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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성추행범, 아내에 누명 씌웠으나 검찰 보완수사로 기소
위키트리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1부(진경섭 부장검사)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 승강기 안에서 여고생 B양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가 아닌 그의 아내를 피의자로 특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의 아내가 경찰 조사에서 "남편 옆에 있었다"는 취지로 애매하게 진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내는 사건 당시 승강기 안에 있지도 않았다.
A씨는 사건 초기 경찰의 전화를 받자 당시 승강기에 함께 있던 여성 지인에게 "아내인 것처럼 통화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과 아내가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허위 정황을 꾸며낸 것이다. 이후 아내가 소환조사에서 남편을 감싸는 듯한 진술을 하면서 경찰은 이를 믿고 사건을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압수한 관련자의 휴대전화를 정밀 감식해 A씨가 아내를 범인으로 몬 정황을 확인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진범으로 드러나면서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관련자들의 말이 석연치 않아 압수한 휴대전화 감식 결과를 토대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며 "성범죄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피고인이 수사 초기부터 거짓말한 정황을 확인하고 공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살펴 빠진 혐의나 증거를 확인하는 절차가 보완수사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진범을 가려낸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오는 10월 사라진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의 부실·지연 수사를 바로잡을 수단이 약해진다"며 반대했지만 통과를 막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0월 2일 시행된다. 같은 날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바뀌는 핵심은 수사 주체를 경찰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가 기록과 증거를 검토해 재판에 넘길지 판단한다. 이때 실제 범행보다 가벼운 혐의가 적용됐거나 핵심 증거가 빠진 사실을 발견하면 직접 사람을 조사하거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공소청 검사는 이런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경찰이나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 그 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만 결정한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예컨대 경찰이 폭행 혐의로 넘긴 사건에서 검사가 폐쇄회로(CC)TV와 진술을 살피다 살인 의도나 성범죄 가능성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참고인을 조사하거나 추가 감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범죄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이어진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 씨는 부실한 수사를 바로잡으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당 사건에서 경찰은 당초 가해자를 중상해 혐의로 넘겼지만 검찰이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미수로 기소했고, 항소심에서는 김 씨의 문제 제기와 추가 DNA 감정 끝에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가 확인되면서 공소장이 강간등살인미수로 바뀌었다.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김 씨는 민사소송으로 확보한 1268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직접 분석해 가해자의 진술 모순을 찾아냈다.
법안 처리 직전 논쟁에 불을 붙인 건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이른바 '장윤기 사건'이다. 검찰은 경찰 송치 뒤 보완수사에서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 아버지가 피의자 원룸의 물건을 가져간 사실과 수사팀의 증거 삭제·누설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윤기의 차량에서 사라진 결박용 케이블타이는 피의자 아버지의 집에서 발견됐다. 관련 의혹은 아직 수사 중으로 형사책임은 확정되지 않았다.
여성계도 반발한다. 여성의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규탄 시위를 열었다. 당시 시위에서 이경하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하면 상급기관으로 담당을 바꾸면 된다지만 피해자로선 제대로 된 담당자가 나올 때까지 수년간 기관을 바꿔가며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며 "그 사이 주요 증거는 유실되고 수사 적기를 놓쳐 피해자가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견제장치를 다 없애놓고 경찰을 개혁하겠다는 건 시스템을 무너뜨린 뒤 일부만 조금씩 복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론도 폐지 쪽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3%였다. 16%는 의견을 유보했다. 폐지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 폐지 39%로 나타났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다시 판단해 달라는 이의신청은 2021년 2만7262건에서 지난해 5만6165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폐지에 찬성하는 쪽은 피의자의 방어권과 중복수사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필승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그 결과를 사후에 법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은 경찰을 통해 추가로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면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흐려지고 피의자가 경찰과 검찰에서 반복 조사받는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오는 10월 2일 시행된다. 민주당은 그전에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청소년 성범죄, 스토킹, 장애인학대, 노인학대 등 약자 대상 7개 범죄의 불송치 사건까지 공소청에 넘기는 이른바 '전건 송치'와 중수청 내 전담부서 설치를 위한 후속 입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