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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TV 드라마 공정한 평론과 가치 재발견 필요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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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의 평론 대상은 오랫동안 분명히 ‘영화’였다. 그런데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가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 같은 작품이 큰 사회적 관심을 받자, 8부작이든 12부작이든 오리지널 시리즈를 영화평론가가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OTT 드라마는 평론하면서, 왜 TV 드라마는 그만큼 평론하지 않을까.

물론 그동안 영화평론가들이 TV 드라마를 전혀 다루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눈물의 여왕」, 「재벌집 막내아들」, 「나의 해방일지」처럼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거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은 평론의 대상이 된다. 즉, TV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준의 일관성이다.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는가? 왜 어떤 TV 드라마는 평론되고, 어떤 드라마는 외면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 영상 콘텐츠 평론의 불균형이 드러난다. 과거 영화 평론은 흥행 여부나 화제성만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독립영화든 해외영화든, 기대작이든 실패작이든 폭넓게 다루며 작품 자체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것이 평론의 기본 역할이었다. 이미 알려진 작품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TV드라마도 작품성이 있거나, 유명 작가의 작품이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작품만 평론 대상으로 포함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 영화와 마찬가지로 드라마도 보다 공정하고 폭넓게 평론의 대상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현실적 제약은 있다. 방송 드라마와 예능의 양은 방대하고, 모든 작품을 평론가가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중요한 것은 ‘전부를 보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이다.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콘텐츠처럼 다뤄지고, TV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적으로 배제된다면 그것은 작품의 질이 아니라 플랫폼의 위상에 의해 평가가 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평론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산업 위기를 외치는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계와 미디어 전문가 그리고 방송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국내 방송 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해왔다.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제작 환경이 어려워졌고,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 방송 시장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정작 국내 TV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에는 소극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TV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논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더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방송 콘텐츠를 보지 않는 전문가가, 과연 그 산업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가. 방송 시장이 어렵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장, 환경, 정책적 위기에 대한 진단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방송시장 현황의 핵심 역할을 하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함께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것은 공정하고 폭넓은 평가다. 모든 평가를 긍정적으로 다루어 방송시청으로 소비자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 아니다. 좋은 TV 드라마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부족한 작품은 그에 맞게 평가되어야 한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전문가들과 방송관계자들이 위기의 원인 중 하나를 단순한 이분법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OTT는 투자크기가 크기 때문에 경쟁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는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맞다. 규모의 경쟁에 있어서 홈런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오리지널이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인정하겠다. 대형 홈런을 친 몇 편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시리즈, 「더 글로리」 시리즈, 「수리남」,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 대한 착시효과로 TV드라마 대비 압도적 경쟁력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타율은 TV 콘텐츠가 더 높지 않은가. OTT 드라마의 본격적인 활성화 시점인 22년 이후 TV드라마가 배출한 인기 작품을 다 나열하려면,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대형 만루홈런은 몇 편 없으나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의 편수는 훨씬 많다.

넷플릭스 역시 수많은 작품 중 일부만이 성공하고, TV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또한 일부만이 의미 있는 성과를 얻는다. 콘텐츠 산업은 본질적으로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구조다.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결론은 TV 드라마를 무조건 더 많이 칭찬하고, 방송산업을 위해 좋은 평가를 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국내 방송산업이 처한 위기를 부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투자 경쟁력, 유통 경쟁력, 인재 이탈, 시청 환경의 변화 등 글로벌 OTT와 비교해 불리해진 환경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그것대로 더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바꾸기 위해 싸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이 어려운 것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경쟁력까지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방송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TV 콘텐츠 역시 이미 경쟁력을 잃었고 희망이 없다는 식의 주장만 반복한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과 작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드라마, 비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K-드라마, K-콘텐츠의 핵심 코어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니 이들을 보호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격려란 TV 콘텐츠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아니라 공정한 조건에서의 평가다. 단순히 시청률이나 화제성, 조회수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의미를 평가하고, 대중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 일도 필요하다.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50대 이상 시청층을 향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 임무 완료라고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방송산업의 위기를 진단하는 사람이라면 위기의 증거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그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쟁력의 증거 역시 찾아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것 역시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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