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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평균 3838원, 재료비 인건비 상승에 분식점 폐업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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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를 가볍게 때울 수 있는 서민 메뉴로 통하던 김밥이 외식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 줄에 들어가는 재료 가짓수가 많다 보니 원재료값이 조금만 뛰어도 원가 전체가 출렁이는 구조인 데다,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운 손말이 공정 특성상 인건비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탓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올해 6월 기준 서울 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 가격은 3838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9% 오른 수치인데, 이는 소비자원이 가격 추이를 추적하는 대중적인 외식 품목 여덟 가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삼겹살이 4.3%, 칼국수가 3.6%, 냉면과 삼계탕이 각각 2.8%, 비빔밥이 2.7%, 자장면이 2.1%, 김치찌개가 1.8% 오른 것과 비교하면 김밥의 오름폭이 유독 두드러진다.

가격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3723원이던 서울 김밥 한 줄 평균가는 올해 1월 3800원으로 올라섰고, 다섯 달 만에 다시 3838원까지 뛰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도 김밥 물가는 지난 6월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른 데 이어 7월에는 4.5%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김밥 한 줄 4000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격 급등의 진원지로는 단연 원재료비가 꼽힌다. 특히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김밥 속재료로 쓰이는 시금치 등 잎채소 가격이 그야말로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시금치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초 852원에서 이달 7일 1978원으로 한 달 사이 132% 넘게 뛰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작물인 시금치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생육 부진을 겪으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든 여파다. 도매 단계에서도 8월 상순 시금치 평균가가 전월 대비 81% 뛰었을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시금치뿐 아니라 열무와 상추 등 다른 잎채소 가격도 각각 74%, 40%대까지 뛰었고, 오이 역시 한 달 반 만에 소매가가 세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른바 '히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다만 당국은 채소류 도소매가가 아직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나친 불안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함께 내놓고 있다.

폭염 피해는 채소류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온이 지속되면서 가축과 양식 어류 폐사도 잇따르고 있어, 축산물과 수산물 물가로까지 상승 압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 마리를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닭과 오리 등 가금류였다. 계란과 닭고기 수급에 당장 큰 차질은 없다는 게 당국 설명이지만, 폭염이 더 길어질 경우 김밥의 또 다른 핵심 재료인 계란값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란과 쌀 가격도 나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 상승했고, 같은 기간 계란은 9.0%, 김은 2.5% 올랐다. 김밥 한 줄을 채우는 밥과 속재료, 겉을 감싸는 김까지 핵심 재료 세 가지가 동시에 비싸진 셈이다. 여기에 단무지와 햄, 각종 채소 같은 부재료 물가까지 들썩이면서, 여러 식재료가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김밥은 특정 품목 하나만 오르는 다른 외식 메뉴보다 원가 압박을 훨씬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재료비뿐 아니라 인건비 부담도 김밥집 운영을 옥죄는 요인이다. 김밥은 밥을 짓고 재료를 손질해 김 위에 펼친 뒤 일일이 손으로 말아 써는 과정을 거쳐야 해, 다른 프랜차이즈 외식업처럼 조리 인력을 기계나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김밥 한 줄을 마는 데 걸리는 시간과 손길은 줄이기 어려운 반면, 인건비는 해마다 꾸준히 오르는 구조여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를 상쇄할 뾰족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5년 전보다 12.7%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1만700원으로 한 차례 더 인상을 앞두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상가 임대료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라는 세 가지 고정 비용이 동시에 상승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비용 압박이 누적되면서 분식점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분식전문점은 348개에 그친 반면, 영업을 종료한 점포는 461개로 개업 수를 웃돌았다. 5년 생존율 역시 32.1%에 그쳐 외식업 10개 세부 업종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새로 문을 연 분식점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5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셈이다. 재료비와 인건비에 더해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때 저렴한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던 분식업이 오히려 생존이 가장 어려운 업종 중 하나로 뒤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김가네의 출발점인 대학로 1호점은 지난달 31일 영업을 마감했다. 국내 김밥 프랜차이즈의 원조 격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김가네 매장 수는 2022년 448개에서 2024년 378개로 70개 줄었다. 같은 기간 고봉민김밥인은 541개에서 450개로 91개 감소했고, 바르다김선생은 2023년 125개에서 지난해 94개로 줄며 100개 선마저 무너졌다.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매장 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개별 원재료비 상승분을 가맹점주가 오롯이 떠안기 어려운 구조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 속에서도 자주 찾는 외식 메뉴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밥 가격 오름세는 서민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채소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쌀과 계란 등 다른 핵심 재료 값도 쉽게 꺾이지 않는 흐름이어서, 김밥을 비롯한 서민 외식 물가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재료비와 인건비 이중고를 겪는 김밥집들의 시름은 당분간 더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가격 인상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료를 줄이거나 저렴한 대체 식재료로 바꾸면 맛과 품질 저하로 이어져 손님을 잃을 위험이 크고, 그렇다고 가격을 계속 올리자니 '가성비 메뉴'라는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비가 2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에 그나마 저렴하게 배를 채울 수 있던 김밥마저 부담스러운 메뉴로 바뀌면서, 점심값에 예민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구내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민의 대표 한 끼였던 김밥이 처한 이중고는, 폭염과 인건비 상승이 겹친 올여름 한국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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