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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만 신안군, 추경 ‘1조원’ 돌파하자…네티즌들 웅성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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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추경 발표 시점과 맞물려 신안군이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뉴질랜드 해외 어학연수' 소식이 함께 엮여 전해지면서, '지방교부세와 혈세를 들여 선심성 해외 연수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엑스(옛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해당 2가지 사안을 엮어 비판하는 논조의 글들이 올라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행정 재정 통계 자료 등을 바탕으로 두 사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인구 대비 예산 액수'나 '해외 어학연수'라는 단편적인 프레임만으로 신안군 예산을 비판하는 것에는 상당한 왜곡과 착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20만 명의 인접 도시와 맞먹는 예산 규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방재정 구조상 논란의 여지를 충분히 남기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최근 군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 2026년도 제1회 추경예산은 본예산(7371억 원)보다 2840억 원(약 38.5%) 증가한 1조 211억 원이다.
이는 신안군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신안군은 지난 2023년에도 네 차례의 추경을 거쳐 사상 처음으로 예산 1조 원을 넘어선 바 있으나, 올해는 제1회 추경만으로 단숨에 1조 원 고지를 다시 밟았다. 향후 추가 추경이 편성될 경우 전체 예산 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번 추경이 세간의 불을 지핀 결정적 계기는 인접 지자체와의 극명한 대비와 '주민 1인당 예산'이라는 산술적 계산법이었다. 신안군의 현재 인구는 약 4만 2000명 수준이다. 전체 예산 1조 211억 원을 주민 수로 나누면 군민 1인당 배정된 예산은 무려 약 2400만 원에 달한다. 이번 추경으로 늘어난 금액(2840억 원)만 따져도 주민 1인당 약 670만 원꼴이다.
반면, 차량으로 10분 안팎 거리에 위치한 목포시의 경우 인구가 약 20만 명으로 신안군의 5배에 육박하지만, 추경을 반영한 총예산 규모는 신안군과 비슷한 1조 원 안팎에 형성되어 있다. 인구는 5분의 1 수준인데 두 지자체가 한 해 운용하는 예산 총액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폭발했다.
실제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 동네엔 돈 나오는 화수분이 있는지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야….” “부산이 중앙정부에서 받는 지원예산이 10조인데, 인구 4만인 신안군은 섬이라 생존권이 열악하다고 1조를 지원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러니 세금이 올라가지” “이런 거 보면... 세금은 왜 낼까요?” “이게 승인이 되나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예산 규모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비판 여론 형성 시점에 동시 다발적으로 보도된 '신안군 초등학생 뉴질랜드 어학연수 추진' 소식이었다. 신안군 발표에 따르면 지역 초등학생 20명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5일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엘름 파크 스쿨에서 현지 정규 수업 참가 및 홈스테이를 진행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일부 여론은 이 두 가지 소식을 하나로 묶어 '예산이 1조 원이나 되니 초등학생들 해외 연수까지 펑펑 보내준다'거나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는 식의 프레임을 씌웠다.
그러나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초등학생 해외 어학연수 사업과 1조 원대 추경 예산 편성을 직접적으로 엮는 것은 논리적 무리가 따른다.
우선, 청소년 해외 연수 및 글로벌 문화체험 사업은 신안군뿐만 아니라 전국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농어촌 및 도서 지역 군 단위 지자체 포함)에서 인재 양성 및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매년 추진 중인 일반적인 교육 복지 정책 중 하나다. 도심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와 외국어 습득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자체가 자체 예산이나 교육경비 보조금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 사업의 일환이다.
