝날지, 고가 주택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가 될지는 향후 거래량과 매물 추이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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