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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선주문 안착, 재고 비중 5.2%
아주경제
17일 SK하이닉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은 5.2%로 지난해 말 8.1%보다 2.9%포인트 감소했다. 총 재고자산은 17조9857억 원으로 같은 기간(14조2894억 원) 대비 25.9% 늘어났지만, 매출을 중심으로 전체 사업 성장 속도가 재고 증가세를 크게 앞지른 결과다.
재고자산회전율도 기존 2.8회에서 3.1회로 반 년만에 크게 늘었다. 재고가 제품 판매로 연결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창고에 칩이 머무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됐다는 의미다.
재고 회전이 가팔라진 배경에는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39조8711억 원에서 131조8950억 원으로 230.9% 급증했고, 매출원가는 17조7858억 원에서 24조2243억 원으로 36.2% 늘었다. 매출과 매출원가 증가율이 재고 증가율을 웃돌면서 공급망 운용 효율이 극대화됐다.
재고의 질적 구성에서도 선순환 구조가 뚜렷하다. 완성품 재고가 아닌 공정 진행 중인 '재공품'이 11조7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늘었다. 공정 난도가 높고 리드타임이 긴 HBM 등 고성능 제품의 라인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완성품이 창고에 쌓이는 '악성 재고'가 아니라 만드는 도중에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는 '착한 재고'가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재고 평가손실 부담도 한층 가벼워졌다. 재고 손실 차감용 '재고자산평가손실충당금' 잔액이 올 상반기 413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5% 줄어들며 재무적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췄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체질이 전통적인 '적재형 기업간거래(B2B)'에서 '선주문 기반 고부가가치 B2B'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입 모은다. 과거 다운턴(업황 불황) 시기에는 창고에 쌓인 재고가 막대한 평가손실로 돌아서며 재무 부담을 키웠다. 하지만 HBM 중심의 현 구조에서는 적기 공급과 창고 최소화가 가능해져 업황 변동성에 대한 내성이 대대적으로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와 차세대 HBM 공급을 위한 연 단위 장기 계약을 맺으며 선주문 체제를 안착시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선점 경쟁으로 생산 전에 판매처와 가격이 확정되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HBM 특성상 설비 투자와 라인 운용이 확정 수요를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재고 리스크도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MS·구글 등 빅테크들의 1~2년, 길게는 5년 치 선주문이 업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처럼 일단 팹을 가동해 창고에 적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확정 물량 위주로 공정을 효율화한 것이 재고 회전 가속화와 수익성 극대화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