또 초등학생 20명의 25일간 어학연수에 소요되는 예산은 전체 추경 예산 1조 211억 원 중 극히 미미한 비중(수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 사업 예산을 수천억 원 단위의 전체 추경 증액 원인으로 몰아가거나, 1조 원 예산의 부적절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로 치환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자극적 프레임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인구 4만 명의 신안군 예산은 왜 이렇게 비대해진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신안군이 가진 독특한 지리적·행정적 구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오로지 '주민 수'에 비례하여 책정되지 않는다. 지역의 면적, 도서·산간 지역 등 행정구역의 특수성, 관리해야 할 공공 기반시설의 규모, 국·도비 보조사업 수주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신안군은 유인도 70여 개를 포함해 1000여 개에 달하는 섬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도서 지역이다. 섬 지역의 특성은 행정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일반적인 육지 지자체는 하나의 도로망과 상하수도 관로, 단일 전력·통신망을 연결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신안군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연륙교·연도교 건설 및 유지보수, 각 섬마다 독립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선착장, 항만 시설, 상하수도 처리장, 발전 및 통신 기반시설을 각각 별도로 유지 관리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 비용도 막대하다. 국가보조항로 운영, 섬 주민 여객선 운임 지원, 공영버스 운영 등 대중교통 관련 비용은 육지 지자체에서는 발생하지 않거나 비중이 매우 적은 지출 항목이다. 작은 섬 하나에도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와 복지 시설, 의료 기관을 배치해야 하므로 인구 대비 행정 고정비용이 육지의 몇 배 이상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추경으로 증액된 2840억 원의 재원 구조를 살펴보면 신안군이 '자체 돈이 넘쳐나는 부자 지자체'가 아니라는 점이 극명히 드러난다. 신안군 발표에 따르면 이번 추경 재원은 국·도비 보조금 1587억 원, 지방교부세 504억 원, 세외수입 368억 원, 보전수입 277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즉, 증액된 예산의 대다수는 중앙정부와 전남도 등 상급 기관에서 내려온 '이전재원' 및 특정 목적성이 지정된 국·도비 보조사업이다. 지방세 수입이 늘어난 부분이 있었고, 하반기에 확정된 국·도비 보조사업이 약 1600억 원 증가했으며, 4~5월경 확정되는 교부세 등을 반영하면서 전체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 신안군 설명이다.
지방재정 구조상 중앙정부의 국비 보조사업이 늘어나면 지자체는 이에 대응하는 일정 비율의 지방비(군비)를 의무적으로 매칭 편성해야 한다. 따라서 국·도비 보조금이 대폭 증액되어 총예산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 하더라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유 재원'은 오히려 축소되거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예산의 외형적 덩치는 커졌지만 정작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나 자율성은 낮아지는 '지방재정의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신안군은 이번 추경 예산이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민생과 농어업 지원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농림·해양수산 분야로 총 1501억 원이 편성됐다. 세부적으로는 농어촌 기본소득 415억 원, 농어민 공익수당 50억 원,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대책비 24억 원, 전남권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FPC) 건립 24억 원,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사업 18억 원 등이 포함됐다. 섬 지역 특성을 고려한 농어업 직접 투자를 강화해 지역 주력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교통 분야에는 국가보조항로 운영 용역 51억 원, 섬 주민 여객선 운임 지원 14억 원 등 총 84억 원이 배정됐다. 복지·의료 분야에는 199억 원, 문화·관광 분야 146억 원, 에너지 분야 53억 원이 각각 편성됐다. 아울러 위축된 지역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민생안정지원금에도 42억 원이 배정됐다.
신안군 측은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을 거쳐 주민 삶과 직결된 사업에 재원을 재배치했다고 강조했다.
지리적 특수성과 국·도비 매칭 구조라는 팩트를 감안하더라도, 인구 4만 명 단위의 군 예산이 1조 원을 돌파했다는 사실 자체는 여전히 국민적·행정적 논란과 화두를 던진다는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단순히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으로 치부하기에는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인구 감소 극복 및 재정 효율성' 문제다. 인구 소멸 위기 고위험 지역에 속하는 신안군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규모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수천억 원의 국·도비와 교부세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인구 유출 방지나 신규 인구 유입 효과가 미미하다면, 과연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엄정한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인근 시·군과의 형평성 및 국비 배분의 적정성 논란이다. 인구 20만의 목포시와 인구 4만의 신안군이 유사한 수준의 예산 규모를 운용하는 현상은, 국가 전체적인 지방교부세 및 국비 보조금 배분 기준이 지역 특수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 혹은 특정 지자체에 과도한 재원 쏠림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전국적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군민 체감도와 투명한 집행의 문제다. 예산 1조 원 중 군민 1인당 배정되는 가상의 액수가 2400만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 군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이나 복지 혜택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행정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