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읽음
트럼프 아동 백신 권고 18종서 11종 축소 서명
아주경제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아동에게 일률적으로 권고하는 예방접종 대상을 기존 18개에서 11개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독감과 코로나19, A·B형 간염 등은 일괄 권고 대상에서 빠지고 아동 건강 상태와 감염 가능성 등을 따져 접종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모든 아동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질병은 홍역, 볼거리, 풍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폐렴구균 질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수두 등 11개다.

백악관은 2024년 기준 18개 질병에 백신 접종이나 예방 조치를 권고했지만 이를 11개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7개 질병 백신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예방을 위한 항체 투여를 권고했다.

A·B형 간염과 RSV, 수막구균 감염증 등은 감염 위험이 큰 아동 중심으로 접종하도록 했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등 일부 백신은 모든 아동에게 일괄 권고하지 않고 의사와 보호자가 아동 상태를 살펴 접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접종 방식도 바꾼다. 홍역·볼거리·풍진을 한 번에 예방하는 MMR 복합백신 대신 각각의 백신을 서로 다른 시기에 맞도록 한다. 다른 백신도 한 번에 여러 종류를 접종하기보다 가능한 한 나눠 맞도록 권고했다.

다만 MMR 분리 접종은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에서는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각각 예방하는 단일 백신이 판매되지 않는다. 행정명령은 단일 백신 공급 이후 분리 접종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HHS)에 제약사 등과 공급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백신 접종량 증가가 자폐증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과거보다 아동이 맞는 백신 종류와 횟수가 크게 늘었다”며 접종 시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의료계와 과학계는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접종 간격이 길어지면 예방접종이 늦어지거나 누락돼 아동이 감염병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전역 예방접종 기준을 곧바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학교 입학 등에 필요한 예방접종 의무화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 정부에 있다.

법적 문제도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에도 CDC 소아 예방접종 권고 대상을 줄였지만 미국소아과학회 등 의료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지난 3월 개정안 효력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행정명령을 둘러싸고도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