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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길'을 묻다] 정철 한경연 원장 "대미 투자 상응하는 시장 접근 확보해야"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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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사진=한국경제인협회

"한국이 일방적으로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확대에 상응하는 시장 접근을 확보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함께 이익을 얻는 호혜적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와 현지 고용, 미국산 에너지 구매, 공급망 안정 기여를 하나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양국이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세부 조건을 협의하는 가운데 한국의 투자 기여에 상응하는 시장 접근과 통상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 원장은 "미국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 등 전략산업의 생산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을 통한 우회수출까지 단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합의된 15% 관세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품목별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등 추가 관세에 대해서도 예외나 부담 완화를 지속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현지 고용과 임금, 세수, 협력업체 생태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며 "대미 투자와 고용, 미국산 에너지 구매, 공급망 안정 기여를 하나로 묶어 무역법 301조 관세 예외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품목별 관세 예외와 저율관세할당, 원산지 기준의 합리적 적용, 현지 투자 이행 기간 중 한시적 관세 유예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전략경쟁에는 산업과 품목별로 대응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봤다. 정 원장은 "한국의 선택은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첨단기술과 전략산업에서는 미국 및 우호국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되 비안보 분야에서는 중국 시장을 실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기업의 시장 진입을 좌우하는 새로운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측정·검증할 수 있도록 공동 데이터 플랫폼과 전문인력, 검증비용 및 컨설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장기적으로 철강의 전기로·수소환원제철 전환과 저탄소 전력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제 탄소 감축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통상정책이자 산업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대내적으로는 반도체에 성장이 집중된 '좁은 회복'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우리의 반도체 기술력이 맞물리면서 회복이 시작됐지만 그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충분히 번지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오히려 3.7% 줄어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반도체가 이끈 회복세를 제조업 전반과 내수, 신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복의 저변이 좁을수록 성장의 지속력이 떨어지고 대외 충격에 대한 경제 전반의 복원력도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는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정 원장은 피지컬 AI에 대해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해 자동차·조선·철강·배터리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로봇과 센서, AI 반도체, 제어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의 생산성 효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산업을 지목해 키우기보다 모든 산업이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AI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피지컬 AI를 비롯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려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와 인허가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정 원장은 "명확한 안전 기준은 두되 금지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 등의 인허가 절차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원장은 서강대에서 경제학 학·석사,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공과대 교수와 한국무역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 등을 거쳐 2024년부터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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