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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취임 1년, 당심에 갇힌 폐쇄형 생존 리더십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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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오는 23일 취임 1년을 맞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말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불과 2367표 차로 꺾고 당권을 잡았습니다. 정치 경력이나 대중적 인지도에서 열세였던 재선 의원이 대선 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을 꺾은 이변이었습니다.

당시 승부를 가른 것은 당심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장관에게 크게 뒤졌지만 당원 투표에서 약 2만표를 더 얻으며 역전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당원만 믿고 왔다”는 그의 당선 소감은 그래서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장동혁 리더십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지난 1년 동안 어디를 향해 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습니다.

취임 1년을 앞둔 지금도 장 대표가 내놓으려는 쇄신안의 핵심은 다시 ‘당원’입니다. 당원권을 강화하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당성’을 더 많이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장 대표는 퇴진이 아니라 자신의 당내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당원이 책임회피의 방패막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장 대표는 당심을 핑계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의원들에게는 징계로 대응하며 철저하게 마이웨이를 가고 있습니다.

장 대표의 지난 1년을 평가하려면 먼저 보수정당 대표들의 리더십 유형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와 차기 대권 가능성을 바탕으로 당을 이끌었던 ‘대권주자형 리더십’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당권은 정치적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 밖의 국민적 지지를 원동력으로 당의 전력을 재구축했습니다. 당이 그들을 떠받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치적 자산이 당을 움직이는 힘이 됐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홍준표·황교안과 같은 제한적 대권주자형 리더십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권주자로 분류되긴 했으나 독자적 정치 브랜드의 힘이 약했습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고 리더십은 끊임없이 흔들렸으며 본인들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결국 패퇴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적어도 정치적 책임의 마지막 선은 있었습니다. 홍 전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황 전 대표 역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하자 선거 당일 대표직을 사퇴했습니다. 자신의 노선과 선거 전략이 옳았다고 생각했더라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내린 심판 앞에서는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정치적 양심은 있었던 것입니다.

셋째는 김무성 전 대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관리·조정형 리더십’입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당을 끌고 가기보다 다양한 계파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당을 운영하는 유형입니다. 이런 리더십은 추진력이 약하고 결정적인 순간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정당 전체를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동일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장동혁 대표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요. 놀랍게도 세 유형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습니다.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대권주자형도, 독자적 브랜드는 약하지만 정치적 책임의 마지막 선은 지켰던 제한적 대권주자형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세력을 묶어내는 관리·조정형은 더더욱 아닙니다.

장동혁의 취임 1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폐쇄형 생존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거칠게 표현하면 ‘철면피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장동혁 리더십의 첫 번째 문제는 야당 대표라는 자리에 대한 자기 인식과 책임의식의 부재입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 대표는 단순한 정당의 관리자가 아니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야당 지도자들에게 당 대표라는 자리는 민심의 대변자이자 때로 자신의 정치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직책이었습니다.
장 대표에게는 이런 공적 책임의식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 당원 투표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당 대표는 물론 의원직까지 내려놓겠다고 했습니다.

얼핏 보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 대단한 승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인 자기모순이 있습니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당원이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를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국민입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자신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기준을 끊임없이 '당원'으로 축소하려 합니다. 국민 여론이 악화돼도, 선거에서 패배해도, 보수정당 전체의 외연이 좁아져도 강성 당원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면 대표직을 유지할 명분이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당원 민주주의는 당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넓히기 위한 제도이지 당원의 지지를 방패로 국민의 심판을 피해가는 장치가 아닙니다

여기에다 장 대표는 강성 정치 유튜브에 더 의존적이 돼 갑니다. 유튜버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을 보고 후원하는 구독자만을 바라봅니다. ‘우리 편’이 원하는 말을 하고 분노와 확신을 강화할수록 조회수와 후원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는 정반대여야 합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까지 설득해 외연을 넓혀야 합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국민의 심판보다 강성 당원과 지지층의 재신임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찾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질수록 안으로 들어가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지며, 그 목소리를 다시 자신의 노선이 옳다는 근거로 삼는 자기생존의 회로만 돌리고 있을 뿐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장 대표의 정치적 체급과 당 대표라는 자리 사이의 간극입니다. 장 대표는 2022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고 이제 재선 의원입니다. 재선 정도의 정치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 거대 야당 대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치에서는 언제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큰 권력을 갖게 됐을 때 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독자적인 대중적 브랜드와 전국적 지지기반을 가진 정치인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도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당권을 잃는 순간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지도자는 자리에 집착할 유인이 커집니다.

장 대표에게 지금 당권은 그의 정치적 자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생존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도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의 미래보다 자신의 생존이 앞서고 당내 통합보다 자신의 지지세력 결집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반대파는 함께 가야 할 동료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징계 정치’를 이와 무관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조경태·권영진·진종오·서범수 의원 등 비당권파 인사들에 대한 윤리위 징계 절차가 줄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징계 사유가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대표 퇴진론을 제기해온 세력에 징계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더 깊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장 대표의 취임 1주년 쇄신안에 ‘당원권 강화’와 ‘당성 평가’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국민의힘이 왜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는지를 분석하고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누가 당에 더 충성했고 누가 대여 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장동혁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힘을 국민의 정당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해 줄 강성 당원들의 정당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정당은 당 대표 개인의 정치적 피난처도, 특정 지지층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플랫폼도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에게 사람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 선택받아야 하는 공적 정치조직입니다. 그런데 선거 패배 뒤에도 책임보다 재신임을, 통합보다 징계를, 민심보다 당심을 앞세운다면 그것은 쇄신이 아니라 당권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정치에 가깝습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장동혁 대표가 답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더 오래 대표로 남을 것인가’가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보수정당을 더 좁고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질 의사가 있는지를 답해야 합니다.

끝내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장동혁의 지난 1년은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로지 쫓겨나지 않기 위해 당 옥새만 꽁꽁 감춰두는 ‘철면피 리더십’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그렇게까지 살아남아서 과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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