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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조 단위 M&A 질주하는 한화, 청구서는 개미 몫?…짙어지는 '한화 디스카운트’
알파경제
'한국형 록히드마틴'과 글로벌 방산·해양 거점 확보를 향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웅장한 청사진 아래 그룹 방산·조선의 야전사령관 격인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사장)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사장)가 선봉에 서서 대형 인수합병(M&A)을 맹렬히 밀어붙이고 있다.
손재일 대표가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선제 매입, 김희철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미국 방산기업 오스탈 USA 단독 인수 추진 등 굵직한 딜이 브레이크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화려한 조 단위 M&A 퍼레이드를 묵묵히 지켜보는 여의도 자본시장과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룹의 겉보기 체급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청구서를 사실상 상장 계열사의 기존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기형적 자금 조달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단위 유상증자 릴레이의 신호탄은 지난 2021년 한화시스템이 쏘아 올렸다. 당시 위성통신 및 에어모빌리티 등 우주 신사업 투자를 명목으로 무려 1조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후 바통은 2023년 한화오션이 이어받았다. 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은 편입 직후 방산 인프라 및 친환경 선박 투자를 이유로 약 1조 5000억 원(당초 2조 원 계획)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실시해 시장 유동성을 대거 흡수했다.
여기에 최근 업황 부진 등으로 차입금이 급증한 한화솔루션마저 1조 1000억 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대열에 합류했다.
불과 3~4년 새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상장사 세 곳이 번갈아 가며 시장에 손을 벌려 무려 4조 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끌어가는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조호진 타키온월드 대표이사는 "기관 투자자들도 한화의 방산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라는 장기 방향성에는 십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달 과정에서 잦은 유상증자로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주당순이익(EPS)이 훼손된다면 투자자들이 장기 비전을 믿고 기다려줄 명분이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회사의 몸집은 커지는데 내 주식은 쪼그라드는 구조적 모순이 바로 한화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룹의 안살림과 대규모 자금 융통 등 재무적 밑그림을 총괄하는 인물은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부회장)이다.
여 부회장은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3세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한화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등 본가의 자금 지원 여력이 팍팍해지자, 결국 상장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으로 자본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챙기도록 승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체 주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필연적으로 훼손됐고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다시 말해 "언제 또 내 주식 가치를 희석하는 증자 공시가 뜰지 모른다"는 짙은 불확실성은 투자자 이탈을 부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곧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내재 가치보다 낮게 짓눌리는 만성적인 '한화 디스카운트'를 고착화하는 아킬레스건이 됐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기 위한 오너가의 과감한 결단과 야전사령관들의 돌파력은 돋보인다.
하지만 웅장한 성과가 온전히 박수받기 위해서는 여승주 부회장을 비롯한 재무 수뇌부가 자사주 집중 매입·소각 등 파격적인 주주환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관우 모건스탠리 전 이사 겸 더프레미아 대표는 “손재일 대표와 김희철 대표가 글로벌 최전선에서 굵직한 M&A와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두 방산·조선 야전사령관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가 자체적인 잉여현금흐름(FCF) 창출 능력을 굳건히 입증해 더 이상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의 과실을 소액주주들과 기꺼이 나누겠다는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화답하지 않는 한 조 단위 M&A의 화려한 팡파르도 언제든 자본시장의 불신과 디스카운트의 늪에 묻힐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