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읽음
AI 메모리 공급난, 스마트폰 300만원 시대
웰스매니지먼트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소비자용 메모리 원가가 폭등하자,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세트 업체들은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스펙을 극대화하는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으로 마진 방어에 나섰다. 출고가 300만원 선을 가볍게 돌파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의 생존법과 그 이면에 숨겨진 반도체 대란의 실체를 진단한다.
메모리 품귀에 무너진 가격 마지노선, “300만원은 기본”
애플은 지난 6월 말 맥북·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5~20%가량 인상했다. 애플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세 속에서도 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거의 유일한 업체였다.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 아이폰 시리즈도 올가을 신제품부터는 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은 40년 넘게 어떤 분야에서도 본 적 없다”며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IT 기기 가격 급등을 이끄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서버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D램, 낸드플래시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대거 선점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도 AI향 메모리에 생산과 공급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스마트폰·PC 등 소비자용 IT 제품에 대한 메모리 공급량을 줄였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저가 브랜드 중심으로 시작된 가격 급등세가 애플 같은 고가 브랜드까지 광범위하게 번진 것이다.
해외 시장조사기관들은 오는 9월 출시될 아이폰18 프로와 아이폰18 프로맥스의 256GB 모델 가격이 전작 대비 17% 수준의 200달러(약 30만원) 인상된, 각각 1,299달러(195만원), 1,399달러(21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1TB 모델은 원화로 300만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18 프로맥스는 동일한 메모리 용량을 탑재한 아이폰17 프로맥스보다 부품 원가가 300달러(45만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가격대가 높은 폴더블폰은 출고가가 4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18 시리즈와 함께 자사 첫 폴더블폰 ‘아이폰 울트라(가칭)’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울트라는 256GB 기본 모델 가격이 2,300~2,500달러(350만~380만원)로 예상되며, 1TB 모델은 400만원 중후반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다만 가격 인상은 실적 부진 우려로 이어졌다. 통신 3사와 일부 유통사들이 갤럭시 S26 출시 두 달 만에 이례적으로 할인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차원에서도 지난 7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스마트폰·가전 제품에 대해 온누리상품권과 연계한 할인을 진행한 바 있다.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반도체(DS) 이익’을 소상공인 등 사회와 일부 나누는 동시에, 세트(DX) 부문 실적도 만회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7월 22일 공개한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8’ 울트라 모델은 전작 대비 10%가량 인상돼 결국 300만원대를 돌파했다. 가격만 올려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는 갤럭시Z 폴드8에 8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펼쳤을 때 4:3 비율을 구현해 소형 태블릿을 보는 듯한 광활한 시야각을 제공했다.
이 밖에도 카메라 성능과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등 메모리 외 다른 부품을 업그레이드해 높은 가격 책정을 최대한 설득하려는 전략을 폈다.
“5년은 못 내려온다”… 메모리 기업만 웃는다
IT 기기 업체들의 노력에도 ‘AI 혁명’이 진행되는 향후 몇 년간은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높은 수준에 형성된 메모리 가격이 향후 3~5년간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레노버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학회(ISC 2026)에 참가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적어도 앞으로 5년 이상 예전 수준으로 내려오기 힘들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세트 업체들이 마진 방어에 안간힘을 쓰는 사이, 메모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수익을 내고 있다. 마이크론은 6월 말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415억달러, 영업이익이 333억달러(51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81.2%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2분기(4~6월)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엔비디아·애플이 거둔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수준이다. 적자 상태인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과 한 자릿수 초반대로 예상되는 DX 부문 실적을 제외하면, 메모리사업부만의 영업이익률은 80%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 본 기사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